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영화제. 종교.

  • mithrandir
  •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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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틀 연속 옴니버스 영화제를 봤습니다. 토요일 4편, 일요일 4편. '커피와 담배', '원피스 프로젝트', '동백꽃 프로젝트', '죽음의 밤', '유토피아', '아리아', '잼 필름즈', '괴담'에서 각각을 이루는 단편들을 하나씩으로 치면, 토요일 33+1편(+1편은 '죽음의 밤'의 액자 스토리), 일요일 30편('아리아'가 10개의 에피소드 맞는지 모르겠네요.)의 영화를 본 셈입니다. 숫자 장난일 뿐이지만 이틀동안 60편이 넘는 영화를 봤다고 생각하니 괜히 뿌듯하네요.

'커피와 담배'와 '유토피아'는 기대했던 영화인데 그 기대치를 훨씬 넘어 좋았던 작품들입니다. 반면에 '동백꽃 프로젝트'와 '잼 필름즈'는 별 기대 없이 본 영화들인데 오히려 기대보다도 별로였던 작품들이구요.
'원피스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보면서 불쾌했지만 보고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입니다. 어쩌면 현대 일본은 이렇게 숨막히고 비틀린 사회라는 걸 보여주는 사회 반영적인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단편이 호러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으니까요.
'아리아' 같은 경우는... 음, 고다르 옹의 어이없는 보디빌딩 쇼를 본 것 만으로도 진기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렵니다. (고다르 본인이 보디빌딩을 했다는 건 아닙니다. -_-;) 다른 에피소드들에서 엘리자베스 헐리(으엥?)나 브리짓 폰다(오호.)의 연기와 아름다운 몸매(!)를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뜻밖의 경험이었구요. 그 외에도 유명한 배우들이 몇몇 더 있을 법 한데... 지안카를로 지아니니 닮게 나온 존 허트도 있구...
'죽음의 밤'에서는 복화술사 에피소드가 놀랄정도로 좋았습니다. 치밀하고, 긴장감있구. 영화에 몰입되다 보니 그 인형 정말 무시무시하더군요.

기대했던 것 보다도 좋은 영화제였습니다. 한 두 편 정도 더 볼 생각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아리아' 상영이 하나 빠지고 '커피와 담배' 상영이 한 번 추가된다니 관심있는 분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화제를 볼 때마다 "한 두 편 더 볼 생각인데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을 꼭 덧붙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단 한편도 더 못보고 영화제를 넘기거나, 반대로 없는 시간을 쪼개서 너댓편 이상을 더 보게 되고는 하지만요.)



2. 제 친구의 아버님이 암에 걸리셨습니다. 그리고 그 병실로 찾아드는 종교인들이 "열심히 믿지 않으면 죽는다"는 걱정의 탈을 쓴 협박을 하고 있는 모양이구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물론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이라거나 "그분들도 나름대로 선의로 그러는 것이겠지만"이라는 덧말을 달아야 하겠죠.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종교, 특히 유일신을 믿는 종교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일방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때는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문제이며 종교는 "원인"이 아닌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종교 그 자체가 원인이며 결국 "해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종교의 순기능 중에 종교가 아닌 다른 것이 할 수 없는 일은 없지만, 종교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역기능은 종교가 없었다면 애초에 없었을 것들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제 짧고 옹졸하며 미숙한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불행하게도 주위에서 보는 일들은 해가 갈 수록 종교에 대한 제 짧고 옹졸하고 미숙한 생각들만 뒷받침해주네요. 하지만 저와 여러분들을 포함한 모든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고 완벽할 수 없기에, 종교는 계속 이 세상에 존재할 것이고 결국 종교가 순기능을 하도록 끌어안아야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겠죠. 어쩌면 성직자라는 직업은 종교"로서" 세상"을" 계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세상대로 살기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면서 세상"을" 위해 종교"를" 계도하는, 참 골치아픈 직업의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 직업에는 훌륭하신 분들뿐만 아니라 일 처리를 대충하시거나 심지어는 정신이 나가버리신 분들이 눈에 더 띄는 건지도 모르죠. 어느 직업이나 소수의 훌륭한 분들과 소수의 악랄한 사람들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이 직업에서 그 소수의 나쁜 사람들은 너무나 큰 힘을 가지고 너무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전 신은 믿었지만 종교는 믿지 않았습니다. 고마운 일인지 불행한 일인지는 죽기 전에 알 수 없겠지만, 언젠가부터는 종교 덕분에 신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글쎄요, 언제 또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신이 있다면 저같이 우유부단한 애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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