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기에 대한, 어릴 때 읽은 책의 한 단락, 그땐 아 그렇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응? 하는 이야기

  • DH
  • 02-20
  • 1,773 회
  • 0 건
어릴 때 이시형의 <멋진 인생>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인생사 순간순간에 읽어볼만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거였죠. 비싼 메이커 옷이 입고 싶을 때에 대한 이야기 시작이 이런거였습니다.

바깥에 구경을 나가야 하는데 입을 옷이 없다고 아내가 신경질이다. 이때 모 철학자가 답했다. "옷? 구경을 '시키러' 가는게 아니라면 옷이 무슨 상관이지?" 한마디로 예쁜 옷 입어봤자 자기는 못보고 남들만 보는데, 남들한테 자기를 구경'시키러' 가는게 아니라면 구경을 '하러' 간다는 사람이 왜 옷에 집착하냐능. 그땐 아 그렇구나! 메이커 옷 사달라고 징징거리는 것들은 다 동물원 원숭이가 되고싶어 안달난 바보들이구나! 했었지요. 아마 덕분에 부모님은 저 키우기 약간 수월하셨을 겁니다.ㅋ

이런 류의 에피소드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욕망을 수준 낮은 것으로 치부하고 그 위에 선 것처럼 느끼게 함으로써 일견 고민과 콤플렉스를 해결한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꼭 나쁜건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해결은, 욕망을 해결하기 위해 뭔가 해보라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욕망을 거세시켜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욕망이 잘 거세된다면 다행입니다만, 거세되지도 않았는데 고고한 학처럼 살고는 싶다면? 인생 아마 상당히 피곤할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실제로 해봤을 때, 주변의 반응은 백이면 백 '자기만족'이라는 걸 무시한 무식한 소리라는 거였습니다만, 사실 따져보면 그런 설명조차도 필요가 없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외모에 무관심한게 아니라면, 구경 좀 '시키면' 어떻습니까? 비싼 옷을 입은 덕분에 남들이 날 예쁘고 멋있게 봐준다면, 그래서 내가 기분이 좋으면, 그 옷은 돈 값 한거죠.

이 정도로 생각이 변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이른바 명품의 가격과, 그걸 사기 위한 지나칠 정도의 노력을 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이런 동물원의 원숭이..." 하는 생각이 자꾸 올라옵니다. 설사 그런 행태가 비판받을만 하더라도, 사실 다른 논리로 비판이 충분히 가능한데 말이죠. 이래서 어릴 때 책 잘 읽어야 해요. 이시형의 책이 꼭 나쁜 책이었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 반대편 입장의 책도 읽어볼 기회를 가졌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물론 그런 책이 저희 집안에 저 읽어보라고 있을 리가 없겠지만요ㅋ.

게시판2004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35399 [판매글] Delices De Cartier 향수만 남았네요. 펀치손윗사람 879 02-20
135398 웹페이지 캡쳐해주는 애드온 february 818 02-20
135397 [듀나in]전주 한옥마을로 당일치기 여행을 갈까 하는데 어떤가요 피핀 1,559 02-20
135396 [진이인이 이야기] 가끔 놀랍도록 똑똑해지는 진이... ^^;; gilsunza 2,603 02-20
135395 광고 이야기.... 몇 개 Jade 1,513 02-20
135394 art 757 02-20
열람 옷 입기에 대한, 어릴 때 읽은 책의 한 단락, 그땐 아 그렇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응? 하는 이야기 DH 1,774 02-20
135392 데톨 항균 스프레이 써보신분 질문 잠시익명 666 02-20
135391 [질문] 비고무제콘돔 물고기결정 2,697 02-20
135390 음주 흡연 하시는 예수님? Apfel 2,906 02-20
135389 삼성병원 장난 아니네요. 악마네요. 악마 사과식초 5,516 02-20
135388 20대 초반 남자가 들만한 가방 브랜드 뭐가 괜찮을까요? 익명... 2,599 02-20
135387 아래 글과 이어서....'스파이크 리' 감독의 어떤 영화 이야기 soboo 1,502 02-20
135386 구매글) 아래 향수 판매 사진보고 글 올립니다. 저에게 향수 판매하실 분 구해요 연금술사 1,098 02-20
135385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2010 Final Film Festival 귀드 1,43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