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바라는 대중음악

  • Ylice
  •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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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완료 버튼을 눌러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 좀 했습니다. 관련분야 종사자나 안목있는 분이
보시기엔 너무나 덜떨어진 내용이라...ㅎㅎ  뭐, 요즘 세상은 뻔뻔해야 살아남는다고 믿으며
과감히 작성완료합니다.


지난 주말엔 친구 결혼식장에서 눈도장 찍은거 제외하면 7년만에 만나는 친구와 자갈치에서
산꼼장어를 구우며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주거니받거니 중에 제가 예전에 몸담았던 음악
커뮤니티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요. 대중음악의 중심을 티비에서 공연으로 옮기자는 취지의
커뮤니티였지요. 친구는 그 커뮤니티의 취지를 아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이기적인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클럽같은데 가서 일일이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음악을 즐길 수 있을만큼 팔자가 편하지도 못할뿐더러, 그에 반해 티비는
훨씬 접근성이 좋다는거였지요. 뭐, 딱히 반대할 수도 없는 말인지라 저는 그냥 '나를 포함
해서 그때 같이 활동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다 그렇게 딱딱한 사고를 가지고 있지않다. 뭐,
그렇다고 대중음악의 주도권이 티비에 있어선 안된다는 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만'하고
웃고말았습니다. 다른 할 얘기도 많았고, 술에 반쯤 쩔은 정신머리론 논리적으로 얘기하기도
힘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이틀 정도 후에 다시 저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특히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떠오르더군요. 예전에 다른 친구와 대화하면서도 '네 생각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그건 그냥 우리나라 문화의 경향일 뿐, 그렇게 문화적으로 저항을 펼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부연하자면 그 음악 커뮤니티의 활동중에는 가요순위프로의 폐지를 위해 해당방송의
게시판에 가서 온라인시위를 한다던지 뇌물먹은 관련PD에게 모조지폐가 든 박스를 보낸다든지 하는
활동 등이 포함되어있었습니다. 21세기가 된지 얼마안된 시점이었고, 딴지일보같은 반골커뮤니티가
잘나가던 시기였지요. 당시에 대중음악을 까대던 저같은 반똑똑이들은 가창력이야 말로 뮤지션의 기본
이라 여기고 립싱크에 쩔은 댄서들을 까대는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뮤지션의 기본이 뭐냐는
물음에 '가창력'이라고 대답한다면 누구나 픽 웃고말겠지만, 그때 당시엔 그게 정말 맞는말 같았거
든요.ㅎ;  뭐, '클릭B가 락밴드면 모기는 차세대 전투기다'같은 글을 주고받으며 배째고 웃던, 나름
재미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꺽기창법, 소몰이창법, 싸구려 바이브레이션
등등 다채로운 수식을 붙일만한 수많은 가창력 죽이는 가수들의 융단폭격을 받으며 우리의 어리석은
지난날을 눈물로 회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ㅎ

그럼 지금은 뮤지션의 기본이 뭐라고 생각하냐고요? 너무나 당연한 부분이라서 말하기도 민망하기에,
'몰라요 그런거, 본인들 한테 물어보셈'이라고 발뺌하고 싶지만, 어쨋든 말하겠습니다. 최소한의 전제
랄까요. 그건 즉, '자신이 하는 음악의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을 것'입니다. 장르가 뭐건 곡을 누가
써주건, 그 음악의 중심축이 기획사나 팬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있어야 한다는거죠. 뭐 어차피 듀게
에서건 어디서건 아이돌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이돌을 아이돌로서 좋아하는 거지, 거기에다 뮤지션이나
아티스트같은 귀찮은 명칭을 덧씌우고싶어 안달이 난 분들은 거의 없을겁니다. 문제는 음악판의 주도
권과 장르의 다양성이고, 그런 견지하에 '보여지는 것'이 중심이 되거나 전제된 상태로 만들어진 음악이
판치는 상황은 저 같은 전적을 가진 사람에겐 여전히 불만스럽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이란게 대중들에게 온전히 '음향'의 영역으로서만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은 축음기라는게 발명되고부터였지, 그 전까지는 음악을 하는 사람 본인의 모습을 봐가
면서 음악을 듣는것이 기본이었다는 것이죠.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좀 혼란스러워져 버렸습니다. 음향
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소리'라고 하는 현상만을 이용한 독립적인 표현방식은 그 끝을 모르고 깊어만
갔고, Audio는 명실공히 남자가 집안말아먹는 3대 취미 중에 하나로 불릴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주객
전도로 음악이 아니라 성능을 즐기는 양반들도 양산되었고, 소니 워크맨은 한동안 음향의 세상이 득세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과정에 불과했습니다. 노랫말처럼 비디오는 라디오스타를
죽여버렸고, 이제는 축음기가 나오기 전에 그러했듯 음악을 들으며 동시에 그 생산자(댄서든 뭐든)의
모습을 보는 것이 기본인 세상으로 회귀했고, 휴대용기기의 발달과 길거리에 넘치는 각종 디스플레이로
인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는 홀로그램으로 된 디지털 아이돌이 각 가정과
길거리를 뒤덮는 날도 오겠죠. 이 지점에서 저는 '음향이라는 영역으로 집중하지 못함으로 인해 야기
되는 대중음악의 참을수 없는 가벼움'을 여전히 주장하면서도, 세상의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 아닌가하는, 아니 그 이전에 제가 지금까지 견지해왔던 생각이 실은 한없이 얄퍅하고
빈약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생깁니다.

