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을 틈 탄 '표절이야기'

  • soboo
  •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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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라 제가 몸 담고 있는 전문분야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디자인, 그 중에서도 공간, 환경디자인 분야인데요.

이 분야에서도 '표절 시비'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국제공모전(예를 들어 자하하디드가 당선되어 지금 짓고 있는 동대문운동장 헐고 짓는 디자인센터) 같은 경우에 저게 몇년전 누가 이미 디자인했던 무슨 무슨 건물과 유사하다느니 하는 그런 시비가 종종 있지만 대게 조용해집니다.

이유는 잘 아시다시피 '규범'과 '트렌드' 그리고 '양식'이라는게 하나의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거든요.

예를 들어 '로코코양식'으로 레스토랑 인테리어 디자인을 누군가 했다고 하여 그걸 '표절'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표절 운운하는 사람이 바보죠.

마루와 벽이 연결되는 부분에 스테인레스 걸레받이를 적용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그걸 갖고 표절 운운하지는 않죠. 그건 '규범'의 문제거든요.

최근에는 '미니멀리즘'도 한물 갔고 '빈티지모던'이라던지 '하이퍼클래식'같은 하이브리드 디자인이 상업공간 디자인의 트렌드가 되고 있고 '오리엔탈클래식'같은 이상한 조어도 등장합니다만 이런 트렌드의 몇가지 코드가 있어요. 그런 코드가 적용된 디자인을 누구도 표절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구체적인 '오브제'의 모방도 표절 운운하진 않아요.

5년전엔가 레스토랑에 발리섬에서 공수해온 통으로 된 거대한 야자나무 조형물을 디스플레이했었는데 1년뒤 이 오브제를 적용한 고급식당이 롯데백화점 명동점에 있는걸 인테리어잡지책을 보고 알았어요. 제 작품은 상해에 있었고 한국사람들이 드나들만한 곳이 아니었으니 그 작가가 제 작품을 보았을리가 없죠. 그냥 어떤 트렌드에 따른 우연적인 동일선택이었던거죠.

이런 경우 참 많아요. 중국산 대리석 중에 그 전에는 거의 쓰이는걸 못본 특이한 대리석을 시장에서 발견했는데 가격도 싸고 내추럴하고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좋더군요. 당연히 소비자들은 다소 저항감을 갖았지만 1년이 지나 나서 여기저기에서 많이들 쓰고 있더군요. 제가 선구자였던건 당연히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제품들이 눈에 들어온거죠 디자이너들에게....

음악을 잘 모르지만....그 조합, 선택에 따른 창조적 행위에서 발생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분명 수학적으로 디자인처럼 규범화될 수 있고 일정한 양식이 있으며 트렌드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요.

다만, 제 분야에선 '표절'이란 말을 잘 안 씁니다.
저는 다른 디자이너들만큼 트렌드북이나 잡지들을 그리 많이 안보는 편인데도 가끔 보면 제 나름대로 창조해낸 형상이 이미 있는 경우를 많이 조우합니다.

그래서 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어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물론, 노골적으로 베낀것들 까지 두둔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좀 분위기가 비슷해....정도로도 표절 운운하는 경우는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거죠.

아.... 이 글은 그냥 잠도 안 오고 열흘이라는 긴긴 춘절 휴가의 마지막날이라는 아쉬움을 핑게로 바낭하는 글입니다.

저기 아래에 인용된 DC의 글에 공감한 부분이 제 글의 결론이에요.
"그가 표절을 일삼는 작곡가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 마땅한 것이 아니라, 그가 독창적인 노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작곡가이기 때문에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덧붙이고 싶은게 있어요.
사실 비난할 필요도 없죠. 규범이나 양식이나 트렌드 이런거 무시하고 '명품'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아티스트)를 찬양하면 될 뿐입니다. 굳이 비난까지야....


이런 주제로 이미 듀게에는 레전드의 글이 있었죠....

요즘 그 백작님 잘 안보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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