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y찬가 그리고 그外

  • Corelle
  •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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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트라이앵글*배 소년부 체스 경기 입문

황병승

  
  웃으면 좋다는 거고 인상 쓰면 싫다는 거지 어렵게 생각하는 습관을 버려
  문어는 만화에서처럼 코가 달렸고 먹물을 발사하지


  언젠가 나는 소문이 싫어 고양이 수염을 잠깐 달았지만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어 아직은 별명을 쓰는 친구들이야 모두들 체스를 좋아해
  앞치마 두른 동물들은 모두 일하러 가고 이렇게 큰 풀밭은 처음 봐
  나른한 텐트 속에 버려진 네 두 다리는 꼭 투명한 푸딩 같구나
  언젠가 너도 꼬리를 감추고 잠깐, 흔들린 적 있겠지
  늙은 마초(macho)들! 앞에서 멍청하고 냄새나는 여자애들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손잡고 노래 부르던 시절
  그땐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어


  꼬리도 없는 고양이를 왜 핑키라고 하니?!
  고양이는 그렇게 키우면 못써 고양이는 꼬리지
  체스판 위의 말을 한 칸 씩 옮길 때 마다
  어색한 수염을 하나씩 떼버린다면, 웃음거리가 되겠지 당장은  
  별명을 쓰는 친구들이야 전쟁이 필요한 녀석들이지 다행히 체스를 좋아해

  
  이렇게 큰 풀밭에서 서로의 길고 짧은 꼬리가 되어  
  단단한 파이프에 불을 붙이면 하아 잎 타는 냄새가 좋아
  날개를 파닥거리며 불을 연주하는 나방들
  중절모를 물고 꽃밭을 달리는 셰퍼드들
  체크를 외치면, 한사람씩 가라앉는 거야


    *동성애 운동과 게이 프라이드의 상징 마크


황병승 | 2003년 『파라para21』 등단
출처: http://www.iskraweb.net


저는 이성애자입니다만 이 시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성기의 장정일을 방불케 합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문학사에 장 주네의 글처럼 동성애를 노래한 시는 - 함의적으로는 모르겠지만 - 직접적으로는 전무한것 같군요. 이 시인의 다른 작품도 좋아 하나 더 올립니다.




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의 겨울
                                                                    


태양남자  

- 애인 하나 없이 46억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구를 비췄다 왜 무엇 때문에 무슨 영화榮華를 누리겠다고. 여름, 일년에 한 번 나 자신을 강렬하게 책망했다

늙은 나무들

- 과수원 바닥에 사과 배 대추 감, 열매들이 떨어질 땐 너희들이 먹어도 좋다는 게 아니고 우리들이 또 한번 포기했다는 뜻이다, 가을

미스터 정키  

- 어떤 계절은 남녀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뜨겁고 또 어떤 계절은 순식간에 싸늘해져서 남자도 여자도 그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뿌리부터 차가워지지

힙합 소년 j

- 친구들은 늘 우정이 어쩌구 선후배가 어쩌구 떠들어대지만 스윗 숍sweet shop 앞을 지날 때면 부모 형제도 몰라봅니다 친구들은 커서 달콤한 가게의 핌프pimp가 되겠죠.나는 다릅니다 나는 생각이 있어요 붓질을 잘 하면 도배사 하지만 글을 배워서 서기書記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이소룡 청년

- 차력사인 아버지의 쉴새 없는 잔소리에 머리가 늘 깨질 듯이 아팠다 쌍절곤 휘두를 힘도 없다. 가끔 정키 씨를 불러 리밍*을 시켰다

저팔계 여자

- 벽을 따라 게처럼 걸었어요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높였지만 녀석들의 킬킬거리는 소리가 땅 파는 기계처럼 내 몸을 흔들었죠···
그러나 더는 울지 않는 여자, 거리의 핌프들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뒤 방문을 걸어잠그고 날마다 순돈육 소시지를 먹었다

그리고 겨울

- 날개를 가진 짐승들은 모두 남부 해안으로 떠나고 이제 비유 없이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는 계절

깊은 밤이었고 눈이 내렸다
스윗 숍에서부터 시작된 불길은 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 전체로 번져 나갔다

늙은 나무들은 포기를 모르고 맹렬히 타올랐다
힙합 소년j는 달콤한 가게의 구석방에서 창녀 셋과 뒤엉킨 채 숯불구이가 되었고.이소룡 청년은 차력사인 아버지를 때려눕히고 아비요! 교성을 지르며.늙은 남자의 항문에 쌍절곤을 쑤셔 박았다
죽음도 삶도 아닌 세계, 붉은 해초들이 피어오르는 환삭 속에서.미스터 정키는 끝없이 헤엄쳐 나갔고. 태양남자, 언덕 위에 누워 46억년 만의 휴식처럼. 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의 겨울을 내려다보았다

누가 만든 불일까, 잘 탄다

저팔계 여자는 순돈육 자지를 달고 불 속을 걸었다.



* 리밍 : 항문 주위를 핥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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