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연암의 작품들이 많이 패러디 되는군요.

  • 나미
  • 02-07
  • 1,229 회
  • 0 건
다음은 학교대사전에서 퍼온 '호질' 입니다.
출처 : http://myhome.naver.com/ssanzing2/


호랑이의 꾸짖음(虎叱)
원작 박지원


범이란 영특하고 갸륵하고 문무가 겸전하고 자애롭고 효성 있고 어질고도 슬기롭고 용맹이 놀랍고 장하여 천하에 적수가 없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범을 두려워하니 그 위엄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다.

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귀신이 붙는데 이를 창귀라 한다. 하루는 범이 창귀들을 불러 물었다.
"인제는 해가 저물어 가는데 어데 가서 끼니를 치를꼬?"
첫째 창귀가 자랑스레 말했다.
"저는 벌써 저녁 끼니를 점찍어 두었습니다. 이름은 교사라 하며 한 번 시험을 보아 합격하면 학생들을 가르치며 평생 안정된 직장을 가져 걱정이 없습니다."
범이 혀를 차며 말하였다.
"물이 고이면 썩는 법이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가다듬지 않으면 녹이 슬고 묵은 지식이 되나니 그것을 어데 쓰겠느냐. 또한 교사의 본분은 본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인데 안정된 직장을 구하자는 안일한 생각만으로 교사가 된다면 이 어찌 바른 일이라 할 수 있겠느냐. 이러고야 그 놈의 고기는 많이 움직이질 않고 가만히 있어 맛이 퍼석퍼석할 것이거늘 어찌 그 놈을 먹을 것이냐!"
첫째 창귀가 무안해져 변명하였다.
"제도와는 관계없이 뛰어난 교사들이 있으니 그들을 취하십시오."
범이 성을 내며,
"그들은 수효가 적어 가려내기 힘든데 나더러 일일이 교사들의 고기를 맛보란 말이냐?"
하니, 둘째 창귀가 나서 말하였다.
"다른 맛 좋은 고기가 있습니다. 이들은 배우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배워 이미 알며, 단기간 만에 온갖 지식을 배우고 익힙니다.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여서 이를 향해 정진하니 이들은 '학생'이라 합니다."
범이 얼굴빛이 변하여 질책하였다.
"다른 곳에서 배워 이미 안다는 것은 교사의 수업을 우습게 볼 여지가 있다는 말이니 어찌 바른 일이라 하겠는가. 또 목표가 오로지 하나이고 지식을 구겨 넣는데에만 열중한다면 사물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없고 또한 지혜가 없을 것이니 그 많은 지식을 다 어데 쓴단 말이냐. 필시 그 고기는 여러가지 맛을 낼 것이로되 그 맛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잡될 것이다."
셋째 창귀가 나선다.
"제가 찾아낸 고기는 다릅니다. 이들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지극정성만으로 자식의 앞날을 생각합니다. 또 자식이 뒤쳐질까 노심초사하여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으고 학원을 등록한다고 합니다."
범이 말했다.
"그것은 필시 학부모란 고기렸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식의 앞날이란 것은 고작 안정적인 수입에만 그 뜻이 있고 학생 본인의 적성에는 뜻이 없으니 어찌 이를 올바른 일이라 하리. 게다가 사교육 열풍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니 교사인들 어찌하며 또 학생인들 교사들을 불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고기는 맛이 있을 듯 하면서도 없을 것이니 어찌 하란 말인가."
범이 기운 없어 하자, 넷째 창귀가 말했다.
"학원강사란 고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의 교사들보다 우수한 능력을 갖추었으며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돕습니다.
범이 실망하여 말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가 아닌가. 이들은 어디까지나 장사치에 불과하다. 대부분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이용하여 학생들을 모집하기 일쑤이고 가르친다는 것도 참된 것이 아니라 교묘한 잡기에 불과하니 이런 고기는 겉부분은 먹을 만 해도 속을 쓸 데가 없을 것이다."
창귀들이 모두 입을 다물자, 범이 포효했다.
"어찌 이리도 먹을 고기가 없단 말이냐! 세상이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을 것인데 대체 어떤 놈이 이리도 망쳐놓았단 말이냐. 그 놈을 찾아내면 용서치 않겠다."


