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서 소개팅/선/결혼정보회사 글을 볼때마다 신기하게 느끼는건, 이런 종류의 만남에서 '조건'을 보는걸 매우 혐오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시장에서 '조건'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던 시대는 90년대가 들어서면서 끝이 나려고 하다가 IMF 직후에 잠시 반짝했지만 지금은 다시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요즘에 누가 조건보고 결혼하나요? 그런 사람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2000하고도 10년이거든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평범한 서민인데 준재벌급 집안이랑 소개시켜 준다면 그 부에 흔들릴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런 소개 안들어옵니다. 소개라는건 둘의 성격과 조건이라는게 얼추 비슷하겠다, 한쪽이 처지지는 않겠다고 생각이 들때 해주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 만나보고 상대가 맘에 들때 사귀게 되고 또 결혼을 하든 다시 이별을 하든 하는 것이지요. 상대가 별로 맘에는 안드는데 전문직이니까, 집이 부자니까 하고 만나는 사람이 요즘에 있나요? 소개에서 만나는 상대가 부자여봐야 우리집차 아반떼인데 너네집차는 그렌져구나 정도 차이거든요. 아반떼 타는 나한테 렉서스, 벤츠 타는 사람 소개는 안들어옵니다. 이렇기 때문에 '결혼으로 팔자고치고 싶으면 연애결혼해라' 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당신이 외모는 자신이 있는데 내 조건이 별로이고 부자집 며느리/사위가 되고 싶으면 나이트가서 수입차 몰고 다니는 사람을 잡는게 더 빠릅니다.
'조건'이라는건 그 사람의 경제적인 능력만 따지는 것도 아니지요. 학벌도 보고 집안 환경도 봅니다. 이런걸 보는건 상대가 자라온 환경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지금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다면 성공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거나 노력하는 타입이거나 아니면 머리가 매우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판단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겁니다. 상대방이 예능쪽 직업이면 어떻겠구나, 운동선수면 어떻겠구나 하는 등등 여러가지 판단을 할 수 있고, 이 모든 판단의 확신은 만나보면서 나오는 것이지요.
여기도 종종 보면 상대 집안에서 나를 반대하는데, 우리 집에서 내 애인을 반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연애결혼에서 가장 큰 난관은 각자의 부모에게 소개시켜 주는 것이지만, 중매결혼에서 가장 큰 난관은 서로 만나서 사귀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조건이 좋고 뭐하고 해도 결국 상대가 좋아야 사귀니까요. 당신이라면 자기 조건 좋다고 거들먹거리거나 나를 무시하는 사람이랑 사귀겠습니까?
소개팅 시장에서 난 불가촉천민이니까 나가봐야 소용도 없고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불가촉천민인 나에게 소개 들어오는 상대 역시 자신은 불가촉천민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사람이 나오겠지요. 그런데 그런 사람은 싫잖아요? 어쩌다 보니 사랑에 빠져 그 사람의 불가촉천민스러운 조건들도 수용할 수 있다면 모를까, 처음부터 '난 불가촉천민이에요'하는 사람과 사귀고 싶진 않을 겁니다.
중매나 소개를 통해 결혼해서 잘 사는 젊은 세대들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나이트에서 부킹을 하건, 사내연애/CC 를 하건, 동호회에서 만나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나건 그건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과정일 뿐이고, 내 운명의 상대를 어떻게 만나게 될것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사람이 좋아야 사귀는 거지 조건이 좋아서 사귀진 않습니다. (조건이 너무 좋아 흔들릴 정도면 어쩌냐구요? 그런 차이 나는 소개 안들어옵니다.)
20대 초중반의 소개팅이 아닌, (시쳇말로 둘이 합쳐 나이가 50 넘는) 선이나 소개팅을 하게 될때는 어느정도의 조건을 알게 되고 만나는데, 이게 '헐, 어떻게 조건을 따져 만나.' 라는 생각이 드는 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한 '방법'이 한가지만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