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박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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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계속 안오고, 폭식증이 도질랑말랑 하여 회피 모드의 일환으로 말 많고 탈 많은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드는 중입니다.



1. 연아..

연아 연기는 생방송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일부러 안 봤다는게 맞습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 국대가 '한국' 국대만 아니었다면 정말 한국 국대의 게임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봤을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네추럴 본 한국인인 저에게서 거의 무의식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는 이 애국심이 순수한 스포츠 감상의 재미와 '자유'를 오염시키더라고요. 당시 해외 사람들은 한국 국대 활약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봤더랬죠. 저도 그러고 싶었어요.

요근래 신나게 보고 있는 프런코의 오리지널버전 Project runway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season 4지요. 그리고 거기에는 상당히 실력이 있었던 한국계 빅토리아 홍이 나옵니다. 역시나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애국심(??)을 자제하지 못한 저는 상당히 강박적으로 빅토리아를 응원했었고, 그리하여 그 시즌을 정말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빅토리아가 떨어진 후에야 한숨을 쉬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사상 최고의 시즌의 맛을 조금이나마 만끽할 수 있었죠.

하여간 저는 질척거리는 애국심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순수하게 애국심으로 불타면 좋을텐데,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그런 저를 너무 싫어하고 짜증내는 또다른 제가 너무 강력합니다. 그래서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나고...그 갈등 때문에 스포츠나 프로그램으 순수한 마음으로 보기가 너무 힘듭니다.

리듬체조나 피겨 같은 종목을 굉장히 좋아해서 부모님의 갖은 구박(저희 부모님은 이런 종류 게임 굉장히 싫어하십니다.)을 다 제압하며 올림픽이 열릴 때 마다 체널을 고수했던 저였건만...결국 저넘의 반사적인 애국심(?)과 본능적인 편들기가 펼쳐질 것이 너무 두려운나머지 연아의 경기는 연아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끊었'더랩니다.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던 동영상을 가끔..조심스럽게 클릭해 볼 때 마다 소름돋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가 너무 좋았음에도 말이죠.

그리고 이번 결승전에서도 제 DMB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저는 다른 소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온 후에야 속속 올라오는 동영상을 볼 수 있었죠. (아직도 아사다마오 동영상은 못 봄. 안볼거임-_-) 너무 쉽게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깃털처럼 연기를 하더군요. 그 어려운 동작들을... 그 짧다면 짧은 동영상은 어떤 기술을 연마할 사람이면 (학문이든, 세일즈 능력이든, 직업 기술이든..) 모름지기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향의 능력치와 태도를 체화한 사람이 보여주는 어떤 것이더군요. '준비가 충분했기 때문에 자신있었다'는 말이 당당하게 나올 수 있었던 그 엄청난 준비와 지독한 노력, 말도 안되는 그 압력을 이겨내는 강철같은 정신력과 결정적인 순간 보여주는 고도의 집중력, 그리고 자신의 재능과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과는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 그 태도까지. 사실 제가 감동받은 것은 연기 자체의 아름다움 보다는 이런 부분들 때문이었습니다.

감동받은김에 충동적으로 연아 자서전을 샀습니다. 그녀의 커리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에 각종 대회 이야기가 나와도 그런가보다..하며 그냥저냥 읽다가..한국팬들의 매너에 실망함을 숨기지 않고, 한국에서 연기했을 때의 나쁜 경험에 대해 솔직한 그녀의 글을 읽어나가면서..다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결국 그 부분에서 읽기를 멈췄어요. 4/5 읽었으니 돈 값 한건가. 음.

심경이 복잡한데...참..풍요롭게 살지 못해서 가끔씩 발견하는 보석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우리 나라 국민..이라고 포괄적으로 말하면 안되겠군요. 제가 특히 그럴테니. 아, 저 자신도 참 안쓰러워요. 저런 부분을 읽고 마음이 복잡해진 저....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안으로 굽는 팔'을 너무 혐오스러워하면서도 자제할 수 없어 그 갈등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참 좋아하는 장르(?) 언저리에 현재진행형으로 전설을 써나가고 있는 선수를 지켜보는 그 크나큰 즐거움(심지어 한국인이어서 정보 얻기도 쉬운데!)을 일부러 포기하고 있는, 조절력 없고 경직되고 바보같은 제가 참 한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음, 그렇습니다.

