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오아시스, 보셨습니까?

  • 이규영
  • 02-22
  • 1,201 회
  • 0 건


기대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이런식의 토크쇼가 이제 좀 나와줬으면 하고 바람왔거든요.

그래도 예전에는 심야 토크쇼가 몇개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아침 주부들을 위한 토크쇼 몇개 말고는 싸그리 멸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라는게 단순히 심야에 토크쇼가 부활했다라는 이유때문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 토크쇼가 그동안의 한국의 토크쇼들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죠.

이제는 제발 신변잡기나 늘어놓으며 스타 띄워주기나 일삼는 그런 토크쇼좀 그만했으면 해요. 정말로 시청자가 알고 싶은 것을 물어보고, 그리고 게스트가 정말로 하고 싶어했던, 속에서 나온 진심을 들을 수 있는 그런 토크쇼를 원하는 것이죠.

물론 1회는 그런 기대를 절반정도밖에 채워주지 못했어요.

이문세라는 사회자가 사실 그리 냉정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의 전성기시절부터 그의 행보를 꾸준히 관심있게 보아온 저로서는,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거든요.

이문세의 가장 큰 단점은 그 사람도 연예인이라는거죠. 연예인이기 때문에 연예인을 싸고 돌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표절 문제로 지탄을 받는 가수가 나와도 이문세는 표절 문제를 집요하게 물어볼 능력이 못 됩니다. 왜냐면 그 자신도 표절시비 경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가수를 일단 옹호하고 보는 사람이거든요. 저는 2시의 데이트에서 에쵸티를 게스트로 모셔놓고, "열맞춰"를 표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냉소를 던지는 이문세를 기억합니다. 그는 가수에게 표절 어쩌고 하는 그런 시선 자체를 경멸하듯 하더라구요.

그럴 수 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문세라는 사람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은, 그가 철저하게 관리해온 인맥의 영향도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동료 연예인을 함부로 까댈 수 있는 그런 배짱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문세와 친분이 없는 한국의 스타 연예인이 몇이나 될까요.

물론 이문세는 말을 아주 잘합니다. 그는 탁월한 방송인이에요. 이문세의 언변을 뛰어넘을만한 사람이라고 뽑을 만한 사람이 없죠. 가끔은 게스트로 나와도 진행자보다 말을 더 잘해서 주객을 전도시키기도 하거든요.(예전에 백지연이나 이소라가 진행하는 토크쇼에 나와서도 그랬죠.) 그런 이문세기에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고, 앞으로도 방송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문세는 솔직히 지금히 하강세입니다. 아마 그의 인생에서 첫 하강세일꺼에요.

이문세가 지금 하락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가 사회자로서 객관적인 진행을 하지 못한다는데 있기도 합니다. 더 이상 우리는 이문세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그런 쇼프로를 기대하지 않거든요. 사회자는 게스트를 빛내주어야 하는데, 자꾸만 사회자가 게스트를 해석하고 주눅주고 조종하려들다보니까 마치 이건 서세원이 서세원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것과 비슷하게 된거죠. 그는 여전히 자기가 별밤지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애요. 그래서 자기가 한 말 한마디에 청취자들이 다 뻑이가고, 그래서 귀담아들어줄거라고 생각하는거죠. 하지만 영원한건 없어요.

이문세는 조금 냉정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그정도 권력을 누려왔으면 이제는 좀 자기나이에 맞게 성숙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오아시스는 그런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동안의 별밤지기 수다스런 이문세의 모습을 벗어나, 연예계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서 쇼비지니스의 허상과 함정에 대해 냉정하게 해부해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걸 이문세가 해야해요. 그걸 못하고 자꾸 지금처럼 웃음으로 모든걸 때우려한다면, 10년후엔 이상벽처럼 될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여전히 기대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양현석 편을 계기로 이 프로는 인기상승세를 탈 겁니다. 문제는 3회에 등장하는 박경림인데, 박경림을 앞에 놓고 또 예전의 수다쟁이 이문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박경림에게 얼마큰 냉정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이문세의 오아시스의 가능성이 점쳐질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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