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새해(?)인사, KFC 불매운동, 한자어의 사멸에 관한 푸념, "햇볕정책"에 관한 불평)

  • Cato
  • 02-05
  • 1,854 회
  • 0 건
1. 새해(?)인사

   舊正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저야 뭐 이 동네가 휴일이 아닌지라 별 감응이 없습니다만,  특히 “명절 준비”를 떠맡으시는 바람에 고달픈 나날들을 보내게 될 분들께 너무 힘든 연휴가 되지는 않고 조금은 여유를 찾으실 수 있는 기회가 나시길 바라겠습니다. 친척들의 귀찮은 사생활 간섭에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너무 시달리시지 않기도 기원하구요. 앞 뒤로 휴가를 붙여 긴 연휴를 즐기실 계획을 세우시는 직장인들께는 부럽다는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
2. KFC 불매운동에 나선 동물권리 옹호단체

   우연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던 Rev. Al Sharpton(이 게시판에서 제 글을 보고 “즐겁다”고  하시는 분과 비슷한 이유로 저도 이 분을 “좋아한답니다”)이 동물권리옹호단체의 KFC 불매(不買운동)에 가담했다고 하길래 Googling하여 관련 사이트를 찾아 보았습니다. 그 김에 Al Sharpton이 불매운동을 호소하는 비디오까지 보게 되었는데 중간까지 보다가 도저히 더는 못 볼 것 같아 창을 닫았습니다.

   링크를 걸까 했습니다만,  여러분들까지 당분간 닭고기를 못 드시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Googling해서 찾아 보시든지요, Reverend Al Sharpton, KFC, Boycott 정도를 넣으시면 금방 찾으실 수 있을텐데요 (New York Times紙 기사 한 두개 뜨고 나서 바로 나왔던 것 같은데요) 채식주의자이시거나 여간 비위가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아니면 제발 가시지는 말아 주시고, 혹시 접속하시게 되더라도 제 탓은 하지 말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진지하게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논리의 궁극적 귀결은 동물권리옹호 운동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글을 읽은 일이 있기는 했고, 이 동네 와서 채식주의자 친구들도 많이 생겼지만(게이 친구 클리셰 비슷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아직은 이런 주장들이 제게는 생경한 편입니다.
----------------------------------------------------------------------------------------
3. 한자어의 사멸에 관한 푸념

   전 사실 별 생각 없이 漢字를 섞어서 글을 써 왔는데 그게 제 글을 읽는 분들을 불편하고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래 제 글에 대한 답글 및 그에 딸린 댓글들을 읽고 깨닫게 되었네요. (제가 좀 둔합니다^^;;) 이 점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漢字혼용문제는 너무나도 예민한 문제이고, 근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정말 박터지게 싸워 온 주제이기도 한지라 제가 거기에 뭘 더 보탤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제 글에 대한 답글을 주신 분의 성의가 감사하기도 해서 아래에서 몇 가지 제 평소 생각들을 두서 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1) 국한문혼용론자들은 한국어 사용자들 중에서 멸종해 가는 種입니다. 레닌이 “발로 자유를 향해 투표하는 사람들”이라고 1차 대전 때의 帝政러시아 군대 탈영병들을 칭송했듯이, 매일 같이 인터넷 게시판에서, 책을 고르거나 신문을 읽는 독자들의 손에서 순간순간의 투표를 통해 국문專用론자들이 승리해 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2) 중국어나 일본어를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혼용론자들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이미 상식입니다.  본토 중국에서 쓰이는 簡字體만 해도 그렇고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배워 본 분이라면 그런 주장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지요.

(3  漢字를 섞어 쓰는 것은 문맥을 살피면 피할 수 있는 일이라는 취지의 도야지님의 반론에 대해서는 혼용론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주장해 온 묵직한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반론들이 있습니다만,  일일이 그걸 찾아서 예문들을 들어 가며 설명 드릴 여력은 솔직히 제게 없네요. 다만, “언어란 도구가 의사전달 수단의 구실을 하기엔 너무나 더러워졌다”는 언어학 전공한 제 후배의 말처럼, 저로선 섞어 쓰건 섞어 쓰지 않건 말을 정확하게 쓰는 것(공자가 말한 正名이 여기에 해당하려나요)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요새들어 특히 절감하고 있습니다.

(4) 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전 漢字가 우리말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朝鮮上古史를 읽으며 제일 감동적이었던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그런 취지의 주장을 선생님께서 하시는 부분이었지요. 사실 일본어나 중국어와는 발음도 다르고, 훈민정음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어순으로 우리 조상들이 2천년 넘게 글을 적어 오기도 했구요.  혼용론자들의 명백한 패배를 예감하면서도,  그리고 漢字를 사용한 조상들이 주로 극소수의 지배층이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아 우리 세대에서 드디어 우리조상들이 2천년 넘게 지켜온 漢字를 잃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솔직히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일부 고전 연구를 하는 학자들을 지원하면 될 것이라는 묵직한 반론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면서도, 한 때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기만 하면 漢字 섞인 신문을 읽을 수 있었던 시절도 완전히 과거 얘기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 괜히 슬퍼지기까지 합니다.