그래서..솔직히 외국인들이 연아를 찬양하는 기사들 같은 것은 읽기가 좋아요. 제가 괴로워하는 부분 (한국..과 관련된)이 싹 제거가 된, 순수한 팬심의 찬사들이니까요.

전 왜 이렇게 순수하고 객관적으로(??) 혹은 정말 지극히 주관적으로 즐길 수 없는걸까요.  





2.

박재범 사건이 떠들석하군요.

자주가는 사이트들에서 천개 이천개가 넘어가는 리플들을 읽다가, 간담회 녹음본이라는 mp3를 짧게나마 들으며 든 생각은...

1) '이게 노이즈마케팅이라면 최곤데? 궁금증 증폭시키는데 신급이군-_-'  전혀 관심없었던 나 같은 사람까지 '대체 뭔데???' 싶게 만들다니..


2) 팬들의 주장대로 재범군의 '사생활'따위가 없이 다 조작된거라면, 이 기획사의 간덩이 크기에 기가 질리고, 한편 대응방법의 조잡함과 거침에 또 한번 놀랍고, 멤버들 연기력은 가히 연기대상감이다. (지나치게 연기력이 출중하여 연기라고 믿기는 좀 힘들다.)


3) 그넘의 '사생활'이 있다면, 그게 뭔지 몰라도 정말 궁금하게 한다. 갖은 상상력을 동원해서 별 생각을 다 하게 만들어내게 할 정도로. 정말 루머를 부르는구나. 팬들이 명예훼손이라며 애 인생 망치는거라며 분노 분통 터트릴만 하다. 그리고 시애틀 시애틀 이야기가 자꾸 나오다 보니'시애틀에 있으면 괜찮은데 한국에 들어오면 뭔가 문제가 되는건가?' 싶기도?



지금 제 생각은, 사생활인지 뭔지 모르지만 어쨌든 모종의 사건이 있었다는 쪽이 그나마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짜 맞추지가 쉽지 않나 싶고, 그럼에도 기획사 대응은 지나치게 거칠고 감정적으로 보여 민망하며, 적어도 간담회 mp3만 듣고 판단하기로는 팬들 반응이 좀 과하다 싶다는 것. (멤버들 목소리가 지칠 대로 지쳐서 될대로 되라 분위기던데;) 그런데 이게 좀 그런게..아주 어린 팬들이야 그 나이 대 아이돌팬이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꽤 나이 있는 팬들 조차 그러니 참..팬들 댓글들 중 희망고문 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간 JYP가 어떤 식으로 박재범 복귀에 대해 말을 해 왔는지 사정을 전혀 모르기에 팬들 실망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잘 안감.. 재범 복귀에 대한 기대도 그렇지만 그룹간 결속력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컸던 것 같은데 이것에 대한 실망도 큰 것 같고.. 아이돌이 갑자기 그 나이 또래 남자애들 같은 반응으로 말하니 이것에 대한 분노도 있는 것 같고..

새삼 느낀건 팬질은 안 할 수 있으면 최대한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것.. 애착과 집착이 생기기 시작하면 뭔가 괴로워짐.

저는 2pm에서 박재범이 좋았던 듯 합니다. 오로지 하이컷의 멋진 화보 덕분이었지만, 연예인 좋아하는데 외모 맘에 드는 것도 꽤 중요하니 상관 없지요. 그러나 정작 2pm 음악 무대는 한번도 못 봤어요. 예능에서 활약하는 것도 무한도전 박명수가 간다인가? 에서 춤 추고 고기 먹고 간 장면 정도만 봤고요. (아, 벼농사 할 때 잠깐...)

이렇게 요근래 가장 핫(여러 의미에서--)한 아이돌과 접촉이 없을 수 있다니 새삼 놀랍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를 '대체 뭐길래???' 싶어 글들 찾아 읽게 만드는 이번 사건의 파장 또한 놀랍고요;; 그리고 가장 놀라운건 팬도 아닌 주제에 이 사건에 대한 글을 이리 저리 찾아다니며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하는 제 정신상태;;




3. 그리고...

현실 회피 수단으로 바람잘 날 없는 인터넷의 사건 잔치에 억지로 머리 드밀고 있다가 문뜩..

MBC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현실적으로 뭐를 할 수 있는지 지금은 전혀 감이 안 오지만, 그래도 뭔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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