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바스의 추억' (약간의 잡담)
로버트 벤튼 감독의 'Nobody's Fool'은 정말 이 추운 겨울 날씨에 마음이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입니다. 폴 뉴먼이 이 영화로 오스카에 8번째로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보면서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더군요. 인생의 낙오자 느낌이 풀풀 나는 가운데,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할아버지 설리를 폴 뉴먼은 스타 아우라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여느 성격 배우들 못지 않게 탁월히 연기합니다. (혹자는 앨버트 피니에 비유하고, 로저 에버트 할아버지는 말론 브랜도와 폴 뉴먼을 비교해 가면서 폴 뉴먼이 어떻게 '잘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브루스 윌리스와 멜라니 그리피스가 설리의 앙숙인 칼 로벅과 그의 아내 토비 로벅으로 나오는데 아마 이 둘의 가장 멋진 연기들 중 하나가 되어도 손색없을 것입니다. 멜라니 그리피스는 영화 분위기에 이상할 정도로 딱 들어맞는 깜짝 쇼로 절 놀래켰는데, 그 행위는 선정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워서 감탄을 자아낼 수 없더군요. 또 마지막에 토비와 설리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은 아직도 생각해도 훈훈한 감동이 절로 나옵니다. 브루스 윌리스는 특유의 껄렁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웃기고요. 아마 터프 가이가 아닌 그저 평범한 건축 회사 사장에 비서랑 놀아나는 건달을 연기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이 외에 제시카 탠디 할머니가 설리의 하숙집 주인이자 옛날 스승인 피플스 여사으로 나오는데, 이것이 이분의 마지막 영화들 중 하나라고 합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도 단역으로 나오는데, 설리의 또다른 숙적인 레이머 경관으로 나오지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통통하고 어벙합니다. 또,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처럼 어벙한 얼간이 역에 제격인 조연 배우 프루잇 테일러 빈스도 설리의 바보 같은 동료 러브로 나옵니다.(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시면 '아이덴티티'에서 다중인격 정신 질환자인 연쇄 살인마로 나왔으니 참고 바랍니다. 안구가 제멋대로 돌아가는 장애(nystagmus)를 오히려 장점으로 사용한 좋은 배우이지요. 여기서도 여전히 안구가 제멋대로 돕니다.) 좋은 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Nobody's Fool'은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이 추운 겨울 날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심심하면 비디오 가게 뒤져서 보시길 바랍니다.
P.S.
오늘(정확히는 어제) 오후 조연 배우들에 대한 제 답변입니다.
빈센트 도노프리오
'맨 인 블랙'과 '풀 메탈 재킷' 이후로 늘상 주목하는 조연배우입니다. 요즘엔 '발 킬머의 집행자'에서 소름끼치는 악역을 연기했지요. '에드 우드'에서는 오슨 웰즈를 연기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더빙을 했습니다. 사실, 자세히 보면 오슨 웰즈가 떠오릅니다. 에버트 할아버지도 '필링 미네소타'와 '맨 인 블랙'에서 이 배우가 맡은 역을 설명할 때 오슨 웰즈를 언급하는데.... 우연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RKO 280'에서는 리브 슈라이버가 대신 오슨 웰즈를 연기했습니다. (역시 좋은 연기를 보였지요) 그러고 보니 '플레이어'에서는 팀 로빈스에게 엉뚱하게 살해당하는 시나리오 작가로도 나왔지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여인의 향기'에서 크리스 오도넬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이겼지만... 인생은 예술을 이상하게 모방하는 듯 합니다. 현재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더 환영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매그놀리아'에서 제이슨 로바즈를 정성껏 돌봐주는 천사표 간호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외에 '펀치 드렁크 러브', '리플리', '레드 드래건', '해피니스'(정말 가~련합니다) 등이 기억에 남지요. 아, 어느 영화에서 횡령을 일삼는 무모한 은행가를 연기해서 호평을 받았다는데.... 뭐였지요?