(5)  한글專用론을 강력하게 추진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박정희 “장군”이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더 슬프고 짜증이 납니다.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께서 학교 다닐 때 漢文을 배우지 못해서 박물관 가서 설명문을 읽을 때 영어를 먼저 읽고 그걸로 대충 漢字로 뭐라고 썼는지 짐작하셨다면서 박정희 “장군”을 크게 원망하시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개인적 체험을 말씀 드리자면, (제 잘난 맛에 흠뻑 취한 아니꼬운 얘기가  될터이니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우선 드리고요-_-)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모두 국어 선생님이 아닌 漢文을 제대로  공부하신 선생님으로부터(그 분들의 기준에 의하면 四書三經을 읽어 본 사람을 뜻하는 것이더군요) 배웠다는 걸 전 대단한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만, 저 역시 중학교 때 예습을 제대로 안 해가면 漢文 선생님으로부터 엄청 두들겨 맞았었지요. 요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만, (거의 각 교실의 빗자루가 남아 나질 않았으니까요) 제가 둔한 탓인지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나쁜 감정은 없었던 것 같네요.

대학 학부 1, 2학년 때는 동양사학과를 가고 싶어 했던 것에 대한 막연한 보상심리 같은 것도 작용해서 교양과목이라도  “동양의 고전” 같은 것이나 동양문화사 쯤에 해당하는 과목들을 듣기도 했었구요, 고등학교 때 한문선생님을 찾아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이 論語集注를 배우던 일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전공서적들이 워낙 漢字가 많이 섞여 있는 것으로 원래 악명이 높기는 합니다만, 뭐 생존을 위해서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 들였었구요, :-( 시험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는 짧은 시간에 개념어들을 漢字로 쓰는 훈련을 해야 하니까 (과 선배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었습니다만) 그간 주로 읽기만 해 오다가  쓰는 실력은 그 때가 제일 좋았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흠, 그 후에 밥벌이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뭐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메모를 하면서 (아무래도 漢字 쓰는 감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라도 섞어 쓰게 되는 편이구요, 미국에 오게 된 다음에는 특히 일본, 중국 친구들과 (장난 수준입니다만) 筆談을 하게 될 때 그 친구들을 조금 놀라게 하는 재미도 있고 (한국이 漢字를 “썼었다”는 것을 모르는 친구들이 특히 중국 친구들 중에 의외로 많더군요), 홍콩 여행을 갔을 때 뒷골목에서 중국茶 흥정을 하면서 영어 못하는 가게 주인과 筆談했던 것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모든 개인적 즐거움과  漢字를 알게 되며 느꼈던  知의  기쁨이랄까요, 그런 것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얘기입니다만, 한국어에서의 漢字語의 운명을 생각하면 悲感해집니다. 예, 사멸해 가는 언어(문자)니까요. 다른 건 제쳐 놓고라도 솔직히 한글專用론을 극단적으로 몰고 나갔을 때 논리적 귀결이 될 수도 있는 反知性주의는 정말 때론 무섭기도 하구요. (이 게시판에서 예의를 지켜 가시면서 專用론쪽에 서셨던 분들을 두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제 처지가 “증기기관이 도입될 때에 살았다면, 마차를 계속 타야한다고  주장했을 사람이, 현대에 사는 탓에 증기기관차 복원 운동에 나서게 된” 경우보다도 못한 처지라는 건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
4. "햇볕정책" 에 관한 불평 등등

