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올 김용옥의 저서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
일본역사에는 이런 희한한 사실(史實)이 있다. 「후미에(踏繪)」라는 얘기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임진왜란의 주인공을 아는가? 너무 황당해서 잘 이해가 안 되는 사나이, 풍신수길(豊臣秀吉), 도요토미 히데요시(1536~1598년)! 해뿌리나라 일본의 센고쿠(戰國)를 통일하고, 조선 중국 필리핀 인도를 정복하여 아시아 전대륙의 황제를 꿈꾸었던 풍운의 사나이, 이순신의 거북선 앞에 무릎을 꿇고 그 꿈이 좌절되자 홧병이 나서 꿈속으로 그 혼이 날아가버린 사나이, 도요토미 히데요시! 1587년 규슈(九州) 遠征 때의 일이다. 하카타(博多)에서 滯陳중에 히데요시는 키리시탄 다이묘오(切支丹大名, 기독교인 영주) 아리마(有馬)氏의 領內에서 침실을 시중들 아리따운 미녀들을 뽑아오게 하였다. 히데요시는 당대(當代) 전국최고의 지배자! 그 영광스러운 침실에 수청들러온 여인들! 이건 또 웬일인가? 그 여인들이 모두 수청은 들지 않고 하나둘 貞潔이 목숨보다 더 소중타며 혀를 깨물고 자결해버리는 것 아닌가? 이게 도대체 웬일이냐? 당시 일본의 봉건윤리관념으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상한 사태였다.
"도대체 이들이 왜 이러는가? 도대체 이들이 누구란 말이냐?"
"키리시탄(切支丹)이라 하옵니다."
눈이 번쩍 띄었다. 무서운 일이다. 키리시탄! 무서운 자들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생전 처음으로 키리시탄에 눈을 뜬다. 그리고 규슈 일대가 이미 외국인선교사들의 강력한 지배에 있을 뿐아니라, 나가사키(長崎)가 이미 키리시탄 교회령(敎會領)이 되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하기에 이른다.
"일본(日本)은 신국(神國)이다. 키리시탄 나라로부터 사법(邪法)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로고. 이제부터 그런 일은 용납될 수 없느니라."
기독교전도가 금지되고, 외국인선교사(伴天連, 파테렌, Padre)의 국외추방령이 내려지고, 나가사키지방의 교회령이 몰수된다. 그러면서 일본은 쇄국 일로를 걷는다. 그리고 이러한 키리시탄 탄압은 히데요시의 후계자이며 전국(戰國)을 끝내고 도쿠가와 幕府정권을 탄생시킨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년)의 치세기간에 가차없이 강화되어간다. 그러나 기독교는 본시 탄압할수록 강해지는 법, 누를수록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세키가하라 전쟁(戰爭)이 끝났을 무렵 키리시탄 信徒는 75만명에 이르렀다.
도쿠가와 정권은 우선 테라우케쇼오몬(寺請言正文)」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요즈음 「주민등록증」 같은 것인데, 햐쿠쇼오(百姓)·초오닌(町人)·부시(武士)의 구별이 없이 전국민이 모두 어느 한 절간에 주민등록을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절간을 관공서化시키고 중앙정보부化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일본불교를 완전히 타락시키고 생명력을 빼앗아버렸지만 그 근본이유는 기독교도들을 색출해내기 위한 목적에 있었다.

「후미에」란 무엇인가? 이것은 나가사키에서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대되고 설치되었던 것인데, 일반 백성들이 출입을 하는 남대문과 같은 성문 바닥에 예수의 십자가상이나 성모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동판에 양각한 것을 깔아 놓은 것을 말한다. 주민이 그것을 밟고 지나가면 내버려두고, 밟지 않고 비켜가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후미에」로 인해 목숨을 잃은 자, 1614년에서 1635년까지의 통계로 28만에 이른다. 이러한 잔혹한 박해는 결국 키리시탄의 시마하라(島原)·아마쿠사시마(天草島)의 반란에까지 이르지만 일본의 기독교인은 에도(江戶)의 출발과 더불어 결국 멸종에 이르고 만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하도 밟고 다녀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된 성모마리아 예수상의 후미에가 그 피비린내나는 함성을 외면한 채 박물관 여기저기에 걸려있다.
***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은
'구멍 매달기’형벌을 받고 배교한 다음, 일본 여인을 아내로 맞아 생활하다가 1685년 8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는 포르투갈 선교사 요세페 캘러를 모델로 한 로드리고라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참히 죽어 가는 사람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침묵만 하고 계신 하나님, 신학적으로 해결하기 난해한 문제,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라는 문제를 신앙을 부인해야만 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인물들의 내면 묘사를 통해 조용하지만 가슴 뜨겁게 그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