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맨, 파리 마지막날. 와인 선물하려는데 공항에서 사야 할까요?
1.
울프맨 보았습니다.
파리까지 와서 본 영화 두 편이 다 헐리우드 영화라니 좀 이상하지만,
'From Paris With Love'는 영어로 만든 프랑스영화나 마찬가지이고,
'울프맨'의 경우 프랑스가 아닌 영국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중충한 유럽을 배경으로 한 고풍스런 장르물이니
날씨가 우중충한 파리에서 보기엔 안성맞춤인 영화...
...라고 생각했는데 요새 며칠간은 계속 아침에 잠깐 비왔다가 맑은 날씨네요.
하여간 그냥 봤습니다.
리뷰게시판에 Q님이 올리신 글이나 듀나님의 리뷰 읽고 꽤 기대했는데,
딱 기대한만큼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러닝타임을 줄이려고 한 건지 초반은 너무 짧게 짧게 지나가더군요.
특히 오프닝은 이거 뭐 예고편 클립도 아니고
"변보다 만 기분"처럼 찝찝하게 모자른 것이 참...
그래도 중반부부터 나름 알차게 진행되는 것이 캐릭터나 드라마나 액션이나 다 맘에 들더군요.
특히 이 영화의 나름 반전인 늑대인간의 정체가 맘에 들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대결에서 안소니 홉킨스 옹이 변신한 늑대는 암만봐도 늑대라기보다 아빠 곰돌이같아서 참...
배우의 얼굴을 그대로 유지한 건 좋은데, 안소니 홉킨스한테 털을 입히면 그렇게 귀여워질 줄이야.
게다가 변신하자마자 웃통을 까시는데 "풉!"하고 웃을뻔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늑대인간인데 지나치게 배우 본인의 체형을 그대로 살렸잖아요.
아니, 애초에 그 장면이 cg가 아닌 안소니 홉킨스가 분장한 거였으려나요.
차라리 축쳐진 노인의 몸매라거나, 반대로 우락부락한 몸이었다면 괜찮았을텐데,
뭔가 적당히 살찐(?) 모습이 동네 수퍼마켓 아저씨 난닝구 입은 모습같기도 하고... -_-;
뭐 그보다도, 늑대인간 한쪽이 웃통을 찢어발기는 장면 자체가
"자, 관객여러분. 지금부터 두 늑대인간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대결을 벌일텐데
혹시나 어두운 조명 가운데 양쪽이 분간안갈수있으니
친절하게 한쪽의 웃통을 까서 확실히 구분시켜드리겠습니다~!" 라는 목적이 너무 뻔해서...
하여간 좋기는 좋은데 아쉬움도 있는 영화였습니다.
그 아쉬움에 대해서야 다른분들이 이미 이런저런 말씀 다 해주셨으니 넘어가구,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역시 러닝타임이 가장 아쉽달까요.
물론 타이타닉이나 반지의 제왕이 성공할때마다 유행하던
"지가 예술영화도 아닌 주제에 쓰잘데없이 긴 영화들"보다야 나을지 몰라도,
어제본 From Paris With Love도 그렇고 캐릭터 소개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이
뮤직비디오마냥 시퀀스가 휙휙휙휙 지나가버리는 2시간 훨씬 안되는 극영화들을 보면,
아무리 극장에서 많이 트는 게 장땡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싶습니다.
어쩔때는 편집이나 각본에서 뭔가 잘못된 거 같이 느낄 때도 있습니다.
차라리 단편영화들이 더 느긋하게 느껴질 정도이니까요. :-(
2.
파리 마지막날입니다.
이제 진짜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아, 비행기 스탑오버 때문에 도쿄에 2박할 예정이고
미술관 몇군데를 구경할 생각이긴하지만,
이번엔 여행이라기보다 어디까지나 "그냥 들르는" 개념입니다.
다행히 아는 분의 신세를 지게 되어서 유럽에서처럼 돈 걱정은 없습니다.
파리나 스위스와는 달리 도쿄가면 가격 싸고 맛있는 덮밥 체인점도 많으니까요.
이번 클레르몽페랑 떠나기 전에 후기를 적겠다고 게시판에 공언했는데
결국 가끔씩 쓸데없는 잡담만 올리고 정작 영화제 이야기는 별로 없어서 죄송합니다.
할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영화제 기간 중에는 인터넷으로 글을 적을 여유가 없었고
영화제 끝나고 파리에 와서는... 역시 바쁘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워낙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정리가 안되어서요.
짧게 말하자면, 좀 상투적이긴 하지만
"정말 오길 잘했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말해야 할 듯 싶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짧게라도 글을 따로 올리겠습니다.
클레르몽페랑 경쟁부문이나 프랑스경쟁, 또는 다른 섹션에서 본
작품들에 대한 짧은 단평이라거나... 뭐 그런 글을 올리고 싶긴 하네요.
듀게에도 영화 공부하는 분들 많으신 걸로 아는데,
혹시라도 자신의 영화가 해외 영화제에 초청될 기회가 있다면,
영진위 지원에 해당이 되든 안되든간에 꼭 참석하시길 권합니다.
그저 공짜로 숙박하고 파티가서 끼니 때우고 영화 공짜로 볼 수 있어서 좋은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자신의 영화를 가지고 다른 세계의 동료들이랑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뭔가 거대한 동료, 또는 가족에 속한다는 기분을 실감하게 된달까요...
하여간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좋은 시기는 아니었고
금전적으로나 여러가지로 좀 무리를 한 것이었는데,
정말 오길 잘했어요.
3.
유럽 여행에 대해서는...
뭐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는 거니
유럽 온 김에 파리도 눌러있고 스위스도 가본 거구,
결코 거기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지만...
세상에 물가가 비싸도 비싸도 이렇게 비쌀 수가 있구나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 "빅맥지수"라는 게 진짜더군요.
뭔가 이상하긴 합니다.
이 동네 사람들은 그만큼 수입도 많다는 걸까요?
허긴 서로 다른 나라의 경제나 물가라는 게
단순히 환율 계산해서 1:1로 비교해서는 파악하기 힘든 거겠죠...
...음, 근데 이 똑같은 얘기를 이 게시판에서 했던 거 같습니다.
스타벅스 가격에 대한 글에 댓글로 달았던가?
요즘 저는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마치 노망난 노인이 된 거 같아요...
...아니 잠깐, 지금 이 얘기조차도 전에 똑같이 한 번 적은 거 같은데...
제가 지금 졸려서 그런 걸까요? -_-;
4.
신세질 분께 와인을 한 병 선물하려는데,
아무래도 파리 드골공항 면세점에서 사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내일 쇼핑할 시간은 있을 것 같지만,
면세점보다 더 쌀 거라는 보장도 없고
게다가 기내 액체 반입 금지엔 와인도 포함이 될 거 같고...
아닌가요? 그러고보면 기내 반입 금지 품목에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건들은 항상 예외인 것 같더군요.
면세점의 물품들은 들어올 때 모두 체크를 받기 때문인지? 사실 잘 이해가 안됩니다만.
어쨌든 내일 공항가면 와인 파는 곳부터 찾아봐야겠습니다.
근데 대체 뭘 사야 할지 애매하군요.
점원한테 추천해달라고 해야 하려나.
설마 "파리"의 공항인데 면세점에 와인이 없을 리는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