북한의 중국(영향권)에의 편입에 관한 글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처음부터 공상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을 한 번 제기해 보겠다는 작정을 하고 쓴 글이었습니다. 정치적 실현 가능성은 전혀 없는 순진한 주장이라는 지적도 겸허히 수용합니다.  “민족주의”를 건드린 위험한 글이었다는 것도 인정하구요.  제가 언제부터인지 “낚시질”에 신경쓰는 사람처럼 되어 버렸는데 (휴우, 이제 본심이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안 믿으시겠지만) 어쨌든 여러 댓글들을 통해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몇 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1) “책장 다섯 개에 있는 책을 다 걸겠다”는 댓글을 보자마자 전 사실 한숨부터 나오더라구요. :-( 지금 있는 책들도 처치 곤란인데 (절대 자랑하는게 아닙니다. 한 번이라도 이사를 해 보신 분은 무겁고 부피가 크기만 한 책이라는게 얼마나 골칫 덩어리인지 잘 이해하실 겁니다) 셈은 안해 보았어도 큰 책장 열 다섯 개쯤은 너끈히 채우고도 남을 겁니다. 대학 1학년 때 한 번 세어 보았을 때 참고서, 교과서 빼고도 500권이 넘었고, 그 후에 별로 책을 버리지 않고 안 읽는 책들도 “한 페이지라도 읽으면 남는다”는 신조로 사 모은 관계로 (그래 놓고도 이번 주에 아마존에 다섯 권 책을 주문했지요-_-) 지금도 저것들을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골치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어차피 논리로도 제가 진 것으로 할터이니 기회가 생기면 제 책이라도 좀 가져가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2) 당연히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북한정권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주민/북한정권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김대중 前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큰 지도력을 발휘하신 점, 노동조합을 설득해서 (그 분이니까 가능한 일이었지요) 대규모 해고를 수용하게 만들었던 점, 멀리는 80년대 중반의 在野시절의 3非원칙 천명(비폭력, 非반미, 非用共)에서 2002년 퇴임 직전에 한미관계에 관한 老정치인으로서의 충고 등등에 이르기까지(당시 이회창씨가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코미디까지 벌였던 걸 보면 정말 용기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다시 갖기는  어려운 훌륭한 정치 지도자였다고 생각합니다만 –뭐 물론 제가 존경하는 부분이 다른 분들이 존경하는 부분과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남북정상회담” 때 55분인가 우리 쪽 경호원 및 수행원들과 모든 접촉을 차단하고 상대방에게 의탁했던 사건, 기업이 한 푼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도 얼마나 고생하는가를 밥벌이하며 지켜 본 저로서는 무슨 명목이 붙었던지 간에 4억불인지 5억불인지 하는 생돈이 그 명목대로 쓰였는지도 심히 의심스러운 상태에서 건네진 것에 대해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뛰는 심정입니다.

(3) 그래서 “햇볕정책”이라는 것은 사실 멀리는 노태우 정권 시절 때부터 한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사실 다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잘 알면서도, 도저히 제 감정으로는 수용을 못하겠더군요. 더군다나 “우리 민족끼리 잘 해 보자”는 얘기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말씀 드리면 거의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면서 (레드 컴플렉스라고 부르셔도 좋습니다) 아 이거 무슨 “뻘밭에서 같이 뒹굴자”는 얘기인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그 때의 “민족”이 북한 주민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저도 찬성입니다만, 현실적으로 “북한정권”이 될 수밖에 없지 않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있구요, 그 정권과 주민 간의 관계는 인질범-인질의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고 있는 저로서는 (반공교육의 도그마에 사로잡혔다고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만 정신병자에게도 敵은 있을 수 있는 법입니다) -아니 하다못해 Tsunami 성금을 낼 때도 구호단체가 제대로 피해자들을 위해 일하는지 따져 보고 그 돈이 제대로 가는지 따져 보고 성금을 내는데 말입니다.- 계속 투덜투덜하는 것이지요, 뭐.

(4) 제 이런 "정신분열적" 상태는 리뷰게시판에 새로 올린 "남아 있는 나날"의 "리뷰"를 보시면 짐작하실 수 있으실듯 싶습니다. (이제 옆 게시판 글까지 낚시질에 동원했냐는 따가운 눈총이 느껴집니다. OTL)
----------------------------------------------------------------------------------------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259 말아톤 로즈마리 944 02-05
8258 예전 티비 드라마 ginger 1,547 02-05
8257 100일 단식? 세계최고기록은? 준하 1,241 02-05
8256 [펌] 미발추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Modiano 1,189 02-05
8255 배우들의 외모 DJUNA 2,569 02-05
8254 언어의 순위 재만 1,164 02-05
8253 안녕! 프란체스카 도끼씬 버터플 1,220 02-05
8252 이분들 중에 누가 감독을 하면 제일 재밌는 영화를 만들까요 + 잡담 Q 1,584 02-05
8251 [질문] '클로저'의 closer는... eoehr 1,256 02-05
열람 여러 가지 (새해(?)인사, KFC 불매운동, 한자어의 사멸에 관한 푸념, "햇볕정책"에 관한 불평) Cato 1,855 02-05
8249 어제 베스트 극장 tori 1,291 02-05
8248 종각에 반디앤루니스 서점 오픈, nkino 개편, 네이버 영화 개편, 안녕 프란체스카. mithrandir 1,684 02-05
8247 윗글의 원본인 듯한 글 morecookie 824 02-05
8246 [re] 관련해서 한토마 펌글 하나 웨이브장 1,538 02-05
8245 지율스님도 결국 돈에 따라 움직였던 걸까요.... ckueique 1,916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