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아이, 후반부가 좀 이상해...

  • 이규영
  •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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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해피 에로크리스마스]를 보았을때, 음모론을 꿈꿨던 적이 있습니다. 저런 허접한 3류 영화에 차태현, 김선아가 왜 출연을 했을까 이해가 안갔거든요. 그래서 혼자 상상한 결론은 조폭들이 영화에 돈을 투자했고, 그래서 몇몇 배우들에게 출연 협박을 가했을거라는 상상이었죠.

오늘 [레드아이]를 보고 오면서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왜 이 영화는 후반부에 가면서 갑자기 영화의 완성도가 급작스럽게 추락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렇게 전반부와 후반부의 완성도가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반부까지 뭐 이 영화가 대단한 걸작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의 신작 호러 영화들에 대해서 이미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버린 저에게는 그 정도의 킬링 타임용 수준이라면 대만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안병기의 3류 호러물이 "한국 호러의 자존심" 운운되는 이 나라 호러물의 수준에서 생각할때, 한국의 호러신작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지 않은가라고 생각하거든요.

별 기대도 안하고 본 [레드 아이]였고, 더군다나 미리 영화에 대한 평가들을 보니 거의 최악의 반응들이었기 때문에 그 기대치는 더 바닥으로 내려갔었죠. 그래도 충무로에 호러물은 흔치 않다는 그 지독한 호러물에 대한 애착때문일까요? 전 영화를 결국 보고 말았습니다. 영화는 중반을 지나기까진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봅니다. 제가 볼때 [레드아이]의 전반부는 안병기의 호러물보다 나았고, 뭐 나름대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봐줄만한 범작의 수준은 됐다고 봅니다.

특히 다른 한국의 호러물들과 달리 처음부터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꼬이기 시작하고, 다양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면서 혼란스러움을 던져준다는 점에 있어서는 알수 없는 묘한 기대감까지 가지게 만들었어요. 또한 출연한 배우들도 매력적인 배우가 많았는데, 주연배우 장신영은 최소한 하지원보다는 훨씬 호러퀸에 더 어울려보였으며, 송일국도 예고편과는 달리 본편에서는 썩 그럴듯한 캐릭터로 나오더군요. 10대 소녀들의 "미친년" "존나"라는 대사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고 그녀들 역시 상콤쌉싸름한 느낌을 줘서 호러물에 나오는 버릇없는 10대의 매력을 물씬 풍겨줬습니다. 그리고 곽지민.. 저는 [사마리아] 이후, 이 배우에게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곽지민의 그 오동통한 몸매로 깡마른 장신영과 그럴듯한 앙상블를 이뤄내는 것을 보니 비주얼적으로 즐겁게 해주더라구요. 단, 왜 [사마리아 2]도 아니고 그 아버지역을 한 배우까지 한 영화에 같이 나오는건지 그건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더군다나 그 아버지 역의 배우가 이 영화에서 맡은 배역도 장신영의 비슷한 캐릭터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더군요. 의도적인 캐스팅일까요?

하지만 잘 풀리던 영화는 복잡한 미스테리의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가 되자, 갑자기 미친년처럼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파국을 미리 예고하는 것일까요? 기관실에서의 그 지루한 말다툼 시퀀스가 시작되자 갑자기 스크린은 영사기가 고장난  뿌연 안개화면으로 뒤바껴 버립니다. (저는 아직도 그게 영화의 원래 화질질감인지 씨지브이 영사실의 실수인지 분간이 안갑니다) 그러더니 한없이 이해할 수도 없고 공감할 수도 없는 지루한 잡담들이 지루하게 펼쳐집니다. 더 이상 귀신도 없고, 공포신도 없습니다. 오로지 마지막 30분은 통채로 이 영화의 미스테리의 정체가 무엇이었으며, 우리는 어느부분에서 이 영화를 위해 눈물을 흘려야하는지에 대해서 감독의 막무가내 해설을 그냥 졸린눈 비벼가며 들어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30분은 그동안 제가 봐온 어떠한 호러영화보다도 가장 어이 없는 결말 부분이에요. 도대체가 뭐하자는 플레일까요?

앞에서 음모론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아마 영화 제작 당시 뭔가 사고가 있었던 것 아닐까요? 즉, 영화의 후반부를 담고 있는 필름이 갑자기 도난당해서 영화를 얼렁뚱땅 단기간에 마무리지었어야만 했다던가하는 그런 사고같은거 말이죠.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좀 이해가 갈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런게 아니라면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후반부는 도대체 상식적인 머리로 설명이 되지를 않는군요. 감독의 인터뷰를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무책임한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 알고 싶으니까요. (장신영의 인터뷰를 잠깐 보았는데 그녀 역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당황하고 있는것 같더군요)  어쩌면, 감독은 자기 자신은 뭔가 대단한 예술을 한다고 착각하고 찍었을지도 몰라요. 얼마전 호러물 [아카시아]의 디비디 음성해설을 들어보니, 박기형 감독 자신은 자기가 찍은 쓰레기 호러물에 대한 반성이 전혀 들어있지 않더군요. 누가 봐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장면에 대해서도 자기혼자 잘 찍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었으니까요.

한국영화에서 호러장르가 부활하기를 염원하는 저로서는 [레드아이]의 실패는 또 한번의 실망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매번 실망하면서도 계속해서 이 쉣스러운 한국 호러 신작들을 챙겨보는 저의 인내심은 과연 언제까지 버텨줄까요? 올해 나온다는 [여고괴담 4 - 목소리]도 그리 기대되지 않고, [분홍신]이나 [가발]도 시납시스만으로는 뭐 대단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여겨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렇지만 매번 속으면서도, 또 한번 더 기대를 걸어봐야겠죠. 제 뒷통수를 칠만한 의외의 걸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며 극장문을 들어서는건 로또하는 기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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