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컨스트럭션, 쉘로우 그레이브, 루이 암스트롱 기타 등등

  • 트루스
  • 02-17
  • 8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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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컨스트럭션>을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액자식 구성이란 건 알겠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래서 뭘?
어쨌다고? (ㅠㅠ)

사실 첫 장면부터 좀 한 5분 놓쳤습니다.
헐레벌떡 뛰어갔지만 영화는 벌써 상영되고 있더군요.
새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악몽이...
(늦어서 앞의 10분 정도를 까먹고 영화를 봤거든요.
얼마나 후회를 했던지. 물론 이건 비디오테잎으로 다시 보긴 했지만.)

내용은 애인과 남편이 있는 남자와 여자의 하룻밤 사랑 얘깁니다.
여타의 영화와 좀 다르다면 남자가 여자와 사랑을 나눈 다음날
남자는 투명인간(?)화 된다는 겁니다.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거죠.
대강 이러한 내용인데 편집과 화면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인물들 간의 거리 설명을 표현하는 장면이요.
효과적이면서도 독특하게 하더군요.
멀찍이 카메라를 띄워 놓고(마치 위성 촬영을 하는 것처럼) 인물과 인물이 있는 장소를
화면 위에 점으로 표시하고 인물과 장소의 이름을 표시합니다.
지도 검색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CSI나 24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번 더 봐야 좀 더 이해가 갈 듯 한데
내일이 마지막 상영이라는군요.

영화 속에서 중간중간 화자 내지는 해설자 역할을 하는 남자는
X-FILE의 담배 피우는 남자를 연상시켰습니다.

오랫 만에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극장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문득 생각난 웃긴 얘기가 있어 갑자기 웃음이 나는 군요.
네이버 지식검색에서 어떤 이가 서울시에 있는 극장을 등급별로 분류해 놨는데
좋지 않은 등급에 있던 극장 중 1위가 서울극장이었습니다.
이유가 불나면 타죽기 알맞다는 거였습니다. 하하 ;;
그리고 2위는 씨네 코아. 역시 같은 이유로.;;;
그런데 씨네 코아는 칭찬(?)받은 게 하나 있는데
영화 자막 다 올라갈 때까지 불 켜지 않는 몇 안되는 극장이라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최근에 자막 다 올라갈 때까지 불 켜지 않는 극장이 별로 없더군요.
-짧은 시간 안에 청소하시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가끔 자막 다 올라갈 때까지 앉아
있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뒤에 나오는 깜짝화면(?)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영화의 여운을 조금은 안고 가고 싶어서요.


2.
<쉘로우 그레이브>
볼 때는 그렇게 좋은 느낌을 가지고 본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뇌리에 영화의 이미지가 각인되어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사실 전 이 영화 볼 때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누구 감독이며 누가 나오고 어떤 내용인지도 몰랐죠.
물론 대강의 시놉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의 분위기나 그런 건 전혀 예상못하고 있었죠.
그래서 처음 30분간은 이 영활 계속 봐 말아 하며 고민했습니다.
전 호러를 싫어해서 호러 비슷한 음산하고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나는 영화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그래도 꾹 참고 마지막까지 봤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압권이더군요.
이 장면이 계속 생각이 납니다.
알렉스(이완 맥그리거)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는데, 그 칼이 마루 밑에까지 통해 있고
그 마루 밑의 정경이란...-이것도 스포일러일까요..
알렉스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그 위로 앤디 윌리암스의 <Happy heart>가 흐르죠.
이 노래만 들으면 그 장면이 생각난답니다.
-마치 제가 알렉스가 된 것처럼 말이죠. 하하;;



3.
재작년 말이었군요.
루이 암스트롱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하나를 봤습니다.
보여주신 분이 소품같은 작품이라고 했는데 그런 느낌이 강했죠.
제목이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이거였을 겁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였던가 그랬죠.
그의 사후에 제작된 건데 인터뷰와 스틸사진이 주였죠.
하지만 그럼에도 루이 암스트롱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해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음악적 재능, 인종적 편견 등.
생전의 그가 공연했던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의 육성을 들려주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 때마다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참 낙천적인 사람이었군.
찢어지게 가난하게 태어나서 소년원에나 가게 되는 유년기였지만
(소년원 시절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지만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항상 즐겁게 생활하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사진에는 유달리 웃는 사진이 많습니다.
저는 재즈에 대해서 문외한이고 관심도 그다지 없습니다만 ,
이 사람을 생각할 때면 왠지 그가 사랑하고 재능을 발휘한 이 음악을
저도 사랑해줘야 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에 의무감마저 드는 겁니다.
그는 자신의 노래처럼 멋진 세상을 산 것 같더군요.
그가 지금 있는 곳도 멋진 세상일지 궁금하군요.



4.
어릴 때 본 장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추석 땐가 설 때 TV에서 해주었던 거였죠.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내용은 대강 이랬습니다.
연인이 불치병에 걸린 남자가 있었죠.
그 남자의 연인은 당시로는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있어서
한 마디로 가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자는 연인을 냉동인간 시켜놓고 연인의 병을 치료할 약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병을 고치는 약초를 찾아 연인을 살리죠.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 무려 50년 쯤 시간이 지나버립니다.
여자는 깨어났지만 그는 호호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죠.
결말이 좀 웃겼던 게 남자의 아들이 그 여인과 연인이 되는 거였습니다. 하하;;
그 때도 보면서 좀 황당했던 거 같은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연인을 다른 남자(비록 아들이긴 하지만)에게 보낼지언정 연인을 살리려는
저 갸륵한 심성의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과연 나라면?
절대 못한다. -_-;;
지금 생각하면 무서운 집착같기도 합니다.
이 만화 제목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5.
어저께였던가 지하철을 타려고 고속터미널역 안으로 들어가는데
웬 남자분인지 여자분인지(차림이 좀 모호해서) 열심히 목청을 돋우며
주님의 자식이 되길 권장하고 있더군요. ;;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 밑에서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어서
안받고 지나가기가 어려운 위치였죠.
저는 다행히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라 그냥 지켜봤는데요.
문득 생각난 게 종로 3가역에서 활동하시던 할머니였죠.
주 활동 시간이 사람들 출근하는 시간대였나.
이른 아침부터 목소리도 우렁차시게
“예수 믿으세요. 예수 안믿으시면 지옥갑니다.”
연창하고 계셨답니다. -_-;;
지나다닐 때마다 생각한 것이
참 정정하신 양반이시구나 였습니다.
연세도 꽤 많아 보이는데 향후 10년 이상은 끄떡 없어 보였습니다.
그나저나 요즘은 그래도 도를 알려주겠다는 사람은 많이 없어졌더군요.
전에 자신들의 이미지가 너무 나빠졌다고 자제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탓일까요.
예전에 유난히 그런 사람들 타겟이 된다고 생각한 적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엔 붙잡는 사람한테 이렇게 말하고 내빼곤 했습니다.
“혹시 저한테 길 물어보신 거 아니시면 저는 가던 길 가겠습니다.”
라고 말이죠.



덧.
광화문역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오는데 저랑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
연인(?)처럼 보이는 커플이 내려오고 있었죠.
남자가 뒤에서 여자를 안고 부비대면서 구접(?)하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 바쁜 와중에도 한 번 째려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답니다.
“아예 여관방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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