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옴니버스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후에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매일같이 커피를 허벌나게 마시게 되니 말이죠. 다들 너무 맛있게 커피와 담배를 먹는 걸 보니 절로 커피가 고파져서 영화 끝나자마자 인사동 커피빈에서 다크 커피를 사발로 마신 걸로 시작해서 어제는 스타벅스, 오늘은 시애틀즈를 방문하며 커피를 탐하고 있습니다. 담배를 안 피우는 게 그나마 다행이랄까.
11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케이틀 블란쳇의 일인이역극 <사촌>입니다. 케이트 블란쳇이 금발에 조신하게 정장을 입은 자기자신과 검정머리에 펑크스타일로 차려 입은 '사촌' 셸비를 연기하는 이 단편에서 두 사람의 자세나 태도가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 얼굴을 자세히 보기 전에는 눈치를 못 챌 뻔 했답니다. 아주 닮은 가까운 친척사이지만 누구는 헐리우드 스타가 된 반면에 누구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대조를 그럴듯하게 그려 냈지요.
IMDB에서 꼽은 가장 인기가 좋은 편은 <사촌?>이더군요. 알프레드 몰리나가 스티브 쿠간에게 자기네가 5대조 선조를 공유한 친척이라고 오바하는 모습도 웃겼지만 몰리나가 스파이크 존스랑 친분이 있다는 걸 알고 더듬대는 쿠간의 태도도 뒤집어지겠더군요. 둘 다 자기 자신을 연기했는데 스스럼없이 망가지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제일 공감이 안가는 에피소드는 <르네>와 <문제없어>였습니다. 한 에피소드에 등장인물이 두셋만 등장하는 이 영화의 성격상 등장인물의 원래 페르소나를 끌고 오는 내용이 많은데 이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니 전혀 이해가 안가는 수 밖에요.
첫 에피소드에서 로베르토 베니니가 너무 젊게 보여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래 뵈도 17년을 끈 프로젝트더군요. 뜬금 없이 이리저리 튀는 영화라 어떻게 마무리지을까 걱정됐는데 마지막에 말러의 노래와 <샴페인>으로 끝내는 부분도 좋았고요.
그리고 커피 후유증은 저한테만 있는게 아닌가 봐요. IMDB 사용자 코멘트란에 이런 주의사항이 보입니다.
"Warning - This film can seriously damage your heal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