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로 카니발 관람기...

  • 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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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랫만이예요...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제 블로그가 워낙 흥행이 안되어서(하루 5명 가량 방문, 블로그 검색엔진으로 추정)
여러 사람에게 사진 보여주고 싶은 마음 + 블로그 컴백 홍보(한동안 글을 못썼어요) 겸 해서 여기에 중복포스팅합니다.

혹시 중복포스팅이 언짢으시거나, 게시판의 분위기에 안맞거나, 홍보의 음흉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마음에 안드시면 말씀해주시면 수정하거나 삭제하도록 할께요~  만약 괜찮다면 나머지도 블로그에 올리는대로 후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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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출장 오기 전에 카니발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신문 귀퉁이 해외토픽에 요란한 장식을 한 반라의 여인이 나오는 것. 티비 지구촌 뉴스 등에 브라질에서는 카니발이라고 춤을 추는 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게 전부였다.

지난 1월말, 프로젝트 계획을 현지 사람이 보더니
"어 이 기간은 카니발 기간인데...? 이 날에도 스케쥴을 잡았어요?"
"카니발이라구요? 언제부터 언제까지인데요?"

2월 5일부터 2월 9일까지 계속 된 카니발에 온 나라가 올스톱. 얏호! 평생에 브라질에 올 기회도 있을까 말까한 일인데, 카니발 기간에 맞춘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두달이 채 안되는 프로젝트 기간에서 며칠이 홀랑 빠지니 일정은 더 빡빡해졌지만, 그래도 카니발은 제대로 구경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카니발은 브라질 최대의 연휴이다. 온 나라가 들썩거리며 축제의 분위기로 4일을 먹고 마시면서 지낸단다. 원래 유럽의 사육제로부터 왔다고 하는데, 브라질의 토착문화와 결합되어 독특한 카니발 행진이 생긴 것이다.

... 라고 설명을 해주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카니발 가시겠네요?"
"아니요 저는 그때 바닷가에 놀러가요"

이곳 언어도 할줄 모르고, 영어를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 호텔과 회사만 나가면 벙어리가 되는 상황에서 혼자 난장판 카니발에 갈수가 없다. 피자가게에서 종업원이 Big, Small과 같은 쉬운 영어단어를 못알아들어서 할수없이 Big Size를 먹고 배불러 숨못쉬던 아픈 기억이 있다. 이곳은 영어가 그다지 잘 통하는 나라가 아니다. 게다가 이곳은 그다지 치안이 좋은 곳도 아니다.

다른 사람 몇몇 사람에게도 카니발에 가는지 물어보았지만, 모두들 별장이나 바닷가 등에 가족이랑 놀러갈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 이 회사에서 카니발에 가는 사람 아무도 없을껄요." (이탈리아계열 이민3세 P모씨)

허거덩 충격. 나라의 제일 큰 명절이라면서요. 제일 큰 축제라면서요.
"서울 사람 모두가 종각에서 제야의 종 치는 것 보러가지는 않는 것처럼, 여기 사람이라고 다 카니발 보러가거나 참여하지는 않아요.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해서 거기 가겠지만, 대다수는 아니예요. 그래도 이 도시 인구가 천칠백만이니 소수라고 해도 많겠지요." - (한국이민 1.5세대 교포 김모씨)
특히나 화이트 칼라는 "저는 시끄러운 것 별로 안좋아해서요" 라면서 카니발에 무관심함을 나타낸다.

카니발 기간동안 브라질의 각 도시에서는 카니발 축제, 카니발 행진을 한다. 가장 크고 화려하고 국제적으로 알려진 것은 Rio De Janeiro 리오의 카니발이고, 가장 브라질적인 카니발은 살바도르 주의 카니발이다. 리오 다음으로 큰 카니발 행진은 이곳 쌍파울로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크고 화려하다는 리오 카니발을 보러 리오에 가겠다고 하니 다들 화들짝 놀란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왜요?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거리인데 우선 비행기 좌석이 있을지도 모르겠구요. 만약 비행기가 있어서 도착한다 해도, 호텔 예약이 다 끝나서 잘데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게다가 물가는 카니발 기간동안 두배 이상 뛰거든요.

리오 사람들은 카니발 기간동안 바닷가 같은데로 도망가고, 리오는 외국관광객으로 채워집니다. 카니발 기간동안 리오는 현지사람보다 외지사람이 더 많을 정도예요."

뭐 실제로 예약이 불가능했다. 리오는 포기. 상파울로에서라도 카니발을 보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그냥 길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춤추고 노는 것인줄 알았더니, 삼바 전용 스태디움이 있다. 그곳 가운데에서 행진을 하고, 양쪽에서 구경하는 것이군. 생각보다 건전하네 -_-; 뭔가 세기말적인 환락을 기대했는데...


