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책 편력에 대해 몇자 적어봐요.

  • 낭랑
  •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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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작년에 찍었던 흑백사진...제 책상입니다. 영어사전 펴놓고 원서 읽는 중에 잠깐 찍어봤어요. 어떤 책일지 감이 잡히시나요?)


밑의 책 지름 글을 읽다보니 저의 책 편력기에 대해 몇자 적고 싶어지네요.

어렸을때부터 왜 그렇게 책이 좋았던 걸까요? 부모님은 책을 그렇게 많이 사주시는 편은 아니었어요. 그런 부모님이 큰 맘먹고 할부로 사주신 계몽사 문학전집은 양도 많고 늘 곁에 있어서 언제든 몇번이나 꺼내 읽을 수 있는 제 보물이었죠. 한 7-80권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한살 터울 남동생은 책을 잘 읽지 않아서 제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가장 많이 읽었던 건 <톰 소여의 모험>, <왕자와 거지>같은 마크 트웨인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고 <레 미제라블>도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톰아저씨의 오두막>은 읽을 때마다 신이란 무엇일까, 신앙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가...이런 무거운 생각들을 제 어린 머리에 차오르게 했어요. 그리고 이때부터 흑인들을 깜둥이라고 부르는 걸 들으면 화가 났었죠.

그리고 읽을 때마다 마음이 먹먹했던 저의 베스트로는 <어린왕자>를 꼽겠어요. 너무 좋아하는 책이라 오히려 자주 읽기가 꺼려졌어요. 집이 조용하고 저 혼자 있을때면 가끔 이 책을 꺼내서 한 장 한장 공들여 읽곤 했지요...

당연히 그 전집만으로는 성이 안찼는데...친구 집에 가면 친구랑 놀지는 않고 그 집에 있는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거든요. 그러면 친구들은 섭섭해하고, 저는 저대로 미안하면서도 책이 너무 좋고...ㅜㅜ

그러다가 중학교에 가게 되면서부터 무자비한 암기식 공부에 짓눌려 살다보니 참고서 이외의 책은 멀리하게 되었어요. 다시 진정한 독서에 눈뜨게 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였죠.

처음엔 주로 문학을 읽었어요. 대학생이 되고나서 처음은 하루키와 레이먼드 챈들러, 도스토예프스키를 탐독했습니다. 그리고 민음사 문학전집도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점차 철학책을 읽었고, 미학책도 읽게 되었죠. 그리고 어느 샌가 과학책을 기웃거리게 되었어요. <엘러건트 유니버스>, <눈 먼 시계공>은 제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듀게를 알게 되면서부터는 뒤늦게 과학소설의 매력도 알게 되었어요. 안 그랬으면 아직까지 <뉴로맨서>나 <쿼런틴>,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지 못했을 거예요. 듀나님 소설도 너무 좋아해요. <너네 아빠 어딨니>가 저의 베스트예요.

이렇게 독서의 폭은 점점 넓어져 갔지만, 사실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아직도 소설과 미술책입니다.

문득 생각하는 건....중, 고등학교때 이 좋은 책들을 읽었더라면 나라는 사람이 더 너그럽고 여유로웠을 거라는 아쉬움이예요. 그땐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사느라 문제집 달달 외우는 게 유일한 일상이었거든요. 뭐 그래봤자 좋은 대학 가지도 못했지만요.

아무튼...저에게 책은 돈 잡아먹는 하마나 다름없지만, 전 그래도 책을 사랑해요. 앞으로도 계속 사랑할 거예요. 사실 책 없이는 살 수 없거든요.

가족들은 이제 그만 좀 사라고 구박하지만....이젠 대학 도서관 이용기간이 끝나버려서 사는 길 말고는 다른 길도 없어요. 시립도서관 같은 데는 장서수가 너무 적고요, 희망도서를 들여놔줄 때까지는 제 인내심이 버티지를 못해요. ^^;

저는 꿈이 화가인데요, 나중에 화가로 유명해지면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같은 데서 연락오지나 않을까 하는 망상을 종종 합니다. 정말 망상이지 뭡니까...민망해라.

덧-
사진 속 책은 루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 원서인데요, 도저히 제 취향이 아니라서 조금밖에 못 읽고 포기했던 책이예요.

덧2-
며칠 전에 또 책을 지르고야 말았어요. 윤주영의 <안데스의 사람들>, 박홍규 교수의 <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 <고야>는 절판된 책인데 헌책방에서 배송비까지 만원이면 살 수 있길래 몇번 고민하다 끝내 사고 말았어요.
책들이 얼른 도착하기를 두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네요. 이래서 책덕후질을 못그만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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