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웨딩 스튜디오 촬영은 반드시 필요한 건가요?
5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가 있습니다. 편의상 이름을 태희라고 할까요. 결혼하기에는 좀 이른 나이이긴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연애하다가 신중하게 마음 먹은 결혼이에요. 시부모님 되실 분들도 참 좋은 분들이라 그럭저럭 결혼 준비는 잘 되어 가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친구들 중에서는 제일 빨리 결혼을 해요. 사실 제 나이가 이제 갓 대학교 졸업한 나이라서.
며칠 전 태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나 일요일에 웨딩촬영해~"
저는 그때 한참 딴짓중이기도 했고, 몇 번 얘기를 들은 적도 있고, 이래저래 별 생각 없이 문자를 받고도 답장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날 밤에 태희에게서 전화가 왔지요. "내 문자 봤어?" 봤다고 대답하자, 태희가 다음 말을 이었습니다.
얘기인즉슨
태희는 요새 갓 취업이 된 상태인데다 결혼식도 얼마 남지 않아서 매우 바빴답니다. 그래서 웨딩촬영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다 하긴 했는데, 그게 말을 한 데도 있고 안 한 데도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저와, 다른 친구(얘는 혜교라고 할까요)에게 얘기한다는 걸 깜빡했다는 겁니다. 참고로 저, 태희, 혜교는 무지무지 친한 사이고요. 혜교는 태희가 웨딩촬영한다는 걸 모르고 있다가, 태희의 다른 친구한테 얘기를 듣고 화를 냈다나봐요. 좀 삐지기도 하고......어떻게 그런 걸 나한테 말 안 할 수 있느냐, 친구라면 언제언제 찍는다는 얘기를 해줘야 될 것 아니냐, 실망했다 등등. 사실 혜교도 저도 태희가 웨딩촬영을 할 거라는 계획쯤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요. 단지 정확한 날짜를 몰랐을 뿐이예요. 아무튼 태희는, 생각 외로 화를 크게 내는 혜교의 태도에 놀라서; 저에게도 부랴부랴 소식을 전한 거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일요일이죠. 저는 제 일도 있고 해서 가지 않았지만, 오후에 혜교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습니다. "나 지금 태희 웨딩촬영하는데 와 있음 ㅋㅋ 신난다"
이 문자를 받고 나니 음......뭔가 낯선 기분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웨딩촬영같은 것은 도대체 왜 하는 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수삼 년 전에 제 손위형제가 결혼할 때 웨딩촬영장에 따라간 적이 있어요. 구경도 할겸 잔심부름도 할겸 겸사겸사 보러 갔지요. 미리 골라놓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몇 번 갈아입으며 사진 찍고......크게 재미없다거나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지도 않았습니다. 제 결혼이 아니라서 그랬을지도 모르지요. ^_^ 그 전에도 웨딩 촬영이라는 것에 대해 별 기대가 없긴 했지만, 보고 나서는 더더욱 감흥이 없어지더라고요.
말 그대로, 예쁜 옷 몇 번 바꿔입으며 로맨틱하게 연출한 사진이잖아요. 저는 결혼식에 왜 그걸 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요......게다가 저는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에도 별반 흥미가 없어서, 지금까지 찍은 이런저런 사진들(여행갔다가 찍은 것들, 졸업식에서 찍은 것들, 기타 등등)은 평소에는 전혀 보지 않거든요. 다른 분들도 그렇지 않나요? 전 일년에 한두 번 방 대청소를 할 때 우연히 나오는 걸 한 번 보고 다시 구석에 처박아두는 정도라...제 눈에 웨딩촬영이란 진짜로 아무 쓸모짝에도 없는 허례허식이거든요.
물론 그렇게 따지자면 결혼에 관련된 수많은 관습들이 허례허식이겠습니다만, 모두가 알면서도 하는 건 기꺼이 그 허례허식마저도 달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타의도 엄연히 있겠습니다만) 바꿔 말하자면, 본인이 전혀 원하지 않는다면 그 허례허식은 얼마든지 생략 가능할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결혼과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아직 좀 커요. 예전에는 해변이나 커다란 온실, 야외 정원에서 결혼하는 게 꿈이었지요. ^_^ 지금은 대형리조트로 조정되었어요 -_-; 이외에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 건지도 이미 혼자서 다 정했고, 드레스도 다 골랐고, 집도 다 꾸며 놨고, 남자만 있으면 됩니다. T_T 하지만 웨딩촬영은? 왜? 저는 사진을 벽에다 거는 것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 얘기를 혜교랑 다른 친구 몇몇, 어머니에게 했더니 절보고 매정하다고 합니다. 사실 그래서 게시판에 질문 겸 분풀이 겸 글을 쓰는 것은 절대로 아닌 게 아니라..........맞습니다. -_- 정말 웨딩촬영은 결혼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이벤트인 것인가요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