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극히 떨어져요. 다만, 같은 근거를 가지고 논지만 살짝 바꾸면 정부를 비판하기에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통계에 대한 해석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죠. 실제 통계적인 위험이 어느 정도이냐에 대한 학문적 판단과는 별개로, 당시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의 시대착오적 의사결정 방식과 신뢰 상실이 큰 원인이었던 만큼 저널리즘의 입장에서는 분명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정부가 아주 기본적인 최소한의 상식선에서 미국측과 줄다리기라도 하는 모습만 보였다면, 그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거죠.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당시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으로서, 다소 과장되더라도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강조했던 것을 법적 처벌의 대상으로 볼 수는 없는 겁니다. 당시 상황은 광우병 위험에 대해 차분한 과학적 논쟁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시민들의 불안과 우려에도 아랑곳 없이 무식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전국민적인 패닉과 분노를 불러 일으켰어요. 비판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PD수첩으로서는 이미 포지션이 정해진 것이고, 그들은 맡은 바 역할에 최대한 충실하게 취재하여 보도했을 뿐인 거죠. 공정함을 요구하고 싶다면, 정부가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존중하고 충분한 기간에 걸쳐 토론과 여론 수렴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합니다. 결국 책임은 이명박 정부에 있었던 것이에요.
과학적으로는 가능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안다 해도, 저 성명을 발표하신 의사협회 관계자들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결정을 주도하신 정부 고위 관계자들 중 대부분은 되도록 백화점에서 1등급 한우고기를 구입할 것입니다. 이는 먹을 것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본질적인 생존본능에 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단 0.01%의 가능성이라 할 지라도,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그 순간 100%가 됩니다. 그리고 지구상의 그 누구라 할 지라도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광우병은 아직 의사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미지의 공포이기 때문에, 대중의 불안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사법부는 이런 대중의 심리를 이해하고, 미국 쇠고기 파동과 그로 인한 사회불안의 원인 제공자가 이명박 정부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의사협회가 최소한의 인문사회적 이해력을 갖춘 집단이라면, 이처럼 오만한 성명은 내지 않았을 겁니다. 대충 읽어 보면 전문가로서 소신을 갖고 주의깊게 기술한 성명서로 보입니다만, 그 속뜻은 "어리석은 대중과 사법부야, 알지도 못하면서 까불지 말고 내 말 들으렴"이라는 겁니다. 네, 이 양반들은 미움 받을 짓만 골라서 하고 있어요. 이명박 엉덩이를 열심히 핥아 줘 봐야 별 소용 없다는 건 제가 봐도 뻔한데, 왜들 저러는 지 모르겠습니다.
더 웃기는 건, 저 양반들이 노대통령 시절 쇠고기 수입을 제한적으로 재개하고 조중동이 광우병 위험 운운하며 비판할 때 정부를 옹호하는 성명을 낸 적이 없다는 거죠. 그나마 조중동처럼 일구이언한 것은 아니니 좀 낫다고 해야 할까요. 이런 말 하기도 부끄러워요. 어차피 사람들은 의사협회가 무슨 말을 지껄이든 관심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