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저는 '크기'가 주는 비현실적인 느낌에 매우 약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평범한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거나 혹은 정적인 장소에 불쑥 들이닥치는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무언가'의 이미지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율리시즈의 시선'에 나오는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손 같은 것 말이죠.
2.'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일행이 길 아래쪽에 숨어 있을 때 나즈굴이 얼굴을 스윽 들이미는 장면 기억하세요? 제가 그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사실 나즈굴이 거대한 몸집은 아니지만 그 장면에서 보여지는 호빗과의 기이한 크기 대비는 상당히 자극적이죠. 그 때 비로소 그 검고 음산한 녀석들이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사실 전 프로도보다 걔들이 더 좋아요. 특히 타고 다니는 말들이 멋지죠. 2편에서 날아다니는 걸 보고 약간 실망하기까지 했어요.
3.제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이토 준지의 만화에서도 기분 나쁜 거대한 머리가 등장하는 부분이 있었죠. 꽤나 섬뜩해서 가끔 자기 전에 오래오래 생각나곤 했어요. 이토 준지의 만화는 언제나 그런 어이 없는 부조리함으로 신경을 긁어 놓죠. 어딘가 모르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끈적하게 오래 달라붙어 있는 불쾌함.
4.'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거대한 효신의 얼굴이 학교 안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전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아쉬워요. 훨씬 더 괜찮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이런 느낌은 이 영화 전체에 대한 제 생각과 일치합니다. 이 영화를 싫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5.당연히 마그리트의 몇몇 그림도 여기에 해당이 되겠죠. 하지만 이 사람 그림은 하도 여기저기 많이 보여져서 이젠 지긋지긋하기까지 해요. 이런 이미지들은 문득 눈 앞에 나타났을 때의 갑작스런 비현실감이 지나가고 나면 그 매력이 상당 부분 감소되어 버립니다.
6.올려놓은 이미지는 유명한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악마의 씨')의 포스터입니다. 제가 이 포스터를 좋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요. 또한 검은 유모차는 제가 공포심을 느끼는 몇 가지 사물들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 게다가 영화 자체가 진정 무섭잖아요.
7.상관없는 얘기지만 '로즈마리의 아기' 포스터 중에는 이런 것도 있어요. 역시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