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에게..
1.
A가 어느날 크게 다쳤다.
부상이 심각했는데, 정작 자기가 왜 다쳤는지도 모른다고 하더군.
처음에 보았을 때는 심하게 다치긴 했어도, 정신은 온전해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횡설수설하더니, 자꾸 말이 앞뒤가 안맞는 소리를 하는거야.
지켜보던 나는 안타깝고, 답답했어.
본인이 원인을 알고 있을 법도 한데, 시종일관 모르겠다로 일관.
2.
그러기를 여러차례..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겠다며, 지하실에 들어가더니 나와서 하는 말이
못되기로 소문난 쌍둥이 동생 B가 자신을 때린 것 같다고 하더라고.
그렇구나. 그래서, 당시에 삼각대 세워 놓고 디카로 연속사진도 찍고 있었다는 걸 아는 나는 카메라 좀 보여달라고 했어.
그래서, 혹시 힌트가 있을까 확인해보았는데 희한하게도 디카에는 사고 전 사진하고 사고 후 사진만 남아있더라. 파일명이 IMG_0005, IMG_0006.. 이렇게 나가다가 갑자기 IMG_0012, IMG_0013으로 점프.
3.
그 뒤에도 A는 계속 횡설수설하더니, 일단은 자신도 모르겠으니 현장에 가서 단서가 될 만한 물건을 찾아오겠대.
현장으로 가는 도중에 A가 다시 입을 열었어. 곰곰히 생각해보니 B가 때린게 거의 확실하단다.
"그래 맞아. B가 그런게 확실해."
하지만 여전히 A의 말이 하도 두서가 없어서 난 A의 이야기가 이해가 안가더라고..
내가 벙찐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A는 남들이 힘쎄고, 잘살고, 똑똑하다고 인정하는 친한 친구 C 와 같이 가서 그와 함께 증거를 찾기로 했지.
4.
한편, A가 현장에서 증거를 찾는 동안, B는 옆동네 덩치좋은 친구 D를 만나고 왔어. B의 자초지종을 들은 D는 지나가다 만난 A에게 한마디 했지.
" 어이~ A. 그 사고 원인이 뭔지 잘 찾아봐. 그런데, B는 아니라는데? "
" 아참, 우리 C 를 포함한 6명의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같이 떡볶이 먹기로 했잖아.. 그 모임 내가 주도하면 어떨까? "
5.
그렇게 A는 시간 날때마다 사고가 있었던 현장으로 가서 주변을 살폈지. 하루.. 이틀..
며칠동안 살피더니 그곳 주변에서 빨간 벽돌 부서진 것을 발견했어. 거기에는 분필로 글자가 써 있었어.
그래 맞아! 이건 B동네의 벽돌공장에서 나온게 맞고, 그 글씨는 우리 가족만이 쓰는 글씨체야. 그러니까 B가 확실해. 이건 완벽한 증거라구! 이거 보라고, 내 예상이 맞았어.
그러자 곁에 있던 친구 C가 한마디 하더라.
"그래. 나는 네 말을 전적으로 동의해."
6.
B는 가난하지만 깡하나는 알아주는 녀석이야. 지금은 성질머리 많이 죽었지만 왕년에는 C 하고 만나면 외려 B가 시비를 걸기도 했어.
A와 B는 가족이지만 옛날에 죽도록 싸운 이후 부터는 서로 따로 떨어져 사는데, 정말 가까운 이웃보다 못한 사이지.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B가 입을 열었어. 그의 말로는 억울하다나. 이번만큼은 자기는 A를 때리지 않았데. A가 어떻게 넘어졌는지, 사고났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지목하는 건 이해가 안된다며, 자기가 직접 찾아가서 확인을 해보겠대. 그렇지 않으면, 정말 싸우겠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난 B에 대해서는 잘 몰라. B에 관한 이야기는 항상 A가 들려주었어.
7.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난 A의 연인이야.
그래 맞아! 그래서, 난 A를 지지할 수 밖에 없어.
A.. 너의 상처는 곧 나의 상처이기도 하다.
다친 너를 보면 안타깝고, 속상하다. 그런데 다친 몸을 이끌고, 어떻게 다쳤는지 주변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너를 보고 있자면, 내 마음이 더 아파오는구나.
내가 보기엔 네가 절친이라고 말하는 C도 순수하게 너를 위해서 네 편을 들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물론 그건 B와 D의 관계도 마찬가지이고..
그러니까, A!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내게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곧 있을 반장 선거로 바쁜 너를 알지만, 제발 나에게 만은 진실을 이야기해 줘.
아니, 혹여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거짓말을 한다하더라도, - 물론 네가 나에게 그럴리 없겠지만..-
내가 믿을 수 있도록 그럴 듯 하게 하라고!!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