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전일
  • 02-03
  • 673 회
  • 0 건
아기 돼지는 크리스토퍼 로빈의 바지 멜빵을 태어나서 단 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 그런데 그 멜빵이 어찌나 새파란 색이었던지 한 번 보고도 결코 잊을 수가 없었던 거야. 아기 돼지는 그 바지 멜빵을 다시 본다는 상상만 해도 엄청나게 흥분하곤 했지. 그러면서 끔찍하게 신경이 날카로워졌지. 만일 그 바지 멜빵이 진짜로 그렇게 눈에 시리도록 새파란 색이 아니라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걱정이었어. 만일 그 멜빵이 아기 돼지가 이제까지 수없이 보아온 보통의 별볼일없는 파란 색이라면? 하지만 크리스토퍼 로빈이 재킷을 벗었을 때, 아기 돼지는 기뻐서 기절할 지경이 돼. 그 바지 멜빵이 정말 자기 기억 속에 있는 그대로 시리도록 새파란 색이었거든. 그래서 아기 돼지는 그날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이야기는 그저 별것 아닌 멜빵 이야기 같지만, 사실 거기엔 그 이상의 뜻이 담겨 있어. 이 이야기를 읽으면 난 어떤 돛단배 그림이 떠올라. 언젠가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묵었던 어느 시골집 벽에 걸려 있던 그림이야. 그건 분명 아주 평범한 배에 지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나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로 보였지. 매일 저녁 엄마는 나한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난 그 돛단배를 타고 지구를 돌며 낯선 나라들로 배를 저어갔던 거야.






이 편지에서 빙하를 이미 너무나 자주 언급했기 때문에 이제 얀 에리크 볼드의 시 한 편을 덧붙여 보낼게. 이 시를 이해하려면 아마 디플로메이스-에스키모(‘디플로메이스’는 노르웨이의 아이스크림 제품 이름. 그 광고에 에스키모가 그려져 있음─옮긴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할 거야. 한 손을 진짜 에스키모가 인사할 때처럼 높이 쳐들고 있다고. 석 줄밖에 안 되지만 완벽한 한 편의 시야.


운송차에 붙어 있는
디플로메이스-에스키모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는 정말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어. 이렇게 짧은 시지만 그 짧은 시간에 나는 정말 미쳐버린 거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정말 그 아이스크림 차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어. 마치 내가 그린란드 빙하 위에 달랑 혼자 버려져 있다가 갑자기 나랑 똑같이 외로운 디플로메이스-에스키모를 만난 것처럼 말이야!
난 지금 너한테 손을 흔들고 있어.
너도 나한테 손을 흔들고 있니?


.....이게 무슨책의 일부인가요?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184 도시 전설 11 제제벨 4,173 02-03
8183 일본어 윈도우즈 xp에서 한글을 이용하려면? mithrandir 1,735 02-03
8182 [사진재중] 기존 아이팟을 셔플로 손쉽게 변형시키는 법 compos mentis 1,140 02-03
8181 여러 가지 (State of the Union Address, 박정희, 표현행위, 아카데미상 후보작 개봉 일… Cato 1,460 02-03
8180 오랜만에 레종을 샀는데.. compos mentis 886 02-03
8179 이번 그때 그사람들 사태에 관련된 두가지 질문. mithrandir 1,114 02-03
열람 ?? 김전일 674 02-03
8177 음악줄넘기 연수를 받았답니다.그 외 잡담도...(토플준비, 등록금, 군대, 야간대학) 한여름밤의 동화 911 02-03
8176 작은 뉴스들, autechre, ultimate cars.. 데니소비치 1,002 02-03
8175 질문 있어요 holmes 520 02-03
8174 [re] [그때 그 사람들] 가장 어이없는 점 heyday 1,115 02-03
8173 [그때 그 사람들] 가장 어이없는 점 fortunate 2,025 02-03
8172 MSN 바이러스 조심하세요. believeinme 837 02-03
8171 "조이" 어떻게 되었나요? 최형진 1,493 02-03
8170 책 구하기 이신현 966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