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자의 로망을 짓밟은 걸까?
지난 설날연휴에 제게 개인적으로 두 개의 건수가 생겼습니다. 맞선과 소개팅 제의가 동시에 들어온 겁니다.! ^0^
맞선이야 뭐, 남들 그러듯이 집안 어른들 통해서 들어온 거고 소개팅은...좀 의외의 경로로 들어왔는데, 제 친구녀석이 자기 남동생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제의 한 겁니다. 근데 이런 제의가 들어온 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가 생겼죠. 약속 날짜가 겹친 겁니다! 이 시절을 사는 현대인들은 어찌나 바쁘던지 데이트도 하루에 두 번씩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데요.(아무리 일정을 조정해 보려고 해도 영...--;; )
결국 하루에 두 탕을 뛰기로 하고....어찌됐든, 간만에 좀 신나게 놀아보자! 고 결심하고 미장원으로 뽈뽈뽈 달려가서 여지껏 미뤄뒀던 머리도 하고 얼굴 맛사지도 받고...옷장에 고이 모셔 둔 (사실은 살이 쪄서 못입었던..--;;) 새 코트도 꺼내 걸치고...나름대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맞선에서 만난 분은 역시나...모든 맞선이 그렇듯, 제게는 영-아닌 분이더군요. 직업도 괜찮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는데, 너무 아저씨 같아서....--;; 아뭏든 제 취향은 아닌 남자라 커피만 마시고 헤어지려고 했습니다만...시간이 저녁식사 때라, 또 저를 만나러 좀 먼길을 오신 분이라 언듯 이만 가보겠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데요. 그래서 결국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이 분이 동료에게 좋은 레스토랑 하나를 추천 받았다면서 그리고 가자는 겁니다. 그런데, 그곳은 정부청사 옆으로, 우리들이 만난 장소에서 차타고 족히 20분은 달려가야 할 거리에 있었습니다. (근데, 지금 시간은 7시, 친구녀석이 영화예매한 시간은 9시 30분....--;; 근데 그 극장까지 가려면 여기서 버스타고 1시간. T.T)
정말 난처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인근 식당을 적극 추천했습니다. 근처엔 고급 일식집이 즐비하게 있었습니다만, 거긴 너무 비싸서 가자고 하긴 미안하니까....생각끝에 순대집들이 떠오르더군요...--;; 이곳은 순대국밥으로 유명하다.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순대 좋아하세요? 그리로 가죠?
했더니...그 분 정말 난처한 표정을 짓데요. --;; 저야 뭐 빨리 먹고 헤어질 생각 뿐이었기 때문에....게다가 그분이 가자고 하는 그 레스토랑은 엄청 비싼 곳이라서 영...부담이 되더라구요. 결국 그 분이 순대국밥은 싫다고 해서 근처 분식점에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아, 난 역시 떡볶이가 최고...--;;)
그 분과 헤어지고 총총걸음으로 친구와 만나 영화를 보고 - <클로저>를 봤습니다....참, 기분 꿀꿀하데요. - 영화 끝나고 친구가 소개해주는 남동생 친구를 만났습니다. 저 보다 젊다는 것 빼면 이 쪽도 그닥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사람은 착하고 좋은 남자였지만. --;; (연애는 좋은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는 안되는 듯 T.T)
근데, 문제는 그 후에 터졌습니다. 맞선 얘기를 상세히 들은 제 친구녀석들이 절보고'무정한 인간'이라며 절 성토하기 시작한 겁니다! 뭐, 남자의 로망을 짓밟았다나...--;;
얘긴 즉, 남자에게도 '여자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 겁니다. 뭐 여자는 화장실도 안가고 방귀도 안뀌는 그딴 유치한 거 말고 남자들도 간만에 잘 차려입고 그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잡으며 간만에 여자와 식사를 즐기는 뭐...그런 생활의 여유 같은 환상이 있다는 거죠. 근데 그걸 내가 져버렸다고.
"근데, 그래도...그 레스토랑은 넘 비싼데였어. 그리고 난 그 아저씨하고 더 만날 생각도 없었단 말야.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한테 뭐하러 그런 비싼 돈 쓰게 하냐...양심에 찔린다."
고 했더니, 이 녀석들이 왈,
" 야, 임마... 남자들 한테도 그런데 갈 기회가 흔한 줄 아냐? 레스토랑은 남자의 로망이라구...어쩌다가 여자랑 기분내면서 가는데야, 평소 그런데 가 보고 싶어도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갔을 거라구. 게다가 그 사람이 계속 그 레스토랑 얘길 했다며? 간만에 분위기 즐기려고 한 사람한테, 뭐 어딜 가? 순대국밥집? 정말 깬다... 너 정말...생각이 있는 놈이야?"
"아니...난 그게...자주 가는 게시판에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와서...남자들이 데이트 때마다 여자들이 자기 들 뜯어먹는다고 아주 성토가 대단하더라구...그래서 딴에는 그 아저씨 생각해서 그런건데..."
"그거야 아직 어린애들 얘기고, 그 남자는 대기업에 다녀서 돈도 많이 번다며? 그깟 한 번 레스토랑 가서 칼질하는게 대수였겠어? 고양이 쥐 생각하고 앉았네."
......--;; 아뭏든 잔소리 한 바가지 얻어먹고 그것도 모자라서 내가 출근한 날에 따로 모인 친구녀석들까지 저 일로 저를 씹고(?)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제 동생 녀석도 한 소리 하는군요. '그렇게 그냥 헤어진건 정말 잘못한거다.' 라고 하길래, 한 마디 했죠. 그럼? 마음에도 없는 남자 계속 만나서 뭐하게? 이것저것 사달라고 따라다니라구? 그 남자한테 쓸데없이 돈쓰게 만들기 밖에 더 하겠냐? 했더니, 암말도 못하는 군요...--;; 그래도 정말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건지....좀 찝찝하긴 합니다. 사실, 친구들에게는 성토라기 보다는 웃음거리가 됐지만...T.T
그 분에게 주말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는데, 그냥 피곤해서 집에서 쉬겠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간만에 약속없는 느긋한 주말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