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자살소식에 혼자 침울해있다가 자살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자살은 불경스러운 것일까요?
우리는 타살은 그 이유가 왠만큼 정당한 것이 아니라면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로 비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살은 어떤가요? 자살은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지만, 이것은 살인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자살했다고 그를 살인마로 부르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그 이유는 주로 두가지 같아요. 하나는, "한 사람의 생명은 그 사람의 소유이다"라는 견해때문이죠. 그래서 자기거를 자기가 없앤다고 해서 누가 터치할 수 없다라는 논증이 생기거든요. 하지만 이은주의 죽음에 온국민이 슬퍼하듯이 꼭 그녀의 죽음이 그녀만의 일이라고는 할 수도 없는것 같구요. 한편으로는 타인의 슬픔, 혹은 가족의 슬픔을 걱정하느라 자기 목숨도 자기맘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은 한 개인의 생명에 대한 사회의 지나친 참견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겠죠. 그래서 상식적인 수준의 답변은, 자살은 불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죽음이 줄 충격과 여파에 대해서는 고인도 어느정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라는 쪽으로 결론이 나지요. 하지만 이미 죽은 사람에게 어떤 도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좀 웃기는 행동이기는 합니다.
자살을 살인이라 하지 않는 두번째 이유는 죽은자를 도덕적으로 훈계하기에는 자살이란 사건이 너무 슬프기 때문입니다. 이은주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 아래에 누군가가 "그렇게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냥 살지 그랬냐. 나는 이은주가 하나도 안 불쌍하다"라고 쓴 어떤 네티즌이 있더군요. 그 네티즌의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해도 너무 잔인한 소리죠. 그런 소리는 나중에 이은주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많이 가시게 되고 나서 해도 될 소리거든요. 이제 막 세상을 떠난 자에 대해서 그렇게 비난조의 말을 한다는 것은 참 잔인해보이는 거겠죠. 이은주의 죽음에 대해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선을 좀 거두었으면 해요. 자살한 사람은 떠났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왜 그녀가 자살을 선택해야 했는지 대답할 수 없거든요. 대답할 수 없는 이에게 어떤 비판을 내리려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죠.
그러나 자살을 불경스러운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영화 [콘스탄틴]을 보면, 자살을 하는 자는 지옥에 간다라고 나오더군요. 기독교도 중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기도 하거든요.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라고 보는 것이겠지요. 신이 그런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할테니까요. 그래서 낙태도 반대하고 안락사도 반대하는 것 아니겠어요? 하지만 그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자기희생을 위해 죽은 사람은 천국으로 간다고 하더군요. 예수가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을 고려한 소리겠지요. 결국 자살이냐 자기희생이냐는 그 죽음에 대한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달려있다는 논리인것 같애요.
죽음이 그저 무가치한 하나의 마이나스에 불과한 죽음이라면 그것은 지옥행, 죽음이 하나를 마이나스하고, 여럿을 플라스할 수 있다면 그것은 천국행. 아주 극단적인 공리주의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자살을 하는 이에게 공리주의적인 결과를 고려하라고 하는것 자체가 코미디 아닐까요. 왜냐면 자살을 하는 이는 그만큼 삶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힘들어했을 것이고, 그런 지긋지긋한 삶을 끝내고 영원한 안식을 찾는 것은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이 될 수도 있거든요. 남을 구원하면 천국이고 자기를 구원하면 지옥이라는건 이해가 안되요. 또 한편으로는 그러한 자살 역시 신과는 무관한 인간의 독자적 결적이라고 보기도 힘들구요. 세상 모든 일에 신이 관여한다면, 자살도 어쩌면 그 사람이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이 운명일 수도 있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