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릴리스 콤플렉스'

  • 커피와홍차
  •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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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어머니는 항상 자식에게 헌신하는 모습을 그린다.

<부모님 전상서>의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들을 보듬고, 마음을 졸이면서 노심초사하고 그 때문인지 병으로 스러져간다. <한강수타령>의 어머니는 억척같이 생계를 꾸리면서도 아이들을 향한 모성은 더욱 더 강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슈퍼우먼의 초기원형에 가깝다.

<봄날>에서 세 주인공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아픈 상처를 받아 모성 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모성을 찾아 헤매던 은호(지은호 분)는 정은(고현정 분)에게 우리가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자고 한다.

이렇게 한국 드라마는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존재로 그리고자 한다.

모성의 중요성은 중요하다 못해 하나의 신화, 이데올로기가 된지 오래다. 애써 가부장제 사회 논리나 산업 사회 가족이데올로기를 꺼낼 필요도 없다.

프로이트는 물론 융도 어린시절의 모성 경험이 사람의 일생을 지배한다고 했다. 슈츠(Schutz)도 대상 지향 관계론을 들면서 어린 시절의 초기 경험을 매우 중시한다.

이러한 정신분석 내지 임상심리학뿐만 아니라 모성에 대한 신화는 많은 여성들을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한다. 즉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늘 괴롭게 한다. 정작 모성애 결핍도 문제지만 모성애 중독도 문제다.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기제로 작용할 때는 더 심각해진다. 어머니는 현모양처이어야 하고, 항상 아이들을 좋아해야 하며, 무조건 아이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희생해야 되는가?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 한스 요아힘 마츠 박사는 <릴리스(Lilith) 콤플렉스>에서 여성에 가해지는 억압은 이브형 여성상에서 비롯한다고 비판한다. 주장의 배경을 조금 설명하면 이렇다.

유대교에서 신은 인간을 만들 때 아담과 릴리스를 만들었다. 릴리스는 남자인 아담에게 복종하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여성 상위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담은 이를 거부했고 릴리스는 에덴동산을 떠났다.

그 뒤 외로워하는 아담의 요구에 따라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다. 이브는 릴리스와는 다르게 순종적이고, 무조건 희생하는 성격을 지녔다. 릴리스는 이브와 달리 아이들을 위한 모성애에 얽매이지도 않았다.

릴리스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했지만 이브는 그것과 반대였다.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에 충실했다. 마츠 박사에 따르면 가부장적인 사회나 기독교적인 문명에서는 복종적이고 희생적인 이브형 어머니만을 숭배하게 하고 릴리스형은 죄악시했다는 것이다.

릴리스 콤플렉스는 릴리스 같은 여성 본능을 지나치게 억압하는 문화 현상을 이른다. 특히 여성에게 모성애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아이들은 여성이 전적으로 담당하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죄악이라면서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강박관념을 여성들에게 가지게 해왔다.

아이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어머니의 잘못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는 양육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악용되어 왔다.

현대에서 모성에는 취업, 가사, 양육에서 완벽한 어머니가 되라는 식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과잉교육열, 치맛바람, 마마보이는 이러한 좋은 어머니의 역기능으로 나타나고는 한다. 지나친 좋은 어머니, 모성애의 왜곡된 사회 현상들이다.

어머니도 인간이기에 감정과 욕구를 지닌다. 그러나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은 이중성을 통한 정직하지 못한 어머니를 만든다.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면서, 정작 언제나 아이에게 속마음과 다른 태도로 수 십 년을 대한다. 이타적인 어머니 무조건적 희생이라는 어머니 이데올로기 때문이다.

수많은 세월동안 그 마음고생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마음 고생은 한으로 쌓일 뿐이고 억울로 인한 불안, 우울증, 노이로제를 만든다. 드라마에서는 어머니가 자신의 욕구나 욕망에 충실하면 안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홍콩익스프레스>에서 송윤아(한정연 역)는 현모양처에 모성애 가득한 인물로 설정되어 재벌가에 들어가려 한다. 드라마 <봄날>에서 몇몇 어머니들은 자신의 생활을 찾아 행복을 누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그녀의 아이들 셋은 불행하게 그려졌다.

특히 조인성(고은섭 역)의 어머니인 이휘향(오혜림 역)의 경우에는 자신의 욕망과 욕구에 충실한데, 악녀같이 그려지고 있다. 자식을 욕망의 충족 수단으로 삼는 삐뚤어진 인물에 머물고 만다.

한편 조은숙은 자신의 인생과 생활을 찾아 섬을 탈출하지만, 끝내 모성 때문에 괴로워하도록 <봄날>은 그리고 있다. 이렇게 여성 캐릭터가 아무리 독립적인 욕구가 강해도 결국에는 모성애를 모아지는데 <부모님 전상서>의 김희애(안성실 역)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에리히 프롬(Fromm, Erich)은 어머니의 역할은 '아이가 모성에서 벗어나 혼자 독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결국 아이들이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인격체가 되도록 하는데 있지, 언제나 모성애를 투영하는데 있지는 않은 것이다.

모성은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다. 드라마들은 의존하기만 한다. <봄날>처럼 지독하게 원망이 섞이기도 한다. 모성애가 아이의 정신과 발육에 결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모성애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부성애도 중요하다. 그래서 고은호와 서정은이 과연 훌륭한 아버지, 어머니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성으로 기울어진 부모가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토지>에서 서희의 어머니는 구천이를 따라 나섰다. 자신의 사랑과 자유를 위해 서희를 두고 나온 것이다. 전통적인 모성애의 시각에서 보면 그녀는 경을 칠 여자다. 그러나 오히려 그녀의 선택이 옳았을 수도 있다.

만약 그녀가 일찍 나가지 않았다면 서희가 혼자 독립할 수 없었을지 모르고, 토지라는 작품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녀가 서희를 완전히 버렸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마츠 박사는 릴리스와 이브형의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고, 지나친 모성애의 강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 우리 드라마에서는 릴리스 형 어머니가 등장하면 아직 큰일 나나 보다. 이브형 만이 범람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소한의 균형점이라고 필요하다.

글·김헌식(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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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랑은 조금 다르지만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유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죠.
나이 서른 다 되어가는 애들이 사사건건 부모에게 휘둘리는 거 보고 있으면 '축복받지 못하는 사랑' 이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뭐 이런 것이 떠오르기보단 그냥 젖비린내부터 느껴져요.  하긴 부모님 재산이란 게 반항할 거 다 하면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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