제이슨 로바즈
이 분이 주연을 맡은 것을 거의 보지 못해서 저는 여전히 이 분을 조연배우로 기억합니다. '줄리아'와 '대통령의 사람들'로 2년 연속 오스카 남우 조연상을 받았는데, '줄리아'에서 착잡한 심정의 제인 폰다를 위로하는 그의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지요.(사실 이 흐느적거리는 영화에서 유일하게 뭔가 마음에 와닿는 순간들이 제이슨 로바즈가 등장하는 순간들입니다) '필라델피아'에서 톰 행크스의 상사로 나오고, '매그놀리아'에서는 다 죽어가는 말기 환자로 나오는데... 얼마 안되서 사망했다고 합니다.
스티븐 토볼로스키(Stephen Tobolowsky)
누군지 모르세요? 글쎄... 저도 이 분 이름을 모르지만 영화에서 자주보는 분입니다. 안경끼고 사무적인 느낌을 주거나 좀 재수없는 티를 내는 조역/단역에 자주 얼굴 내미는 분이시지요. 최근에 '가필드'에서 악당으로 나왔습니다. '스니커즈'에서 매리 맥도웰이 유혹하는 직원으로 나온 것을 본 이후로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자주 보는 분입니다.
제임스 레브혼(James Rebhorn)
이 분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이지만, 이분 모습은 영화팬들이 많이 기억하실 것입니다. 악당과 강압적인 아버지, 부패 정치인이 이분 장기이고, '인디펜던스 데이'에서의 국무장관이나 '게임'의 수수께끼의 인물(CRS 매니저 혹은 배우), 'I love Trouble'의 악당 부하를 언급하면 아마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J. T. 월쉬
좋은 조연배우였는데,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깝지요. '어퓨굿맨'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Grifters'에서 아네트 베닝의 전 파트너로 나왔지요. 저는 '플레전트빌'에서의 보수적인 마을 시장으로 이분을 기억합니다.
해리 딘 스탠튼
'파리 텍사스'에서는 주연이었지만, 전 늘 조연으로 기억합니다. 14살 때 '광란의 사랑'을 보면서 니콜라스 케이지와 로라 던은 뒷전에서 두고 다이앤 래드 아줌마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한 가운데, 이 싸이코 아줌마의 어벙한 남자 친구가 꽤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이 해리 딘 스탠튼입니다. '마이티'나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보니 리차드 판스워스만큼이나 죽을 때가 가까운 것 같이 보이는 이 분은 아직도 살아계십니다. 에버트 할아버지가 이 분이나 M. 에멧 월쉬가 등장하는 영화는 늘 볼만하다고 확언할 정도 좋은 성격파 배우이지이요.
엘든 핸슨(Elden Henson)
'마이티'에서 7학년을 세번째 다니게 된 머리가 둔하고 덩치 큰 주인공 맥스를 감동적으로 연기한 이 배우는 당시 21세였습니다. 좀 어려 보이는 모습 때문에 당연한지 모르지만, 키어란 컬킨과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을 보면 정말 애같습니다. '크레이지 핸드'(목 들고 다니다가 결국 테이프로 제자리에 붙입니다. 세스 그린과 함께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였던 것 같습니다) '나비 효과'(주인공의 친구로 나옵니다), 'O' 등에서 보실 수 있는데, 앞으로 좋은 조연 배우로 자주 만날 것 같습니다.
도니 왈버그
'식스 센스'의 그 으스스한 도입부 하나를 위해 이 배우는 체중 감량을 15kg 정도 빼고 인물 심리 파악을 위해 한밤중에 공원에서 자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즈'에서 립튼 대위로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드림캐처'에서는 거의 알아보지 못할 지경으로 나와서 황당하더군요.
곧 우리에게 올 영화....
Marilyn Hotchkiss' Ballroom Dancing and Charm School
등장하는 배우들이 아주 빵빵합니다.
로버트 칼라일, 마리사 토메이, 매리 스틴버겐을 위시로 해서, 숀 애스틴, 도니 왈버그, 엘든 핸슨, 어니 허드슨, 대니 드비토, 존 굿맨... 이런 멋진 배우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꽤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