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잘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 태양광결핍증
  • 02-04
  • 1,119 회
  • 0 건
출처 : 딴지일보 기사 댓글 게시판
( http://www.ddanzi.com/new_ddanzi/GisaBoard/GisaBoard_resize.asp?db=ddanzi_173&mode=viewcontents&idx=254&searchcategory=&searchkeyword=&page=1&sysinfo=173sp_1010.asp )

제목    : 잘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글쓴이 : 수염고래 글쓴날 : 2005/02/03(15:40)   조회수 : 575 점수 : 62



저는 축구에 대해서 별로 아는게 없는 사람입니다.

7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변병주, 박경훈, 백치수, 백종철 그런 선수들이 저하고 같은 학교에 다녔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때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가 전국대회를 휩쓸고 다녔다고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로 제가 다니던 학교가 전국 최강이었거든요....

사실 제가 다닌 고등학교 자랑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제 나름대로 우리나라 축구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왔고, 그걸 이야기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겁니다. 사실 저는 학교에 다닐때도 몸치라고 놀림을 받았을 정도로 운동은 잘 못하는 사람이고 축구에 대해서도 기술적인 문제나 전술적인 문제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저 요새는 박주영(;; 이 선수가 또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 출신입니다...;;)이가 잘한다 카더라... 아님 아스날이 요새는 억수로 잘하더라... 포르투갈하고 프랑스는 청소년 선수들 잘키워서 10년 넘게 잘 써 묵는다 카더라... 등등의 아주 기본적이지도 못한 그런 축구 이야기만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뿔도 모르는 주제에 축구고 머고 운동하는거 구경하는걸 무쟈게 좋아합니다. 머 몸치인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해서 남들 잘 뛰는거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거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햐튼 남들 뛰는걸 보는게 좋아서 월드컵 이전에도 축구든, 야구든, 당구든, 하다못해 미식축구나, 크리켙 경기도 채널돌리다 나오면 열심히 보곤 했습니다.

꼭 구기 종목이 아니더라도 모든 종류의 운동경기를 보는게 정말 좋더라구요.

2002년,

그 가슴뛰던 한 달이 지난 후, K- 리그가 다시 시작했을 때, 사실 그날은 해양대학교 뒤편 갯바위에 낚시를 하러 가려고 스케쥴 잡아뒀던 날이었습니다만 축구를 보려고 K- 리그가 열리는 구덕운동장엘 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때, 마산공고와 우리 학교 사이에 열렸던 대통령금배 축구대회 결승전 이후 무려 25년만에 축구장에 갔던 것이지요. 우리 국대팀이 월드컵 4강이라는 정말이지 장한 쾌거를 이루고 난 다음이라 까짓 멸치 몇마리 잡는거 보다 이천수(그 당시 울산 현대팀), 송종국(당시 부산 아이콘즈), 이런 선수들 한 번이라도 보는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좋아서 죽을라 그랬고, 아내조차도 운동장에 가는걸 정말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경기가 오후 일곱신가 시작한다 그랬는데 도착은 다섯시도 채 안돼서 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잔디밭, 그리고 한껏 들뜬 관중들의 함성.... 게다가 월드컵 4강의 후폭풍까지... 정말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그런데 말이죠... 너무 일찍 경기장에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삼십분 정도가 지나면서 슬슬 지루해지는겁니다. 칼라 전광판에는 월드컵때 우리 선수들이 뛰는 모습들, 양팀의 모기업 광고들, 골을 넣고 좋아하는 모습들이 몇 번 씩이나 되풀이되고, 잡상인은 들끓고, 여름볕은 따갑고...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감수해야 할 과정이라고 말씀하시면 머 할 말 없습니다.

제게는 무척이나 지루한 시간들이 지난 후,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던 선수들이 본부석 앞쪽으로 쭈~~욱 도열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시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무슨 무슨 장, 무슨 무슨 회장, 무슨 무슨 구단주.... 이런 사람들이 본부석도 아닌(처음부터 우리와 같이 본부석에서 기다리지도 않았던사람들이...) 이상한 곳에서 나타나더니 양팀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더니 선수들이 게임할 생각은 않고, 다시 몸을 열심히 푸는겁니다. 거의 30분이 넘게 말이죠.

그 동안도 전광판에서는 월드컵 명장면 한 컷, 양팀 모기업 광고 한 컷이 되풀이 되더라구요.

적어도 제게는 악몽이었습니다. 니미럴~... 일찍 입장이나 시키지 말던가...