(위 사진 PISTA DE DESFILE이라고 씌어있는 부분을 행렬이 지나가고, 양옆에 객석이 있다. 에버랜드 퍼레이드의 확장판이라고 봄 되겠다. )


첫날, 어렵사리 표를 구해서 들어간 곳은 Setor 4의 테이블 자리. Escola 어쩌구 Escola 어쩌구 하길래 뭔가 했더니, Escola가 school의 뜻이란다. 간단하게 팀이라고 보면 되겠다. 2005년 상파울로 카니발 퍼레이드 표를 한번 보자...

Time Table of the "Escola de Samba" Friday - 04/February/2005
22h30 - 23h35 Mancha Verde
23h35 - 00h40 Imperador do Ipiranga
00h40 - 01h45 Vai-Vai
01h45 - 02h50 Academicos do Tatuapé
02h50 - 03h55 Mocidade Alegre
03h55 - 05h00 Academicos do Tucuruvi
05h00 - 06h05 Rosas de Ouro
06h05 - 07h10 Imperio de Casa Verde

Time Table of the "Escola de Samba" Saturday - 05/February/2005
22h00 - 23h05 Tom Maior
23h05 - 00h10 Barroca Zona Sul
00h10 - 01h15 X-9 Paulistana
01h15 - 02h20 Nene de Vila Matilde
02h20 - 03h25 Camisa Verde e Branca
03h25 - 04h30 Águia de Ouro
04h30 - 05h35 Unidos de Vila Maria
05h35 - 06h40 Leandro de Itaquera

이 표를 보고 기겁했다. 왠 퍼레이드가 밤 10시에 시작해서 아침 7시가 다될때 끝나는가. 각각 팀들에게는 한시간씩 시간이 주어진다. 한시간 동안 입구부터 출구까지 춤추고 노래하면서 지나가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음악, 춤, 관객반응, 의상 등을 종합 평가해서 점수를 준다고 한다. 여자들이 얼마나 예쁜가도 점수에 반영된다고 들었다. -_-;

상파울로 카니발을 주관하는 조직 홈피에 전화예약 시스템이 있기는 한데, 계속 통화중이라서 결국 예약을 못하고 현매를 하기로 했다. Marginal Tiete도로와 Olavo Fontoura도로 사이에 위치한 삼바장(Sambodromo)근처에 도착하자 이미 그곳은 축제 분위기이다.

우여곡절 끝에 현매를 해서 좋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첫 팀은 Mancha Verde! 장내 아나운서가 Mancha Verde를 소개하자 관객은 환호성을 지른다. 멀리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소리와 타악기 소리가 울려퍼진다. 입구로 막 들어와서 춤을 추면서 천천히 이쪽으로 오나보다.

한 15분 정도 지나니까 우리가 있는 곳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팀의 행렬은 근엄한 남자들의 춤으로 시작한다. 하도 근엄하고 멋지게 서두를 장식해서 인상이 깊었다. 정말 우아한 공작새 수컷들 같았다.



그 뒤를 따르는 거대한 ...모라고 불러야 하지? Composições 이던가.. 하여튼 사진을 보시라


그 위에는 항상 쭉빵 언니들이 즐겁게 노래부르며 흔들어댄다. 아래는 위 공룡차의 오른쪽 부분에서 춤추던 언니들이다. 차가 얼마나 큰지 압도적이다.



행렬이 이제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벌써 미치기 시작했다. 각자 삼바 출 사람은 삼바 추고, 막춤 출 사람은 막춤추고 모두 신났다.


나는 삼바 축제는 징그러울정도로 야한 언니들만 춤추고 하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애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행렬에 모두 참가한다.

(이빨 없는 입으로 귀엽게 춤추며 노래부르시던 할머니..)


(자기 영어실력 친구들에게 자랑할라구 계속 말걸어서 귀찮던 꼬맹이..)

수천명의 사람들이 행렬하면서 노래부르고 율동하고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꼭 그렇다는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화이트칼라는 카니발에 관심이 없는 편이고, 빈민층이 카니발에 목숨을 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일년동안 돈을 모아서 카니발 참여비를 내고(그렇다, 돈받고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돈내고 퍼레이드 참여한다) 카니발 의상을 직접 만들거나 사는데 돈을 다 쓴다고 한다.


(두번째날에 앉은자리에서 찍은 카니발 행렬, 끝이 안보인다.)

브라질 카니발은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 카톨릭에서 가장 큰 명절은 역시 부활절(Pascha, Easter)이다.

