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숲속이었습니다. 저희는 모포 한장과 수의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흰색의 자그마한 타일들이 자글자글 붙은 그곳은 마치 공중목욕탕같이 보였습니다.
방안에는 열댓명 정도의 여성들만이 있었는데 저는 제 친구와 나란히 붙어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살인 혹은 그 이상의 뭔가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제 친구는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끊임없이 연구했
습니다. 친구는 이상한 기계를 가지고 저에게 뭔가를 설명했고. 어떤 남자가 와서
무언가를 두고 가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사람들이 모두 샤워장으로 끌려나갔습니다. 그곳에는 이상하게도 연약하고
야비한 냄새가 나는 남자들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연예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곳을 탈출했습니다. 새가 되어 날아서요. 그런데 분명히 제비가
되었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김무생씨처럼 생긴 간수가 저를 알아보았고 그러자
몸을 통제할 수가 없어졌습니다. 결국 추락. 다시 붙잡혔지요.
그 다음 장면은 넓은 평원이었습니다. 전에 있던 숲이 바로 앞에 있었고 저는 다시
새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훨씬 더 잘 날수 있었고 비행이 즐거워져 가고 있었는데,
그 김무생씨가 다시 절 알아보더니 잠자리채로 절 잡는겁니다.
그리고 꿈에서 깨었답니다. 그게 이은주씨께서 돌아가신 그 날 밤의 일인데 아직도 그
꿈만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배가 딱딱해 집니다. 지금도 손끝이 살짝 떨리네요.
내용만 생각하면 그저 지난 며칠간 읽은 책들이 짬뽕돼 있는 것에 불과한데 내내 지속
되던 그 죄책감은 제 생애 최대의 악몽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꿈을 꾼 것은 사실 한마디 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분의 자살 소식에
식구들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저로서는 뭔가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경건한 것이
살짝 마땅찮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건 너무 무겁다. 죽음도 결국은 삶의 일부고 꼭 그만큼
만 대단한 거 아냐? 란 반발심이 고개를 들더니 경솔하게 한마디를 한겁니다 . 스스로도
놀랄만큼 천박한 울림을 가진 문장이었죠. 같이 있던 사촌언니는 그런 비극을 너무 희극
적으로 말하는 거 아니냐라고 가볍게 꾸짖었구요. 사실은 말을 뱉자 마자 바로 후회했습
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벌을 받고 있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