그 날,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K- 리그 경기하는 날 말이죠...

관중입장 시간과 경기 시작시간이 차이가 있다면...

이상한 광고하고, 식상하는 월드컵 명장면, 그런거 내보내지말고...

그 지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축구팀 불러다가 오픈게임을 시키는게 더 낫지 않겠냐... 하는 생각말입니다.

학교 운동장의 맨땅에서 공차는 우리 아이들한테, 잔디에서 뛰는 감, 운집한 관중들 앞에서 쫄지 않고 플레이 할 수 있는 감도 키워주고, 평상시에 텅 비어버린 운동장에서 뛰는 우리 프로축구 선수들도 꽉 찬 관중앞에서 뛰는 즐거움을 주면서, 구단 재정에도 도움을 주고...

결정적으로 수업과 수업에 지친 우리 아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축구경기를 관람하게 해주고, 스트레스 팍팍 풀게 해주자는거죠.

어차피 비어 있을 관람석,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아이들에게 개방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 팀을 열심히 응원하면서 애교심이랄까? 그런거 키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초중고 선수들은 맨땅이 아닌 잔디 구장에서 기량도 닦고, 운집한 관중앞에서도 쫄지 않는 뱃심도 키우고, 운동장을 소유한 구단, 혹은 자치단체에서는 수입도 올리고, 다시 학생들에게 돌아가서 지긋지긋한 자습도 쪼매 덜 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머 그런 생각도 자식들 키우고, 먹고 살 걱정하고 그러다보니 슬슬 잊혀져 가더라구요.

근데요,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간혹 한 번씩, 아내와, 아이들과 즐겁게 보냈던 일들을 돌이켜 볼 때 마다, 그 날, 월드컵 이후 첫번째 K-리그 경기에 갔던 그 날이 빠지지 않고 생각이 나더라구요.

박주영(제 고등학교 후배라고하는 소리는 정말아닙니다. 글쎄 그럴까요?..)이라는 선수가, 자신은 물론, 소속해 있는 청대팀, 나아가서는 국대팀까지 들썩이게 하는군요.

써 놓고보니 참 그렇네요.

하지만,

K- 리그 경기에 앞서, 우리 초중고 선수들 불러다가 오픈게임 시키고, 그 학교 학생들에게 할인권줘서 응원하게 하고, 선수들에겐 잔디와 관중의 압박 앞에서 플레이 할 기회를 주고, 구단이나 자치 단체엔 재정압박을 덜어주고, 프로선수들에겐 관중 들어찬 구장에서 뛰게 해주는 거...

설사 할인권땜에 입장수입보다 구장 보수비가 더 들어간다고 해도, 고려해봐야 한다는게 변합없는 제 생각입니다.






뻥축구 기사보다가,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 한 감독의 전술적인 문제가 아닐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우리나라 축구, 우리나라 축구팬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부산에서 ....

잠수함, 잠항중...


ps : 제 글에 잘못된 곳이 있다면, 제 생각이 짧거나, 견문이 부족한 탓일 것입니다. 충고해 주시면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욕설조차도 받아 들이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게도 저를 따르는 아내와 저를 존경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저도 탄복하며 읽은 글입니다.
정말 저러는 게 훨씬 좋을 거 같아요.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229 '사랑의 기술' 중에서.. 도야지 844 02-04
8228 1g 웹메일 재만 673 02-04
8227 [댄서의 순정] 티저 예고편 DJUNA 1,419 02-04
8226 일련의 박정희 사태에 대한 펌글 (한홍구 교수님의 '2005년의 박정희, 박정희의 2005년') 태양광결핍증 1,145 02-04
8225 (펌) 지율스님은 정당했는가... 도야지 1,247 02-04
8224 夜王 2권 풀빛 1,076 02-04
8223 옥상에서 담배 피우다 실족사 새치마녀 1,284 02-04
8222 Singing in the Rain update? ginger 634 02-04
8221 혹시 '김민' 이라는 만화가를 아십니까 morecookie 1,905 02-04
8220 저녁 먹고 오우삼 놀이. 보솜이 1,098 02-04
8219 엉뚱한 답글일지 모르지만, 글에서 한자를 쓰는 것에 대하여. mithrandir 1,063 02-04
열람 [펌글] 잘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태양광결핍증 1,120 02-04
8217 새만금 관련 소송 사실상 환경단체 승소. mili 550 02-04
8216 날이면 날마다 오는 G-mail 분양 syzipus 733 02-04
8215 유니와 채연.. 최원일 1,53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