부활절 이전에도 기념일이 쭉 나열되어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날,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면서 종려나무의 환영을 받은 일요일(Palm Sunday), 최후의 만찬을 하기 전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면서 사명을 부여한 날(Maundy Thursday) 등등등..

그 중에 사순절(Lent)라는 기간이 있다. 이것은 예수가 40일동안 광야에서 시험받음을 따라하기 위해 Maundy Thursday이전 40일간 금식을 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하루 한끼만 먹으며, 고기, 생선, 계란 등은 먹지 않는다.

현대 카톨릭에서는 과거처럼 하지 않고, 만약 사순절을 지키더라도 나머지 두끼를 조금씩 먹을수 있다고 들었다.

독실한 카톨릭이 지배하던 나라에는 이 사순절과 관련된 풍습이 꼭 있다. 사순절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좀 편하게 놀아보자는 행사이다. Carnival(한국말로는 사육제)이 그것이다.


(세개의 용머리를 가진 거대한 차량, 용머리가 진짜 용처럼 움직인다.)



(이 차량의 뒤에는 아저씨의 땀방울이.. ㅋㅋ)

우리도 겨울 끝나가면 입춘대길이라고 하고 뭔가 행사하지 않나. 어느 문화권이나 겨울이 끝나면 행사를 하는 토착문화가 있는데 이게 기독교와 결합한 것이다. 카니발은 Lent(사순절)에 들어가서 먹을것 제대로 못먹기 전에 몸과 마음을 좀 풀어보고 놀아보자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니발은 유럽권, 미국권 문화에 널리 퍼진 것이고 브라질만의 것은 아니다.


(긴긴 행렬은 한 팀이 지나가는데 한시간이 걸린다. 밤부터 아침 해가 쨍쨍할때까지 8팀이 지나간다.)

어쨋든, 놀 핑계거리가 생겼으니 놀기 좋아하는 포루투갈-브라질 사람들은 신났다. 유럽 가면무도회 복장을 따라해 행진해보기도 하고, 춤도 추고 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왜 브라질 카니발이 제일 유명한가? 문화는 섞일 때에 새로운 것이 나오기 때문이다. 1800년에 유럽을 따라하면서 시작된 카니발 문화는 전통 문화와 섞이면서 1900년대 초반에 이미 독특한 브라질만의 카니발 형태를 갖추었다고 한다. 1930년대에는 삼바음악과 요란한 복장으로 대표되며 각 Escola들이 나오는 요즘과 같은 형태의 퍼레이드를 했고, 1960년대부터 입장료를 받는 지금과 같은 카니발이 정착되었다고 한다.


(대열중 쭉빵 언니들은 항상 주목을 받고 환호갈채를 받는다...사진 기자들도 달라붙고...)

이렇게 유럽 기독교 전통의 카니발과, 브라질 특유의 문화, 음악, 춤이 결합하니 가장 독특한 카니발이 생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카니발 하면 브라질의 삼바춤을 떠올릴 정도가 되었다.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나도 신이 나서 같이 어울려 춤추며 놀기 시작했다. 브라질 사람이라고 모두 삼바를 출 줄 아는 것은 아니더라. 막춤도 추고, 나이트댄스도 추더라. 하지만 헤드뱅잉은 안하더군.



같이 어울리던 사람에게 삼바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해서 배웠는데, 아무리 해도 안된다. 생각보다 무척 어렵더라. 별거 아닌것처럼 보이는데 어렵다.

한 팀(Escola)의 인원은 약 2000명 정도이다. 이 인원은 후까시 잡는 오빠들을 선두로, 쭉빵 언니오빠들을 탑재한 대형 자동차, 이런 복장을 한 사람 100여여명, 저런 복장을 한 사람 100여명, 쭉빵 대표 언니 몇명, 다시 요런 복장을 한 할머니들 100여명, 해당 Escola 깃발을 든 남녀 한 쌍, 다시 대형 자동차와 쭉빵언니들, 귀여운 복장을 한 꼬맹이들 100여명.. 끝이 없다...


특히 타악기부대 수백명이 지나가면, 그 타악기 소리가 가슴을 정말 때린다. 나이트 클럽 대형 스피커 바로 앞에서 비트를 몸으로 듣는 것보다 훨씬 가슴 떨린다. 나도 모르게 몸이 움직인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는 아저씨들의 차가 맨 마지막 즈음에 온다. 노래는 다른 삼바보다 좀 단순화되고 따라부르기 쉬운 것이다. 한시간동안 같은 노래를 논스톱으로 불러제낀다. 목청도 좋기도 하여라.

물론 모든 수천명 행렬도 다 같이 부른다. 스태디움이 떠나갈듯하다. 율동을 하면서 노래하는 그들을 보면서 어느새 나는 뜻도 모르면서 같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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