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잠깐 한 독일 드라마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한 일년전쯤인가 KBS에다가 물어봐도 아무도 몰라 라비올리를 많이 먹던 드라마라고 여기 올렸는데 제목이 바로 라비올리(Ravioli)라고 아마 듀나님이 답해주셨던 게 기억납니다. 다른 여러 분들도 이게 기억난다고 덧글을 달았고 특히 주인공 독일애가 회 먹고 토하는 일종의 문화충격에 해당하는 장면들을 얘기해서 참 나름대로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엘레니(Eleni)라는 영화도 여기다 물어보려 했는데 인터넷 찾아보니까 어렵지 않게 바로 나오더군요. 내용은 사실 별로 기억이 안 나는데 철없는 중학생 시절이니 극장에 같이 간 녀석들이 극장을 점령한 상태에서 이른바 나쁜놈(공산주의자)이 총을 쏴서 좋은 편(민간인)을 죽이거나 하면 반공영화 단체관람의 취지가 무색하게 마구 환호성을 질러대며 산만하게 분위기를 만드는 통에 뭘 봤는지도 잘 모르겠고 주인공 엘레니가 My Children!하고 외치는 아마도 거의 끝 장면쯤에서 죽는 거로 기억되는 부분도 애들이 장난 삼아 히히덕거리며 따라 소리지르는 바람에 예정대로라면 느껴야 했을 감동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던 영화인 데다가 이 영화에 대해 딱히 학교에서 뭘 알려 주거나 한 기억도 없지만 주인공 이름이자 영화 제목 엘레니도 딱 보니까 생각이 나고 발칸 반도 특유의 산골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도 그게 공산주의와 싸우는 그리스를 배경으로 했다는 건 기억이 나더군요. 물론 내전에 대해서 그나마 좀 알게 건 나중 일이지만요.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냉전이 끝나고 88올림픽에 동구권 나라들이 참가하기 한 1~2년 전쯤이라 그 당시만 해도 아직 반공교육이 많이 남아 있었겠지만 솔직히 단체관람이야 다들 그냥 간만에 학교 밖에 바람 쐬러 나가서 구경한다는 느낌 밖에는 없었을 테고 아무래도 이게 반공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에도 나중에 좀 더 커서는 이것도 그냥 닳고 닳은 민주 진영의 선전 영화였던 것으로 느꼈던 것 같은데 언제 기회가 되면 소음과 이데올로기는 잠시 꺼 두고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