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암탉같은 여자들

  • Bigcat
  •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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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부한 얘기 있지 않습니까.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근데, 전 이 얘기가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남자의 적이 ‘여자’겠습니까. 어떤 남자가 여자를 자기의 적으로 보겠어요. ‘보호할 대상’ 이거나 아님‘거느릴 대상’으로 생각하지.
근데, 이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명제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얘기가 ‘시누이’하고 ‘시어미’로 대표되는 ‘아들 낳은 유세’ 일걸요. 뭐 굳이 명절이 아니어도 이들에 얽힌 얘기는 한국 드라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좋은 소잿거리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여성문화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기도 하죠. (근데, 참 못된 문화이긴 합니다만.--+)

마치 한국여성의 정체성의 한 부분을 형성하기라도 한 듯한 이 ‘시어미, 시누이’문화는 생각해 보면 참 딱한 구조속에서 이뤄져왔다는 걸 알 수 있죠. 언듯 봐서는 ‘여자들 끼리 왜 저럴까. 같은 여자들 끼리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할 텐데...싶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고. 전에 어른들께 들으니까 그녀들이 ’질투가 나서 그런다‘네요. 결혼하기 전에는 여자라곤 어머니, 누이 밖에 모르던 아들 - 오빠가 결혼하고 나니까 온통 새언니-며느리 생각 뿐이고 자기들은 찬밥신세가 되서 섭섭해서 그런다나 어쩌다나...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좀 기가막힙디다. ‘미친 여편네들 같으니, 아들이면 아들이고 오빠면 오빠지, 그럼 애인이야? 질투할게 따로 있지, 근친상간 이라도 하는 사인가...별걸 다 갖고 지랄이야...’
주위에서나 티비에서 시누이 - 시어미랍시고 하도 피곤하게 구는 걸 보니 욕이 절로 나오더군요. 끔찍한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시어머니가 결혼한 아들 부부랑 같이 잔다던가, 아들 부부가 조금만 다정하게 굴어도 부엌의 그릇을 몽땅 깨버렸다던가.
(근데, 이런 생각을 한 게 저만이 아니데요. 만화가 김진경씨 작품에도 나이들어 실성한 할머니가 대학생 손자 가운뎃 다리를 자꾸 만지려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뭐,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옛날 어른들 흔히 그러쟎아요. 어린 손자 고추 만지면서 남자애 라는 걸 대견해 하는. 그때 주인공 여자애가 속으로 한 소리 하죠. ‘저 늙은이의 근친상간...’ 정확한 대사는 기억에 안 나지만, 한국의 남아선호 사상에 여자들이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아들에 대한 근친상간에 빗대어서 신랄하게 비난했었죠. 그 뒤로는 이런 얘기 들으면 아들을 사랑하는 미친 어미가 떠올라 기분이 좀 불편하답니다. --;;)

우리나라 여자들이 왜 이럴까..,왜 시어미, 시누이 노릇하며 되먹지 않은 ‘아들 낳은 유세’를 떠나...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듭디다. 이거 어떤 의미로는 보상심리 아닌가...여자들이 어딜 가서 그만한 대접 받고 인정을 받으려나. 의사나 변호사, 대학교수 같은 케리어 우먼이야 아무나 될 수 있는게 아니고. 사회에서 직장을 가져봤자 대부분 최말단 직책에 단순 사무직이고, 결혼을 해봤자, 부잣집 마나님이 아닌 한 평펌한 가정주부는 사모님 소리도 못듣고 나이들면 ‘추한 아줌마’로 사회에서 놀림받기 일쑤죠. (전에 인터넷에서 돌던 ‘무서운 아줌마’시리즈가 생각나서.--;;) 근데, 남자의 누이, 남자의 어머니 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란 건 그렇게 얻기 힘든 것도 아니고 누군가 절로 내 앞에서 콱 죽어 지내니 꽤 쏠쏠한 재미가 있지 않겠어요? 거기다 왜 그렇게 시어미들은 아들에게 집착할까...하니 그것도 남편에게 받은 박대와 설움이 아들에게 투영되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어른들께 듣자하니 확실히 남편이 없거나 남편과 사이가 나쁜 시어미 일수록 아들에게 집착하고 시집살이가 심하다고 하더군요.
언젠가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서 ‘시집살이’항목을 찾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학자들은 이 여자들이 주동이 되는 고약한 문화의 원인을 ‘가난’에서 찾더군요. 가난하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는 막일과 허드렛일을 하는 집안의 ‘하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 짐을 누가 떠 맡겠습니까. 바로 남의 집에서 들어온 ‘며느리’지요. 생각해 보세요. 아내가 남편의 자매와 형제를 부르는 호칭을 뭐라고 부르던가. 바로 ‘아가씨’와 ‘도련님’이죠. 이거 옛날에 하인들이 주인집 자녀들을 부르던 호칭인 거 맞죠? (반대로 남편들은 아내의 자매와 형제들에게 이렇게 부르진 않죠.)

ginger님이 지적하신 ‘노예 암탉같은 여자들’ 신세를 생각하니, 딱하고 웃음만 나옵니다.--;; 비단 시누이, 시어미 문제는 고사하고 또 이런 얘길 들은적이 있었거든요.
전에 친구가 카이스트 근처 대덕연구단지 인근의 음식점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장소가 장소니 만큼 아무래도 손님들이 연구원들과 그의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네요. 근데, 한 날은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중년부인 한 그룹이 들어와 동창회라도 하는지 시끌벅적 떠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랍니다. 근데 그 내용이란 게 가만히 들어보니, 주로 애들 과외선생들 씹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네요. “글쎄 걔가 그 영어 문법을 ....이렇게 가르치더라고, 아니 그 문장에는 ...이런 표현법이 맞지 않냐? 아님...부정사는 이런 용법 아니었어?” 아니면, “글쎄, 그 수학공식을 이렇게 가르치더라구...그 문제에는 이 공식이 더 맞지 않냐? 아니...방정식은 이렇게 증명해야지...걘 삼각함수도 제대로 모르더라구...” 등등...
언듯 들으면 과외선생들 잘 못가르친다고 씹는 것 같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게 아니더랍니다. 과외선생들 틀린거 지적하면서, 은근슬쩍, 자기가 얼마나 더 잘 아나. 영어 단어, 문법하나, 아님 수학공식이라도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서로 과시하면서, 아직은 자기 머리 녹슬지 않았다고 정말 열심이들 이었다는...--;;
친구랑 그 얘기 하면서 한참 웃다 보니까, 그 아줌마들이 정말 딱하다는 생각이 들데요. 연구단지의 과학자들의 아내들 이라면, 그래도 다들 대학은 나왔을 거고 학교 다닐때도 나름대로 한 가닥 하는 사람들 일텐데, 그런데 동창회랍시고 모여 앉아 하는 얘기들이 란게...그것도 다 스트레스 탓이란 생각도 들더군요. 그 아줌마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된 직업도 갖고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었다면 저런 식으로 유치한 대화를 나누면서 놀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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