이 때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검은 색 자동차가 갑자기 문제를 일으켜 멈춰서고 말았다. 운전기사와 그 주인이 차에서 내려 그 멋진 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 지를 살피고 있는데 범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운전기사는 혼비백산하여 달아났으나 주인은 몸이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이 차가 네 것이냐? 네놈은 누구이냐?"
그 자가 말을 못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창귀들이 범에게 속삭였다. 범이,
"네 놈이 바로 내가 찾던 녀석이구나!"
라고 소리칠 제, 천지가 진동하고 만물이 두려워 하거늘 한낱 인간 따위가 이를 어찌 견디리요. 인간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 뿐이 었다. 범이 아무 말이 없자, 교육부장관님은 용기를 내어 변명을 하였다.
"제가 아무리 무지하기로서니 어찌 문제를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죄다 학원에 보내 버리고 일선 교사들은 제대로 하는 자 적고 학생들은 학교 알기를 우습게 알고 학원과 참고서만을 신봉하니 제가 어떤 일을 해 봐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범이 교육부장관님의 구차한 변명에 노하여 말했다.
"그래서 네가 정책을 그렇게 자주 바꾸어 보는 것이구나. 하지만 남 탓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학생들이 처음부터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학부모가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렇게 학원에 죽어라 아이를 보낸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교사가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지 않겠는가? 또 어떤 학원이 오는 학생도 없는데 공교육을 누르고 번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기본적인 문제는 해결을 하지 않고서 몇 만가지 정책을 써보고 바꿔보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만일 의사가 환자가 열이 난다 하여 그 원인은 살펴보지도 않고 해열제만 처방한다면 너는 그 의사를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의사보다 더 중요한 자리에 있는 네가 그 의사보다 나을 것이 없다면 어찌 천하사람들이 너를 비웃고 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또 너는 사람들이 아무 대책 없이 너를 비난한다고 하지만 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너이니 그 사람들이 대책이 없는 것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에는 학원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학교가 바로서면 저절로 없어질 텐데 무슨 임시 처방이냐? 새 도시를 만들 때 학원가를 조성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차라리 학원을 압도할 만한 좋은 학교를 그 자리에 보란 듯이 세우면 될 것이 아니냐? 너는 지금 공교육을 옹호하는 것이냐 아니면 사교육을 옹호하는 것이냐? 게다가 최근에는 공기업을 가장한 사기업을 부흥시켜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느냐? 그리고 너는 각 학교의 내신 시험이 모두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느냐? 수능 원점수를 공개 안하면 입시 과열 경쟁이 해결되느냐? 이렇게 사니 해마다 사과하느라 바쁘지 않은가?"
"범님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죽을 죄를 졌으나 살려만 주십시오."
교육부 장관님이 눈물을 흘리시며 고개를 조아리셨다. 시간이 지나 고개를 들어보니 범은 가고 없었다. 교육부 장관님이 일어나 옷 매무새를 매만지시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 그를 보고,
"장관님, 어째서 이런 곳에서 차를 세워두고 눈물을 흘리고 계신지요?"
하니, 교육부 장관님은
"문득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입시 경쟁에 내몰린 불쌍한 학생들이 떠올라 차에서 내려 곰곰이 생각 중이었소. 그런데 그 불쌍한 학생들을 생각하니 문득 눈물이 나더구려. 아무래도 2008학년도 내신 비중 증가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듯 하오."
하시더라.

나는 이르노라.
이 글은 어느 대학의 길가에서 주운 것으로 작자의 성명은 알 수 없지마는 대체로 보아 현대의 한국 사람들이 비분강개하여 지은 글로 보인다. 교육 현실이 한심하여 극에 이르렀으니 범도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는다.
이 글은 대체로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에서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 듯 하나 이치에 당찮은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교육 현실이 문제인 것만은 맞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문제 상황이 오래되어 체념하나 이것이 어찌 한갓 운수이겠는가. 우리의 교육현실은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으며 그 때에는 위와 같은 글도 쓸모가 없어질 것으로 믿는다.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8319 내가 본 최고의 미인 사진 hybris 3,513 02-07
8318 유니 뮤직 비디오, 뻐끔쇼, 정시아, 복합기 DJUNA 2,485 02-07
8317 여러 가지 (피규어, 위기의 칼리 피오리나, 신라 경문왕, 이라크-남베트남-한반도, 수퍼볼광고) Cato 1,464 02-07
8316 한국배우들이 잘하는 연기 사과식초 2,726 02-07
8315 잭 앤 셀리 오랜변비 734 02-07
8314 노르웨이가 그렇게 춥나봅니다. (펌) 태양광결핍증 1,937 02-07
8313 Oscar Quiz 안보이는 22번은 여기에... 오랜변비 646 02-07
8312 Oscar Quiz 오랜변비 638 02-07
열람 유난히 연암의 작품들이 많이 패러디 되는군요. 나미 1,230 02-07
8310 나름대로 질문(?) miru 816 02-07
8309 이터널 선샤인 개봉 연기됐나요? zn 924 02-07
8308 과대평가되는 사람들 Never mind 3,046 02-07
8307 'War of the Worlds' Super Bowl TV Spot mithrandir 511 02-07
8306 두 가지.. 최원일 1,089 02-07
8305 볼때마다 열받는 신문기사들..그리고 취업난, 대학교육과 관한 잡생각 그냥그렇게 1,490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