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올 때 봤어요.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딱 좋아하는 리들리 스콧 스타일이었어요. 크기를 키우지 않고 소박하고 간소하게. 그러나 그 안에서 최대한 뽑아내는 거 뽑아내는 거요.
킹덤 옵 헤븐에서 마음에 걸렸던 건, 마치 반지의 제왕 뭐심? 나도 그런 거 뽑아낼 수 있다능. CG없이 말이야. 이렇게 외치는 듯한 장면들이었는데, 로빈 후드는 허세를 걷어내고 특유의 그..선연하면서 약간 변태스럽고; 장면 하나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이 되는 시스템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영화가 전반적으로 유쾌한 것도 좋았어요.
눈도 멀고 망령이 든 듯한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호탕한 관계며(가긴 어딜가겠다는거에요?! 위엄있게 소리지르며 우아하게 활을 구부리는 케이트 여신님은 정말...-_-)
쇼맨쉽 강한 리처드왕(저것만 함락하면 집에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장면부터 죽기까지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T^T 정말 공감되는 그 시대의 전쟁이었어요. 같이 막 싸우고 싶었단;)
로빈 롱스트라이더의 친구들도 볼 만 했어요. (빨간 머리 아저씨 누구신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로빈 롱스트라이더!! 러셀 크로우!!!
섹스 앤 시티의 두 여자주인공이 인정한 꿈 속의 섹스파트너!!!;;;
이 아저씨의 매력은 참 특이해요. 솔직히 평상시 모습은 별 매력이 없는데(글래디에니터로 아카데미왔을때 그 앞머리 보고 쇼크먹었음) 스크린에서는 포텐셜이 304865872% 폭발합니다. 특히 시대물에서는 감히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숲 속의 수색자의 걸음걸이라던지(상체를 든 체 하중을 낮춰 부드럽게 걷는 발걸음이요) 응시하는 시선, 낮은 목소리, 날렵한 활과 잘 어울리는 적당한 체구와 인간적인 몸매; 세월의 흐름이 드러나는 주름들도 좋았어요.
이런 사람과 여신이 만나서 별 에로틱한 장면이 없었지만, 초반의 아머 벗겨주는 장면은 제가 생각하기에 리들리 스콧옹이 아주 세심하게 넣어 준 대리만족이라고 생각해요. 서투르고 순진하면서도 격정에 쌓인 한 순간이 케이트의 엉덩방아 찧기로 표현되었다고나....-_-
마지막에 로빈 롱스트라이더를 반역자로 몰게 되는
존왕 - (희열에 차서)누구에게 항복하였느냐?
마샬 - 저 자에게 항복하였읍니다. 로빈 롱스트라이더
존왕 - ..........
이 순간은 실소가 나오긴 했습니다. 굳이 마샬옹이 그렇게 -얄밉게- 말하지 않고, 당근 당신, 존왕이지요...라고 하고, 병사들의 환호가 로빈에게 향하는 것만 봐도 분위기 싸해질텐데 구구절절 설명해주는건, 존왕의 눈치없음을 배려해서인지, 아니면 관객을 배려한 것인지 모르겠는데, 뭐 유쾌(라고 쓰고 유치로 읽는단)한 반항으로 생각하려구요. 마샬도 왕한테 그렇게 당했는데, 언제 또 그래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