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122번가 경찰서에 1947년 3월 21일 한 사나이로부터 5번가 2078번지에 시체가 한 구 있다는
전화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은 할렘의 황폐한 지역에 있는 다 허물어져 가는 3층짜리 적갈색 집과
거기에 사는 두명의 괴짜 은둔자 랭글리 콜리어와 호머 콜리어 형제를 알고 있었다.
수년간 호머를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시체가 그 집안에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
다. 랭글리는 그가 대개 자정이 넘은 뒤 남의 눈을 피해 잠깐씩 외출할 때만 가끔 눈에 띄었다. 그래
서 그는 "유령 인간"이란 별명을 얻었다.
신고가 있은 다음날 순찰경관 월리엄 바커가 그 집의 이층 침실의 문을 따고 들어갔다. 그는 자기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 방은 방바닥에서 천장까지 쓰레기 같은 물건
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물건들을 좀치우고 몇 발짝 방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 찾아보았다. 호머의
시체를 찾는 데는 여러 시간이 걸렸다. 호머는 낡은 체크무늬 목욕가운을 입고 방바닥에 누운 자세로
죽어 있었다.
시체를 부검한 결과 호머는 여러 날을 굶은 끝에 심장마비로 죽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랭글리는 흔
적이 없어서 경찰당국은 즉각 그를 찾기 시작했다.
잡동사니로 가득찬 집
그 집에 가득 차있는 잡동사니 고물(약136톤)을 들어내고 길을 트는 데 3주가 걸렸다. 그 기괴한 수
집품 가운데는 그랜드 피아노가 14대, 오르간이 2대, 클라비코드(피아노의 전신-편집자주)가 한대, 유
리항아리에 보관된 의학용 인체표본, 포드사의 T형 차대, 수천 권의 의학서적 및 공학서적, 병기고에
쌓인 것같은 각종 무기들, 마차 지붕, 성조기(미국 국기) 6개, 유니억잭(영국 국기) 1개, 원시적인 X선
기계, 남아 있는 34개의 은행저금통장(합계를내보니 총 3007달러 18센트였다)이 포함돼 있었다.
할렘의 은둔자 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점차 알려지자 그 집에 있는 물건들이 어떤 경위로 모아졌는지
그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호머 러스크 콜리어와 랭글리 콜리어는 각각 1881년과1885년에 태어났다. 그들의 아버지 허먼 L.콜리어
박사는 유명한 부인과의사였고, 어머니 수지 게이지 프로스트 콜리어는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양가집
규수였다. 이 가족은 당시에는 상류 인사들이 모여살던 할렘의 5번가 2078번지에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허먼은 1909년께 그 집에서 나가 따로 살게 되었다. 1923년에 그가 죽었을 때, 그가 쓰던 가구와
그가 수집한 책과 의료기구는 모두 아내가 사는 5번가의 집으로 되돌아와서 거기에 보관되었다.
빈민가가 되기 전의 할렘에서의 생활
랭글리는 엔지니어로 훈련받았고 호머는 변호사가 되었다. 콜리어 형제는 괴팍했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
지는 않았다. 1929년 어머니가 사망한 후 둘이서만 살게 된 후로는 그 괴상한 기질이 점점 더 심해졌다.
랭글리는 직업을 가진 적이 분명히 없었지만 언제나 발명을 한다고 기계를 만지작거렸다. 그래서 피아노
내부를 청소하는 진공청소기를 만들고 T형 자동차 엔진으로 발전을 하여 전등을 켜기도 했다.
1930년대에 들어와서 호머는 눈이 멀고 류머티즘에 걸려 점차 전신이 마비돼 갔다. 랭글리는 자기 여생
을 바쳐서 형을 돌보았다. 랭글리는 의사들을 불신했지만 아버지가 남긴 광범위한 의학서적을 참고하여
자기 형을 위해 기묘한 "치료법"을 고안해냈다. 그는 형에게 1주일에 오렌지 100개와 검은 빵과 땅콩버터
로 식사를 하게 했다. 그들이 사는 집은 부모가 따로 살면서 각각 모은 살림살이들로 꽉차 있었는데 거기
다가 랭글리는 밤외출 때 물건을 주워와서 보탰다. 모든 창문이 널빤지로 막히고 가스와 수돗물의 공급이
끊긴 뒤에는 작은 석유난로 하나로 음식 만드는 일과 난방문제를 해결했다. 랭글리는 네 구역 떨어진 곳
에 있는 소화관 파이프에서 물을 길어왔다.
그 집안에 상당한 재물이 있다는 소문이 나서 재산을 훔치려고 몇번인가 도둑이 들기도 했다. 랭글리는
쇠줄과 밧줄로 잡동사니들을 줄줄이 묶어 두어서 조심성 없는 도둑이 한개만 잘못 건드려도 몇톤은 족히
될 만한 잡동사니들이 산사태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게 장치해서 도둑을 막았다. 산더미 같은 고물들 사
이로 벌집같이 복잡한 터널을 뚫어 두어서 랭글리는 호머가 있는 데로 갈 수 있었다.
제가 놓은 덫에 걸리다.
세계의 신문들이 5번가 2078번지의 끔찍한 비밀을 보도했다. 그 집을 치우는 일을 맡은 일꾼들 가운데
한 사람인 아티 매슈즈가 4월 8일 호머의 시체가 발견된 곳 부근에 쌓인 신문지더미와 깡통박스 및 다른
쓰레기들을 들어내다가 사람의 한쪽 발을 발견했다. 곧 시체의 나머지 부분이 발견되었다. 그 시체는 쥐
들이 파먹어 얼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랭글리 콜리어였다.
랭글리의 시체는 그가 살아있을 때처럼 낡은 자켓, 붉은 색 플라넬 목욕가운, 여러 벌의 바지와 가슴받
이가 달린 푸른 색 작업복을 껴입은 이상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목에는 양파부대가 묶여 있었고
어깨도 양파부대로 덮여 있었다. 랭글리는 토끼굴 같은 터널 속의 흐릿한 불빛 아래서 도둑을 막기 위해
자기가 만들어둔 덫을 건드리는 바람에 산사태처럼 쏟아지는 쓰레기더미에 깔려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
었다.
호머의 죽음은 이제 쉽게 설명될 수 있었다. 눈이 먼데다 전신이 마비된 채 전적으로 동생에게 의지하고
있던 그는 동생이 죽자 굶어 죽었던 것이다.
그집의 잡동사니들은 하나하나 치워지고 값이 나갈만한 물건들은 경매에 붙여졌다. 하지만 콜리어 형제가
일생동안 비장해온 물건들의 값어치는 겨우 1800달러에 불과했다. 위생에 나쁘고 화재의 위험이 있다는
여론에 따라 5번가 2078번지의 그 집은 헐렸다. 오늘날 그 자리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