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동기)동창생찾기"붐이 있었죠.
초등하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다 있었지만
특히 남녀합반시기이던 초등학교 동기동창을 찾는게 인기였고요.
혹자는 <TV는 사랑을 싣고>도 동기동창생 찾기에 한몫했다고도 하죠.
먹고 살만하니 추억찾기도 가능하다... 뭐, 초등학교 동창생들끼리 만나
불륜을 유도한다 등등 말들도 많았습니다만 요즘은 한풀 수그러든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를 뜯어보면 이런 "아이러브스쿨"감성이 너무 두드러져요.
첫사랑 신드롬같기도 하고 어미결정같기도 한, "어릴적 첫사랑이 영원한 사랑"이란 건
대체 왜 생겨난 거죠?
70년대까지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입신양명, 출세지향적인 남자가
수년간 뒷바라지한 연인을 버리고 부잣집 외동딸(?!)과 결혼해서
...결국 패가망신한다는 스토리가 주를 이룬 반면
요즘은 쥐나개나 "첫사랑" 그것도 어린 시절 (기껏해야 10살 넘겼음직한) 첫사랑을 다룹니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끽해야 머리에 피 겨우 마른 어린녀석들이
사랑을 알면 얼마나 알고 운명을 깨치면 얼마나 깨쳤길래
어린시절 소꼽동무한테 죽고 못사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슬픈연가>야 어릴때 만났더래도 수년간 남주(권상우)가 여주(김희선)한테 들인 공이 있으니
정도 들고 추억도 많겠죠.
하지만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하드보일드한 <홍콩익스프레스>조차
이놈의 첫사랑이 나오니 미치겠습니다.
신문기사에도 떡하니 "송윤아와 조재현은 첫사랑 연인이었다" 이러는데
과거 회상장면 보면 겨우 12,3살 정도밖에 안보입니다.
<해상왕 장보고>에도 정화와 염장, 장보고의 얽히고 설킨 첫사랑,
<가을동화>의 -불쾌한- 근신상간적 첫사랑,
<유리화>, <세잎클로버> <풀하우스> 등등 첫사랑이 안나오는 드라마가 없어요.
그래서 차라리 실패작이었을지언정 <남자가 사랑할 때> 전개가 재미있었어요.
박정아를 찍었던 남자 배수빈의 첫사랑이 실패하는 것도,
고수와 박정아의 10대 시절 첫사랑이 "결과만 따졌을" 때 좌절되는게 좋았습니다.
<겨울연가>는 감독의 전작 <가을동화>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훨씬 성숙한 어른들의 얘기였습니다.
출연진부터 <가을동화>팀보다는 어른들이었는데다 그들이 보여주는 연기도 훨씬 나았다고 봅니다.
아마 이 드라마가 일본에서 먹힌 것도 그런 "성숙미"때문이었겠죠.
이러다 후속작 <여름향기>에선 다시 그림빨로만 승부하는 출연진과 스토리로 돌아서긴 했지만요.
2005년 봄에 시작하는 드라마에선 제발 "어린시절 첫사랑 운명론"이 없는 드라마 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