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 취미거든요. 때문에 당연히 사진기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
에도 몇 번씩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들락날락 거리고, 특히나 중고 장터는 꼭 들러 봐요.
관심 있는 기기의 가격대가 얼마인지 알 수 있고, 가끔 희귀한 물건이 나오는 걸 구경하는
것도 재밌거든요. 물론 대부분 직접 구매하지는 못하고 손가락만 빨고 괴로워합니다만.
- 이렇게 돈이 왔다갔다하는 곳에서는 파리가 꼬이듯 사기꾼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사진기기는 적지 않은 가격대-작게는 십만 원에서 크게는 수백만 원대-라서 사
기꾼들의 좋은 범죄 대상이죠. 잠잠하다 싶으면 사기를 당했다는 신고 글이 올라옵니다
. 그럴 때마다 참 가슴이 아파요. 저도 원하는 사진기를 가지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
고, 장터에 잠복해서 물건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겪어 봤거든요. 그 인내와 설
렘이 담긴 적지 않은 돈을 중간에 가로채인다면 오랫동안 허탈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겁니다. 실제로 사기를 당하고는 사진을 그만 두신다는 분도 계셨을 정도에요.
- 그런데, 최근에 일어난 한 사기사건의 양상이 재밌게 흘러가더군요. S모 카메라 동호
회의 장터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는 C라는 사기꾼이 있었습니다. 허를 찌르는 수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주고 있던 사람이죠. 유명한 사기꾼이지만 워낙
규모가 큰 동호회라 피해자가 속출했습니다. 그 C가 최근 또 한 건을 저질렀어요. 그 수
법 또한 기가 막히더군요.
- A라는 사람이 디지털SRL카메라를 매물로 올린 게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인기있는
매물이라 그 게시물 밑으로 예약 덧글이 주르륵 달렸죠. 하지만 갑자기 이런 덧글들이
올라왔습니다.
B : 어떻게 된거죠? 입금시켜드렸는데요
A :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제가 B님께 계좌번호 가르켜 드린적이 있는가요?
즉, 사건의 전모는 이랬던 거에요. 사기꾼 C가 구매의사자 B의 회원정보
를 보고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A를 사칭한 겁니다. 자신의 계좌번호를 B에게 알려 준 후
돈을 보내면 물건을 보내주겠다고 하고는 돈만 가로챈 거죠. 이름하여 인터셉트. 졸지
에 A와 B는 동시에 C에게 당한 겁니다. 닉네임으로 거래를 한다는 허점을 교묘하게 이
용한 수법이었어요.
-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며칠 후에 동호회 게시판에 피해자인 A가 '[긴급공지]
일명 C 사기사건 피해 입으신 분들 봐주십시요.' 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내용
은, 사기꾼 C는 이미 검거했고, 수사가 진행 중이니 피해를 입은 사람은 자신에게 연락
을 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알고 보니 A는 모 경찰서 수사과 지능수사팀(사이버경찰과
비슷한 듯)의 형사였던 겁니다. 사기꾼 C가 사기 상대를 제대로 잘못 고른 거죠.
- 너무 통쾌하더군요. 이번 사건은 신속하게 사기꾼이 검거됐죠. 또, 우습게도 사기의
대상을 잘못 골라서 제대로 꼬리를 잡힌 거잖아요. 대부분의 사기 사건은 질질 끌다가
용의자를 검거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확실하게 처리가 돼서 다행이에요. 이번
사건처럼 모든 사기꾼들이 검거되어 처절한 응징을 받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