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5월의 한국 영화 셋 + 기타 등등

  • sae rhie
  •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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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이창동 감독의 <시>를 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을버스 안에서 새로 산 미쓰비시의 제트스트림으로 메모를 했습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반짝반짝 빛나는>과 브로콜리 너마저의 <잔인한 사월>을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틈틈이 읽던 아다치 미츠루의 <카츠!>를 마저 다 읽고, 저녁 식사 전후로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1.

2009년 5월, 세 편의 한국 영화를 봤습니다. <박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더> 이런 순서로 말이죠. 박찬욱, 홍상수, 봉준호 모두 좋아하는 저로서는 뜻깊은 한 달로 기억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09년 5월은 그저 안타깝고, 가슴 아픈 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습니다.


2.

2010년 5월, 세 편의 한국 영화를 봤습니다. <하하하>, <하녀>, <시> 이런 순서로 말이죠. 그분들이 여전히 제 마음에 남아 있는데다,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은 나날들입니다. 홍상수와 이창동의 영화를 거의 모두 챙겨 보았지만, <하하하>와 <시>는 개인적으로 그들의 최고작입니다. (물론 그들은 또 자신을 넘어설 것이라 믿습니다.) 임상수의 작품으로는, <하녀> 외에 <그때 그 사람들>만 봐서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그때 그 사람들>이 약간 더 좋았습니다.


3.

<시>를 보는 제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고조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장면에서 제 마음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 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스크린을 지나 출입구로 나갔지만, 제 몸은 경직되어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4.

<시>에 나온 음담패설 하나. ‘샤워’의 5단계입니다. (자체 심의를 거쳐 두 군데 *로 처리했습니다.)

샤워 - 누워 - *워 - *워 - 고마워

예전에 읽었던 음담패설을 덧붙입니다. (자체 심의를 거쳐 *로 처리했습니다.)

낮에는 못 박고, 밤에는 * 박고.
낮에는 빨래 빨고, 밤에는 ** 빨고.
낮에는 목탁을 치고, 밤에는 *** 치고.


5.

<시>에 시를 읽는 모임이 나옵니다. (영화에서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읊는 장면이 나옵니다. 왠지 기분이 나빴어요. 나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그런 식으로 그런 느낌으로 읽어서는 안 되거든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꼭 그 장면이 아니었더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김연수의 단편 <세계의 끝 여자친구>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전에 다시 그 작품을 읽었습니다. 여전히 좋더군요. 주저리주저리 그 작품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 최하림의 <저녁 그림자>를 적고 싶습니다.


저녁 그림자

- 최하림 -


여섯일곱 살 때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열여섯 살 때도 열일곱 살 때도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반고비 넘은 어느 날에도 갈매기들은 유리창 밖의 어린 모과나무 새에서 반투명체로 꽃들을 조으다가 마주 보다가 날개를 푸드득이다가 이윽고 먼 수평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늙어서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곳에는 저녁 그림자가 인간의 슬픔처럼 조용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을 것이다.


6.

최근에 7장의 CD를 한꺼번에 샀습니다. 음악 들을 시간이 많지 않아 꼼꼼히 듣지는 못하지만, 인상적인 노래가 많이 있습니다. 그중 두 곡.

브로콜리 너마저의 <잔인한 사월>.
에피톤 프로젝트의 <반짝반짝 빛나는>.

두 곡은 사뭇 분위기가 다릅니다. 쓸쓸하고 서글픈 그래서 잔인한 <잔인한 사월>과 발랄하고 상큼한 그래서 반짝 반짝거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지금도 듣고 있습니다.


7.

어제 듀게에서 미쓰비시 볼펜으로 그린 그림을 올려 주신 분 덕분에 그 펜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시>를 보고 나서, 아래층 문구점에서 미쓰비시 제트스트림 볼펜 네 자루 샀습니다. 그러다가 주섬주섬 다른 것들도 사기 시작했습니다. 자, 수정 테이프, 포스트 잇, 지우개, 필통. 이렇게 15,100원 어치를요.

1995년 파일로트의 하이-텍 씨를 쓰기 시작한 지 16년이 지나도록 다른 펜에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습니다. 샤프까지 모두 0.3mm만을 고집했고요. 그런 제가 갑자기 다른 펜에 눈을 돌린 겁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저 그러고 싶었을 뿐이죠. 아마 당분간은 필통 두 개를 들고 다닐 듯합니다.


8.

마흔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는 준비 단계라고 여겼던 군 생활에서 예기치 않았던 사고를 당해 한 번 끊긴 흐름은 쉽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는 둘 있습니다. 아다치 미츠루와 우라사와 나오키. 공통점이라고는 뛰어난 그림과 글 그리고 구성밖에 없는, 그래서 전혀 다른 세계를 그려나가는 그들이지만, 그 다름에도 둘 모두를 같은 크기로 좋아합니다. 거칠게 말해, 그 둘의 세계는 아이와 어른이 좀 더 구체적으로는 소년과 남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 몇 년간 아다치 미츠루를 주로 읽었습니다. 어쩌면 비정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현실 세계를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물론,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만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어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회피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계속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키도 조금 더 자라면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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