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기억, 올드미스 다이어리-욕.

  • 이해
  •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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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봄날을 보는데,
2005년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1986년을 살고 있는 13세 고은호 소년의 재롱(..)을 보고 있노라니
기억의 상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본인과 주변 사람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하여
본의아니게 그만 열심히 상상하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의 참으로 얄궂은 것 같아서요.

주위 사람들은 모두 서른두살의 고은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고은호는 서른둘 먹은 어른이어야만 해요. 그게 정상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그는 1986년의 시간에서 멈춘 아이의 기억을 지니고 있고,
그것이 일시적 퇴행이라는 말로 불리우든지,
혹은 신체(두뇌)의 화학적이거나 물리적인 어떤 반응의,
예기치 못한 그리고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인지되든지 간에
본인에게는 열세살의 기억을 지닌 자신의 자아가 절대적인 판단기준이자 세상의 전부겠지요.
(라고 하면 무언가 굉장히 오버스럽지만- 여기까지가 제 표현 능력의 한계 OTL ... )

당연하게도 모두들 그를 일시적 기억의 공황 상태인 환자 취급하거나,
곧 제 기억을 회복하여 '본인'으로 돌아가기만을 기대하며, 아이인 그를 다룰거예요.
주위 사람들에게, 13세 소년 고은호는 현시점에서는 곧 사라질 존재이며, 곧 사라져야만할 존재인 거죠.

해리성 기억 장애-로 설명되고 있는, 이 드라마틱한 증상은
극중에서는 곧 회복되어 자신이 이렇게 잠시 기억을 잃어서 과거로 돌아갔던 사실까지 기억하며
깨끗이 회복할 수 있다고 설정되어 있습니다.
..................................................................................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즉, 32세의 자신을 깨닫는 것이,
또한 잠시 일시적으로 13세로 돌아갔던 기억의 상실을 의미한다면,
한편으로 이것은 마땅히 지워져야만 하는 존재의 입장에서 볼 때, 커다란 비극이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상실을 시시각각 기다려야 하며, -물론 그 과정을 인식할 수 없겠지만-
또한 그것을 기대하고 바라기까지 하는 주위 사람들의 당연한 감정들까지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물론, 실제 해리성 기억 장애가 어떤 것인지는 저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지만... )

여기까지 읽으시면, 어떤 분들은 무언가 이 비슷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고 중얼거리실지도.
네, 실제로 이것은 제가 떠올린 생각이라기 보다는,
시미즈 레이코의 80년대 단편의 하나인 '노아의 우주선'의 핵심 줄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발상 자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이 사람의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가 떠올린 것은, 이 단편에서 다루고 있는 주인공들의 감정선에 대한 기억이었으니까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단편에서 주인공 청년(아마도 20대)은 역시 사고로 인하여 14세의 자아로 돌아가게 됩니다.
노력파 수재에 유능하고 진중한 20대 현재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는 주위 사람들은,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다혈질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 소년인 주인공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합니다.
그들에게 주인공은 환자이고, 모두들 '괜찮아, 걱정하지마. 금세 나을거야. 곧 원래대로 돌아올거야.'라는 식이죠.
주인공의 약혼녀조차도, 너무도 다른 성격을 가진 어린 연인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합니다.
14세 소년은 '너흰 누구야. 여긴 어디야. 엉망진창이야.
그리고 난 너희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야! 아니라고!!' 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힘을 다해 반항의 절규(역시 표현력 부족)를 할 수 밖에 없죠.
후에 그런 상태에 익숙해지고, 성인인 자신이 맺어놓은 인간 관계의 사랑스러움에도 서서히 눈뜰 무렵에는
자신이 겪어보지도 못한 원래(아이러니하지만)의 어른인 상태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선언 앞에
그럼 이제 지금의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또 괴로워하게 됩니다.
약혼녀 역시 다른 자아를 가진 연인과의 또다른 감정의 싹이 터오르고 있던 터라 마음이 복잡하고요.
뭐, ..... 짧게 말하자면 결국 기억도 되찾고, 조금은 쌉싸름하지만 그럭저럭 둥그런 결말이 나게 됩니다.

....

길게 썼는데, 마무리가 잘 지어지지 않는군요.
억지로 갈무리하려니 지금쯤 수면을 취해야할 두뇌가 잘 돌아가지 않으니, 그냥 이대로 끝내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참 오묘하다구요. 뭐, 그런 얘기죠. (아니 이런 흐지부지가 다 있나..)



2.
조인성의 연기는 '소리지르기'와 '떼쓰기'와 '재롱'의 콤비네이션이네요.
가끔은 그 영역이 서로 오버랩되기도 하면서 말예요. (예: 소리지르며 떼쓰기)
발리에서보다 조금 나아지고 있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솔직히 아직 거칠구요.
뭐, 이것은 조롱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말의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니까요.
제 주위에 있는, 조인성(과 정재민)에게 저보다 더 큰 애정을 지니고 있는
20, 30대 여성들의 중론은 이렇달까요.
'아이고, 우리 애기, 이제 슬슬 어른 연기를 해야 할텐데....'
아, 물론, 이 말투에 듬뿍 사랑이 묻어나야 합니다.



3.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김영옥씨의 대사입니다.

씨~베리아 벌판에서 얼어죽을 년 같으니, 씹~짱생 같으니,
얨병 땀병에 기냥 땀통이 끊어지며는 그냥 죽는거야 이년아.
이런 개나리를 봤나, 야 이 씹~짱생아.야 귤~까라그래,
야 이 시~베리아야. 예라이~ 쌍~화차야. 야이 시베리아 벌판에서 귤이나 까라.

저는 보다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습니다. 심한 호흡곤란을 물론이고요.




p.s. 제목 짓는 것은 정말 힘드네요.
뭔가 생뚱맞지만, 그나마 고민해서 고른 요약형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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