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의 가운뎃날,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저는 미리 이야기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드리고 오늘 회사를 덜컥 빠져버렸습니다. 상사와 팀동료들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산더미라 뒤늦게 전화로 이야기 드리긴 했는데 그 부재중 전화 수를 보니 사무실 내 분위기가 어땠을지..아아..내일 폭풍이 두렵네요.
요새 회사 내 인간관계가 서먹한 점이 있어서 이래저래 답답했던게 쌓이더니만 이렇게 저질러버렸네요. 최근 단지 대하기 싫은 사람이 같은 팀이 되었다는 이유로(지난 달 마지막주부터)회사 가기가 싫어지더라고요. 아무리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해도 정말 아프지도 않고 아무 사정도 없는데 연락도 안 하고 애같이 회사를 덜컥 빠지다니.. 오후가 되서 정신차리니까 자신에게 한숨만 나오네요.
다른 일을 할때도 그런데 일이 잘 안 풀리면 금방 그만두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타입이에요. 솔직히 이 성향때문에 한 회사에 오래 다닌 적이 없네요. 덕분에 경력도 우왕자왕이고..
학생 때도 레포트가 잘 안 써지면 안 써지는데로 완성작을 기한까지 제출해야 하는데, 허접한 걸 내느니 안 내고 싶어~ 하고 아예 빼먹고 엉망의 학점을 받은 적이 꽤 있어요. 이게 졸업하면 고쳐질까 했는데 여전, 아니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이에요. 인간 관계에서도 한 번 사이가 어색해지거나 부딪히고 나면 다시 풀려는 생각은 안 하고 아예 '흥 나 싫어한다 이거지?'하고 먼저 관계를 끊어버리거나 대화를 피하게되요.업무에서도 평소엔 성실하게 하다가 드문 실수를 하면 사실 한두번 그럴 수도 있는건데, 그게 오래 맘에 남고 심지어 그런 실수를 한 다음날은 아예 회사에 가기가 싫어져요. 이런 이유 하나만으로 업무로는 인정받던 회사에서 그만 둔 적도 있고요.
이게 완벽주의라기도 그렇고 강박적이라고 해야하는 건지..
이런 태도 이면에는 지나치리만큼 남의 평가와 시선에 민감한 점도 같이 나타나요. 그래서 어쩌다 큰 실수를 좀 하면 저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우습게 보지 않을까, 다시 만나기 싫다 이런 생각들이 들곤 해요.
평소에 잘 대해주던 사람이 그 날 기분에 따라 좀 뚱하거나 차가운 표정으로 대할 수도 있는데 머릿 속으론 알면서도 자꾸 '내가 뭐 잘못했나','역시 난 사람을 오래 못사귀는거야'등등 혼자만의 지레짐작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다 서먹한 제 태도때문에 정말 그 사람과 사이가 이상해지는 경우도 있고..
이런 상황을 항상 스스로 반복해 만들어서 힘들어요. 첫인상은 다 좋게 보다가 점점 그 조직이나 모임에 오래 있을 수록 사람들에게 '대하기 힘든 사람','변덕스런 사람'이 되곤해요. 그래도 다행히 천사같은ㅜㅜ 친구들도 있어서 왕따는 아니고 그럭저럭 지내왔지만 정말 힘드네요. 내일 회사 또 가기 싫은데 어쪄죠... 끄응...
혹시 비슷한 성향 혹은 그 성향에서 갱생(!!)한 분이라든지 주변에서 이런 문제점을 가진 경우를 본 분들 조언 좀 부탁드려요T..T
P.S. 에구..그나저나 듀게에서 항상 다른 분들의 다양한 글을 즐겁게 읽고 가는데 정작 저는 늘 우울한 신변잡기글만 올리게되네요. 언젠가는 듀게에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왠지 찔려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