다양성문제가 있지 않냐고요? 예, 있죠. 그런데 그에 대해선 또 이런 생각이 드는군요. 오래전 언젠가
올림픽 때 티비로 핸드볼을 보면서 '저런 비인기종목들이 다양하게 인기를 끌고 활성화되어야 되는데'
라고 했더니 아부지 왈,'꼭 그렇게 생각할건 아니다. 스포츠의 기본은 아마추어리즘이니까'라고 했었던
일이죠. 즉, 봐주는 사람이 있고 없고 하는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며, 스포츠의 아마
추어리즘과 대중음악의 인디씬을 같은 선상으로 놓고 볼 것이냐하는 것은 또다른 담론을 낳겠지만,
어쨋든 그 다양성을 문제 삼고자한다면 그에 대해선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죠(곁가지지만,
'킹콩을 들다'를 보면서 '비인기종목으로 인한 설움'이라는 정서가 영화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그다지
맘에 들지않았던 것이 떠오르는군요). 서브컬쳐는 그 자체로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지, 꼭 전복적이
되어 그 가치를 획득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적어도 음악에서라면 말입니다(예,
여러분은 지금 싸움이 귀찮아서 꼬리를 말고있는 전(煎)문화저항세력 출신 말단 찌끄라지의 모습을
보고계십니다ㅎ).    

노가다와 클럽공연을 반복하며 팬이라고는 몇명의 빠순이(그들의 분위기를 표현하고자함이니 이 표현에
너무 날세우지 마시길)가 전부였던 그 수많은 하코/펑크 밴드들, 기억에서 조차 희미해져 가는 그
젊은이들은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인디씬의 거품을 타고 긴머리 대머리를 흔들며 밤을 호령하던
그들도 지금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티비속의 이쁜이들에게 열광하고 있을까요? 뭐, 아쉽지는 않습니다.
단지 이따금씩 기억날 뿐이죠. 그 시절의 그런 거품에 비하면, 지금의 인디씬은 오히려 장르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수준도 안정적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게 단지 인터넷을 통해 듣고 보는 것이 많은 세상이
된것으로 인한 작용일 뿐, 음반시장의 처참한 상황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지라 할지라도
말이죠. 뭐, 언더시절부터(또는 언더시절만) 좋아했던 클래지콰이나 NELL, 마이 앤트 메리, Where
The Story Ends(현 W & Whale) 등이 메이져에서 성공하고, '푸른새벽'의 음악이 인기드라마에 삽입
되고 하는걸 보며 조금씩이나마 이 나라 음악판의 수준도 나아져가고 있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하품나오는 얘기지만, 음악판의 수준은 뮤지션 혼자 손을 든다고 되는게 아니라 팬도
같이 한손을 들고 마주쳐야 나아지는 거죠.

외국인 친구가 한국 놀러오면 자신있게 앨범을 사줄만한 국내뮤지션이 많이 나타나길 기원하며, 논지를
알기힘든 잡설을 마칩니다. 태클 환영합니다....만, 요즘 같은 판국에 이런 희끄무레하고 레벨 낮은 사고나
하고 앉았다고 너무 면박주진 마세요.^^;
스타세일러의 Alcoholic을 들으며, 오늘 얻은 Hennessy나 마셔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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