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지오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소름이 좍좍 끼치는 경험이었어요.
카라바지오가 살인을 하고 로마에서 피신해 쫓겨 다니면서 그림을 그린 말년 작품을 모은 기획전이었는데, 천재가 뭔지 새삼 실감하고 왔습니다. 400년된 그림의 인물이 숨 쉬면서 걸어 나올 것 같은 초상화, 생생한 폭력, 혹은 팽팽한 긴장과 드라마로 가득찬 종교화.
이 인간은 심한 다혈질에 오만하고 싸움질 좋아하고, 칼부림에, 술에, 노름에 절어 살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했던, 꽤나 불쾌한 열혈남아였던 모양이에요. 게이란 얘기가 많지만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하고도 관계가 많았다고 하네요. 38살에 지랄맞은 성질답게 열병으로 확 가셨던데, 마지막 그림을 보면서 정말 괴물같은 인간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
이 그림의 잘린 골리앗의 머리...이게 카라바지오의 자화상입니다. 마지막 그림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하면 난폭하고 긴장과 후회에 가득찬 자기 삶을 이렇게 초월적인 순간으로 화폭에 담을 수가 있답니까...
채찍질 당하는 예수
멜 깁슨 영화가 여기서 시각적 영감을 받은 것 같지 않으세요?
말년 작품은 아니고,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인 소품인데 게이 취향인 추기경들을 염두에 두고 그린 작품이랍니다. 도마뱀에 물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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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저는 데릭 자만의 카라바지오를 아직 못봤습니다. 영화 보신 분 얘기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