제가 사는 서부 시간으로 새벽 5시 30분에 발표를 한다길래 (솔직히 언제 또 실시간으로 보겠나 싶어서) 알람시계을 두 개나 맞추어 놓고 잤었는데 그 덕분인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출근 전까지 다시 잘라고 했는데 뒤척이다 끝내 잠은 못 이루어서 머리가 띵하네요. TV 중계는 MSNBC의 IMUS와 Fox News Channel을 번갈아 가면서 보았는데 (그 시간에 하는 채널을 그 둘 밖에 찾지 못해서 본 거라구요^^;;) 진행자들이 발표가 늦어지는 걸 보면서 "역시 할리우드답게 제 시간에 하지 않는다"며 투덜대더군요.
드디어 Adrien Brody가 나와서 (옆에 서 있던 나이 든 분은 누군지 모르겠군요) 곧 발표를 시작하겠구나 싶었는데 이 사람 입 안에 구강 청정제 같은 걸 넣는 걸 보여 주어서 기다리던 기자들하고 옆 사람을 웃기더군요.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났는데 언젠가 Adrien Brody인가 다른 배우가 아카데미인가 골든 글로브 시상을 하면서 수상하는 여배우한테 축하 키스하기 전에 구강 청정제 넣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지 않았나요?) 전 Adrien Brody는 <The Pianist>에 나왔던 심각한 모습이나 그에 못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한 어느 옷 브랜드 모델로 밖에 기억을 못한 탓인지 그 장면이 무척 웃기더군요.
남녀배우 조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외국어 영화상, 애니메이션 부문 등 기술부문을 제외한 부분들을 주로 발표하는 것 같았는데 특히 Fox News Channel의 Fox & Friends 진행자들은 "화씨 9/11"이 과연 후보가 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 같더군요^^ 작품상, 감독상이 말고도 각본상 같은 것에도 걸릴 수가 있다며 거의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분위기-_- (뭐 저 역시 비슷한 심정으로 보았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 그리고선 "화씨 9/11"이 어느 부문에도 후보로 오르지 못하니까 나중에 연예담당 리포터가 나와서 마이클 무어가 LA의 Hotel에 캠프까지 차려 놓고 지지자들을 결집해서 운동을 했다면서 거의 "고것 참 쌤통이다"라는 반응이더군요. (물론 저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선 <The Passion of the Christ>가 왜 외국어 영화상 후보가 못 되었는지 개탄하는 얘기를 시작하더군요. (이 부분에선 그래도 제가 Fox News Channel 진행자들과 의견을 달리하는게 조금 안도가 되더군요.)
그리고 나머지는 전혀 공신력도 기준도, 능력도 없이 제가 멋대로 찍어 본 수상자 예측입니다.
1. 감독상, 작품상
마틴 스콜세지가 네 번인가 후보에 올랐는데 아직 한 번도 감독상(작품상?)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로 보아서는 둘 중에 하나는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전혀 객관적인 근거는 물론 없습니다) 추측을 해 봅니다.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만만치 않은 경쟁을 벌일 것 같고 개인적 소망으론 두 영화 다 좋게 본 탓에 Million Dollar Baby와 The Aviator가 두 부문을 나누어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 여우조연상
후보작 중 세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그 중에서 고르라면 전 단연 케이트 블란쳇입니다. Closer의 나탈리 포트먼도 괜찮았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시원시원하고 털털한 캐서린 햅번 연기에 더 점수를 주고 싶군요. Sideways는 아주 재밌게 보긴 했지만 Sandra Oh가 가져가야 할 상이라는 편견이 있는 탓에 Virginia Madsen한테 가는 건 못 봐줄 것 같네요.
3. 남우조연상
The Aviator의 Alen Alda가 오른 건 좀 의외군요. 상원의원역을 능글맞게 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인상적으로 보이진 않았었는데. 어쩌면 마틴 스콜세지한테 몰표가 가는 분위기가 되면 이것까지 가져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Collateral을 보지 못한 탓에 나머지 중에서 고르라면 Thomas Haden Church의 못말리는 바람둥이 역도 그럴듯했지만 아무래도 최근에 본 클라이브 오웬한테 더 끌리는군요.
4. 여우주연상
여우주연상 후보작 중에선 Million Dollar Baby 밖에 보지 못했는데 저로선 다른 영화를 보게 되더라도 힐러리 스웽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될 것 같진 않군요.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으로 골든 글로브는 아네트 베닝과 상을 각각 가져갔지만 아카데미에선 두 사람의 대결이 볼만할 것 같다는게 대체적인 평인 것 같더군요. 이렇게 맞붙은게 두 번째라던데 맞는가요?
5. 남우주연상
강력한 후보 중의 하나로 보이는 Jamie Foxx가 주연한 Ray도 보지 못했고, Hotel Rwanda를 못 본 상태이지만 나머지 중에서 꼽으라면 개인적 선호 때문에 조니 뎁한테 기울어지는군요. :-)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감독상이나 각본상 작품상 중에 하나를 가져갈테고 The Aviator도 다른 곳에서 상당히 거두어 갈테니까 (상당히 egalitarian한 접근법입니다만^^) 조니 뎁이 하나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애들하고 어울려서 천진하게 노는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이 원래 그의 이미지하고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구요.
6. 기타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Shark Tale이 후보에 오른 건 의외네요. 슈렉 2도 즐겁게 보긴 했습니다만, 뭐 당연히 The Incredibles가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Adapted Screen Play에선 Sideways가 Original Screenplay에서는 The Aviator를 (역시 얼토당토 않은 제가 본 영화를 기준으로) 찍어 봅니다.
그나저나 글을 쓰며 명단을 다시 보니까 오페라의 유령이 주요 부문에서 하나도 후보에 오르지 못한게 눈에 띄네요. 적어도 여우주연상 쯤에는 오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좀 약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