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을 관통하게 될 경부고속철도 원효터널과, 이제 1백일을 맞고 있는 지율스님의 단식에 대해 일각에서 난무하고 있는 갖가지 오해와 음해에 대해 몇 가지 측면들을 짚어보도록 하자.
일부에서는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 몇 마리 살리자고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과 지난 11월 재판부 판결요지의 핵심은 도롱뇽이 아니라, 천성산과 인근 정족산에 위치한 고산습지가 터널공사로 인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경부고속철도 공사계획이 발표되고 환경영향평가가 시행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인데, 그 이후 천성산 화엄늪과 정족산 무제치늪이 발견되고 높은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1998년과 2002년 각각 법률로써 생태계보전지역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고속철도는 이 두 고산습지의 지하를 관통하게 되어있다. 이 두 습지뿐만 아니라 천성산과 정족산 사이 고속철도 통과 구간에는 아직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20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고산습지들이 산재해 있다. 고산습지는 우리나라 1만년 동안의 자연환경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타임캡슐이자 야외 박물관이며, 아직도 잘 모르고 있는 희귀한 생물종들이 서식하는 보고라는 점에서 국가가 법률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지역은 고산습지들이 수적으로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유일무이한 지역이다.
문제는 이 터널공사가 혹 천성산과 정족산의 복잡한 지하수 수맥을 끊어서 습지로 공급되는 물이 차단되면 습지가 손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속철도 측은 습지의 물이 빗물로만 채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하수와는 상관없다고 하고, 지율스님 측은 여러 가지 경험적 증거들을 보건대 지하수맥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여기서 경험적 증거는 한겨울에도 산꼭대기 습지의 물이 얼지 않고, 천성산은 정상부에도 물이 풍부하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천성산에 자주 가는 등산인들은 천성산이 계곡들마다 얼마나 물이 풍부한 산인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