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글도 잘 안 풀리고 좀 우울하네요.
며칠 쉬려고 했지만 딱히 놀 거리도 없습니다.
책도 다 읽어버렸고... 이럴 때는 뭘 하면 좋으려나요.
요 근래 모아들인 잡설이나 풀죠.
첫 번째 이야기~ 조선시대 때 야간통행금지법이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종을 치고 사대문을 다 닫고 쥐새끼 하나 못 다니도록 하죠. 그래서 어느날, 훈련도감의 순라꾼이 열심히 야간순찰을 도는데, 궁궐 담벼락 밑에서 뭔 허연 것이 가로놓여있는...
가까이 가보니 술에 쩔어 야외취침하고 있는 성균관 유생.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술 퍼 마시고 뻗은데다, 그것도 통금을 어겼으니 체포 고고씽이었는데...
헌데 당시의 임금이 누구였냐면 술 좋아하기로는 둘째가기도 서러운 정조.
"요즘 관리나 유생이나 주량이 너무 작아서 술의 풍류가 없다던데 이 유생은 술 마시는 멋을 아니 기특하구나!"
<- 진짜 이렇게 말했음.
하여 정조는 그 유생을 용서해주는 것은 물론 술값마저 내려줘서 마음껏-_- 마실 수 있게 해줬습니다. 누가 이 임금님에게 술의 풍류는 말술만이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좀.
두 번째 이야기~
이런 술 권하는 임금 정조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것은 당근 신하들입니다. 어느 날엔가 성균관의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은 유생들을 싸그리 모아다가 술판을 벌이고 이리 말했습니다.
"니들 취하기 전엔 돌아갈 생각 마라. 'ㅅ'"
그러면서 비서진을 시켜 조직적으로 술잔을 관리, 술을 돌렸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겐 특별히 큰 술잔으로 나눠주는 치밀함을 발휘했습니다. 당연히 파티는 빠른 전멸로 들어가는데...(?) 그나마 술에 강해서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 있자, 여기는 저 사람 할아버지가 취해서 뻗었던 역사적인 장소였지, 라며 기념으로 큰 잔으로 5잔을 연속으로 내렸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유생도 뻗었습니다만...
그러자 정조가 하는 말.
"이전 숙종 때 저 유생 할아버지가 여기서 술에 취해 일어나지 못해서 지금까지 미담(美談)으로 전해지고 있지... 오늘 저 친구가 뻗었으니 이게 어떻게 우연이겠나."
...라고 가해자 치고는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을 합니다.
대체 저 임금님의 머릿 속에서 미담은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 것인지 진심으로 의문입니다만. 어쨋거나 술에 약하던 강하던 상관없이 정조는 절대로 좋은 상사가 아니라는 편견을 확고하게 했습...
이전부터 자주 말했지만, 저는 정조는 꼰대에다 성격 나쁜 종갓집 22대손으로 보고 있는지라. 불똥이 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경하는 것은 좋지만 결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닙니다.
이거 외에도 몇 가지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
모의고사에서는 족족 일등하지만 수능시험(과거)만 보면 똑똑 떨어지는 정약용을 불러다 놓고,
"니가 나이가 몇 개냐? 과거 언제 붙을래?"
라고 입시상담하는 정조라던가.
아들 내지 손자뻘 되는 유생에게 "야, 채제공!" 이라고 반말을 들어 충격먹고 사직서를 날린 채제공 아저씨라던가.
이외에도 사기 진작을 위해(?) 성균관 유생들이 절에 쳐들어가서 정기적으로 행패를 부렸는데, 승려들의 반격으로 조선시대 판 달마야 놀자를 찍었던 일이라던가.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는 꽤 많은데 기분은 바닥.
이럴 땐 단 걸 먹어줘야 하나요. 원래는 단 걸 그리 좋아하질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