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건지, 모른 척을 하는 건지 (웃음)

  • 쿠아레
  •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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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기를 좋아하는 줄 모를까, 이런 생각으로 답답한 것이 아니라, 그냥 웃음이 나와서요.
몇 달 전의 제 상태는 '전전긍긍' 그자체였는데, 오늘 이 친구에게 여행 사진으로 만든 달력을 선물해주고 나서 고맙단 말을 전해듣자...
저절로 웃게 되더라고요. 이 녀석은 제가 아는 남자들 중에서도 유난히 그런 쪽에는 둔하거든요. 본인도 알고 있고.
4년째, 톰과 제리(제가 제리죠!) 사이로 잘 지내고 있는데 4년 전 여름부터 호감을 지녔으면서 한 발 늦은 탓에 연상의 모 여인에게 빼앗겼.. 하하.
그러다 2년 전 봄에 헤어진 소식을 접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다른 여인네가 그친구 곁에 있는 걸 보고 배신감 비슷한 감정이 들었죠.
뭐 이때까지는 블로그 친구라, 여럿이서 만난 적만 있지 단 둘이서 만난 적은 없어요.
그러다 작년 10월부터 몇 번 자주 보게 됐는데, 저는 그만, 그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처음 연락이 닿았을 때부터 남자로 인식했지만.
집에 한 번씩 놀러가면... 그의 체취로 채워진 공기 안에서는 아찔하고 어지럽기까지한... 생애 이렇게 가슴이 많이 뛰어보기도 처음인가 봐요.

올 초에는 아프다며 죽 끓여줘 문자가 왔길래, 너무 놀래서 그 친구집 근처 죽 전문점을 수소문해서 택배 배달시켰거든요.
아프다는데, 손 놓고 있을 수도 없고 당장에 죽 끓여주려 달려갈 수도 없고 해서요.
어쩌면 이 친구에게 더 마음을 오픈하게 된 게, 남들에게는 말 못하는 고민을 제게 툭 터놓고 도움을 요청하니 더 자연스레 마음이 가는 건지도 몰라요.
본격적으로 둘이서 만나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더라고요.
그래서 도움 요청할 때마다 정말 말 그대로 제 인맥의 인맥은 다 동원해서 도움 주려고 완전히 애쓴 걸 이 녀석이 잘 알고 있거든요.
지금 서로 하고 싶어하는 일도 우연찮게 같은 업종이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이야기를 부르죠.
'너랑만 이야기 하면 왜이리 시간 가는 줄 모르겠냐'는 말을 제게 하는데, 저역시도 그러니까요.
아랫집 이사 나갔다고 저보고 여기 이사오라는데, 허허..... 아랫집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처에는 가볼까 이러고 있긴 하죠.
지금보다 5월 이후에 더 자주 보면, 더 마음이 갈 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제 입으로 좋아한다는 말을 아직 꺼내질 않았으니 모른척 하는 걸 수도 있겠죠.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 말은 아직 그녀석에게 어필하는 제 매력이 부족하단 걸 수도 있겠고 아니면 완전 친구니까 아예 좋아할 거란 생각을 못하는 걸 수도?
저는 그 사람이 저를 봐줄 때까지 기다리기, 요런 건 못하니까, 희망찬 5월에 더 자주 보게 됐을 때, 제 마음 그냥 이야기하려고요.

평상시 제리가 톰을 막 갈구고 놀리는 것처럼 완전 초딩처럼 구는(좋아할수록 더 괴롭히는) 막역지간 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남다른 신경을 써준다면...
보통 사람들도 이건 뭐지? 하고 의구심을 가지지 않나요? 여자인 저는 누군가 제게 대하는 태도가 급 달라지면 어랏? 이런 마음이 들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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