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사건(?)을 보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 난데없이낙타를
  • 02-18
  • 1,985 회
  • 0 건
며칠전 친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잘 살고 있느냐 뭐 이런 요지이지요. 설날이 지났으니까요. 얼마전 아이를 출산한 그 친구는 이제 현실에서 경제적 요인은 나빠지는 것만 남았다고 말하더군요. 아무리 희망차게 얘기해도 나빠지는 속도를 줄이는 것뿐이라고요. 아이 분유값을 아껴야하는 현실. 그 현실을 잘 봐야한다고 말합니다. 결혼해서 월급이 공과금으로, 그리고 생활비로 나가보니 그 이전의 삶이란 현실이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덧붙힙니다. 먹고 사는 걱정이 해결되어야 다른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그러면서 친구 사촌동생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이제 29살이 된 사람 이야기.

좋은 대학, 좋은 과에 들어갔으나 들어가자마자 빡세게, 정말 빡세게 운동을 한 사람이야기요. 운동은 언제나 그랬지만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잠깐 투신하고 놀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운동하는 기간 경제성은 이루말할 것도 없고 그 기간이 지나 다른 무엇을 할 때 어떤 밑천이 되거나 경력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누가 와 운동했구나 하고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것도 아니죠. 오히려 현실을 모른다며 냉소가 받기 일수구요. 불행하게도 이런 냉소는 가장 가까운 관계인 가족과 친구들에게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운동한 그 사람은 간신히, 정말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단체에 들어갔다고 해요. 월 20만원을 받고. 한 달에 이십만원이란 요즘 물가에 점심값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지요. 하지만 자신의 이상도 있고, 신념도 있고, 그리고 멀리, 넓게 보며 자신의 현실과 미래를 포기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월 20만원. 차비도 핸드폰값도 점심값도 해결할 수 없는 월 20만원이요. 결국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서, 차비, 전화비, 그리고 점심값 정도 부지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30살이 목전에 둔 지금,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요. 게다가, 그 사람 집이 부유하기는 커녕 매일매일 먹고 살 걱정을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시민단체를 그만두고 취직을 하고 싶어도, 여성이라 나이제한에 걸리기도 하고, 그리고 학점도 좋을리가 있겠습니까. 취업을 위한 자격증이 많기라도 할까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고 정말 변절해서, 이제까지 살았던 삶을 부정하고 반대쪽으로 가지도 못하고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참 먹먹하더군요. 이러니 이십대에게 아니 그 누구에게 운동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민단체에서 일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십대의 이야기지만, 여전히 운동하고 있는 삼십대, 사십대의 삶을 보면 이십대 운동하는 사람의 삶보다 더더욱 나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또 말할 수 있겠지요. 누가 하라고 했냐고. 그렇죠. 자신의 의지대로 했으니까 자신이 책임져야겠죠...

이러한 악순환을 보면서, 신념의 의해 선택한 삶에 대해서 뭐라 말하는 게 아끼게 되더군요. 그리고 그 삶이 다른 선택지를 향해간다고 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구나 싶고요.

어제 경향에 대한 글을 보면서 문득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하고요. 이제까지의 기대치와 경향의 이미지. 그리고 작은 구독료를 내는 사람으로서 경향에게 뭐라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인생을 삶의 기본권을 미래를 보장해주지도 보전해주지도 못하면서 과연 내가 가타부타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침묵하고 외면하고 용인해서는 안되긴 합니다만 말만 해서는 안되겠지요. 경향이 살 수 있게 무언가를 제대로 해주고 말해야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한없이 씁쓸할 뿐. 뭐라하기가 어렵네요.

그저, 사람들이 시민단체에 후원하는 일. 정당에 후원하는 일이 일상화 되고 보편화 되고 그래서 후원만으로도 정부 도움도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알바로 연명하는 일 없이 오직 월급으로 살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그러면 이상과 현실의 충돌을 느끼지 않는 사회가 될테구요. 너무 멀리 있는 일이 아닐까도 생각해보지만,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이러한 후원을 당연시 하게 되고 동참하게 되면 그리 멀리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35234 손예진 신작... DJUNA 3,591 02-18
135233 빙속...? 2,687 02-18
135232 여러 가지... DJUNA 2,720 02-18
열람 경향사건(?)을 보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난데없이낙타를 1,986 02-18
135230 SBS해설은 정말 수준이 다르네요 ... 여은성 5,789 02-18
135229 국가보안법 혐의 전교조 전 교사 무죄 chobo 755 02-18
135228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여주는 사람들 - 성선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00 2,428 02-18
135227 [기사펌]10년은 이 체제가 유지되어야..오시장님께서 하신 말씀 라인하르트백작 1,174 02-18
135226 알베르 까뮈 [오해] - 무료공연 bap 1,214 02-18
135225 초콜렛도 짠 맛이 나네요 & 일본인 체취 미시레도라 2,851 02-18
135224 듀나님, 블로그 리뷰 [평행이론]에 오타있네요. Viktor 749 02-18
135223 김수현 새드라마 출연진들 단체로 한컷. 달빛처럼 3,162 02-18
135222 이준구교수의 FTA vs. 장하준교수의 FTA 데레데레 1,690 02-18
135221 근현대사 관련 책 추천해주세요! third 1,002 02-18
135220 명절노동? 잠시익명 3,169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