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이 된 지 4주일째 단상... 수족구병 주의보
1. 4주가 아직 못 되었는데 벌써 몇 달은 된 느낌이네요.
당연하죠. 군대에서보다 훨씬 많은 일을, 오랜 시간동안 하고 있으니까요.
3년동안 바보가 된 머리를 굴려 다시 적응하려니 굉장히 힘들어요. 그 와중에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하게 되고요.
결정적으로, 제가 모셔야 하는 분들의 당근을 가장한 채찍질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군요. --;
이 양반이 미국에 오래 계셨던 분이라, 절대 막무가내로 윽박지르시지는 않는데,
채찍 끝에 당근을 매달아 휘두르시니 오히려 더 아픕니다.
연휴 일요일 새벽에 이메일로 한 대 얻어 맞으니까 잠이 싹 달아나내요.
2. 실은 이렇게 얻어맞게 된 데에는 제 불찰도 있었어요. 당연히 확인해야 할 사항을 대충 넘어가다가 실수한 거죠.
그나마 머리 굴려서 대충 적당히 넘어갔어도 되는 걸, 미련하게 그대로 보고했다가 완전히 바보 취급당했습니다.
굉장히 세심하고 조심성 있는 사람이 말도 안되는 이상한 실수를 가끔 해서 주변 사람들을 어이없게 할 때가 있죠.
제가 그래요. --;
뭐 어쨌든, 제 전임자들은 휴가도 안 가고 새벽 3시까지 일했다 하시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가도 가고, 시간 아껴써서 가족들에게 충실하고, 운동도 하라 하시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는 알겠는데, 이것도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이죠.
3. 하여간, 이런 보스의 성향에 맞춰 오늘도 출근을 했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어제 새벽부터 아이가 또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8주동안, 안 아팠던 날은 다 합쳐야 2주 정도 될 거에요. --;
그나마 가벼운 감기가 다 나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열이 39도에 이르시더군요.
소아과에 갔더니 수족구병이랍니다. --; 아직 손, 발에는 물집이 없이 입에만 생겼다네요.
최근 유행하고 있다 하니, 집에 아이 있는 분들은 조심하시길...
밤에 잠도 거의 못 자고, 아이는 아프고, 집에 있어봐야 일은 손에 안 잡히고, 그러다가 보스의 이메일 당근채찍에 얻어 터지고 나니까
이것 참... 기분 엿같아지는 군요.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사나...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봐서 저희 보스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공정하신 분입니다.
결국 문제는 제 능력 부족과 안이함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밤새우기는 정말 싫어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