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벨님이 회원리뷰에 올린 '괴담'을 보고 생각난 일본 영화 하나. 비디오 대여점에서 '괴담(怪談)'인 줄 알고 집어온 '오니바바(鬼婆)'란 영화입니다. 잘못 빌려온 영화라 시큰둥하게 보기 시작했다가 똑바로 앉아서 손톱 물어 뜯으면서 보았죠.
'오니바바'는 신도 카네토 감독의 64년 흑백영화입니다. 이것도 사실 괴담스럽긴한데, 그냥 미적으로 잘 구성된 전설의 고향이 아니었습니다. 갈대밭이 일렁이는 흑백 화면은 놀랄만큼 아름답고, 이야기는 꽤 깊은 곳까지 여러 층위에서 호소하죠. 으시시하고 소름 돋는 일본 민담이기도 하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감상 없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신도 없고, 도덕도 없는 삭막하고 잔인한 조건에서 생존하는 인간의 얘기거든요. 걸작 호러 고전이란 수사가 호들갑같지 않더군요.
14세기 내란으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일본 시골, 남자들은 전쟁터에 나가 돌아오지 않고, 아무 수입도 없고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굶어죽는 대신 살인을 하고 훔친 물건을 팔아 살아갑니다. 눈썹 하나 까딱 안하고 그냥 논에서 피를 뽑고 밭에 김을 매듯이 더블 액트로 작업을 하죠. 둘은 갈대밭에 숨어 있다가 전투에서 뒤쳐지거나 다친 사무라이들을 죽이고 갑옷과 무기를 벗겨낸 다음 시체는 깊은 구덩이에 던져버리는 거에요. 뭐 아직 살아있어도 그냥 던집니다. 둘은 살인자에 도둑이라기보다 그냥 시체 찌꺼기를 훔쳐서 연명하는 하이에나들 같습니다. 살인과 도둑질의 평범한 하루일과를 마치면 초라한 오두막에서 둘이 나란히 가슴을 드러내고 쓰러져 잠 자는 장면 같은 것도 그런 느낌을 더해주죠.
이럭저럭 아들을 기다리며 살던 이 여자들한테 이웃에 살던 남자가 돌아오면서 성적 긴장이 시작됩니다. 두 여자는 성적으로 경쟁하고, 명백한 패배자인 시어머니는 자신의 생존 때문에라도 며느리를 붙잡아두려 합니다. 하지만 젊은 여자는 시어머니가 잠들면, 혹은 잠든 척하면 갈대밭을 가로질러 미친 듯이 남자의 오두막으로 달려가죠. 사랑이니 감정이니 하는 건 이 영화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적막하고 고립된 갈대밭에 기본적인 욕망과 필요만 있을 뿐이죠. 아마 어떤 베드신보다도 이렇게 달려가는 장면이 그야말로 벌거벗은 욕망을 더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시어머니는 아들을 핑계로 며느리를 붙잡지만 사실 며느리가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고, 어떻게 해서든지 둘 사이를 방해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탈바가지와 관련된 오래된 일본 전설같은 얘기가 끼어들게 되죠. 결말도 꽤 충격적입니다. 지독한 빈곤속에 아무 도덕적 판단도 없이 본능만 남은 인간들의 얘기가 역설적으로 정말 인간적이더라구요.
이후에 신도 가네토의 영화에 관심이 가서 찾아보았는데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더군요. 저는 68년작 '구로네코'가 굉장히 보고 싶습니다만.
* 영어제목은 'Kaidan'과 'Onibaba'로 완전히 다르지만 한자 제목만 언뜻 보고 오니바바를 빌린 실수가 웬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저를 홀려서 집에 따라온 게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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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Lexx를 빌려왔습니다. 컬트 팬이 많은 SF라고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 한번 쯤 보고 싶었는데, 2번째 시리즈밖에 없네요. 얘기 따라가는데 큰 지장이 없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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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 프로그램에서 '판타스틱 4' 소개를 하면서 요안 그리피스를 인터뷰했는데요, 제시카 알바가 등장하지 않는 알바와의 섹스 장면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알바가 연기하는 인물이 투명인간으로 변한 상태라는 거죠. 그 장면 어떻게 찍었냐고 하니까 그리피스는 허공중에 대고 키스하는 시늉을 하면서 '끔찍했다'고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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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도서관에서 'And now the screaming starts'를 발견했습니다. 피터 쿠싱 주연인데, 저는 당연히 해머 호러일 줄 알았더니 아미커스더군요. 해머와 아미커스 영화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