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메트 오페라 시리즈 호프만의 이야기를 봤지요. 메트 시리즈를 영화관에서 본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조금 당황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생방송 녹화라 막간 편집이 없는 걸 깜빡했단 말이죠. 그 때문에 막판엔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어야 했어요. 다음부터는 오후 시간대를 노려야죠. 그래도 중간에 화장실 갈 수 있는 막간이 있어서 좋더군요.
이번 버전은 안토니아 파트가 2막이고 줄리에타 파트가 3막이군요. 덜 익숙한 순서라 조금 걸리긴 했는데, 그래도 이번 연출에서는 어울린 것 같았어요. 하여간 이번 버전엔 낯선 것들이 많더군요. 하긴 제가 본 호프만의 이야기는 다들 조금씩 달랐어요. 작곡가가 미완성으로 남기고 죽어서 별별 판본들이 다 돌아다니죠. 이번 건 그 중 가장 긴 것 같은데, 그래도 또 빠진 것들도 있고. 오펜바흐 전문가들이 여기에 대해서는 더 잘 알겠죠. 이번 버전에서 가장 저에게 튀게 느껴졌던 건 니클라우스가 줄리에타와 함께 뱃노래를 부른다는 거죠.
뉴욕 타임즈의 리뷰어는 호프만 역 조셉 카레야의 기술적 문제점을 지적하던데, 전 못 느꼈어요. 이번 방송 때 개선되었거나 제가 그걸 프랑스적 또는 캐릭터의 개성으로 이해했던 것 같아요. 올림피아 역의 캐슬린 킴은 작달막한 한국인 아줌마로 핑크색 튀튀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콜로라투라 아리아가 기술적으로 워낙 좋고 그런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괴상하게 초현실적이어서... 보실래요?
안나 네트렙코는 그 동안 몸이 많이 불었더군요. 다이어트를 할 시기가 된 것 같아요. 원래는 네트렙코가 이 세 주인공을 모두 할 계획이었다던데 포기했다고 하죠. 네트렙코 팬들은 늘 이 사람의 지나친 도전에 아슬아슬해 했으니 오히려 안심했을 듯. 그리고 호프만의 이야기의 세 주인공을 몽땅 하는 건 거의 곡예와 같아서 그게 공연에 굉장한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아요. 안토니아 파트에 집중하는 게 나았을 거예요. 니클라우스/뮤즈 역의 케이트 린지는 이 오페라에서 정말 '배우'같은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역이 상대적으로 크기도 했지만 니클라우스 역에 이렇게 집중해서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네 명의 악당으로 나온 앨런 헬드는 보면서 무한도전의 길이 자꾸 연상되어서 조금 웃겼어요. 극장 어딘가에서 리쌍의 길?하고 누군가 말하는 걸 보면 저처럼 생각한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나 봐요.
근데 이게 2만원의 가치가 있긴 한 건지? 글쎄요. 확실히 진짜 오페라보다는 싸지요. 최신 공연을 비교적 빠른 시기에 좋은 환경에서 볼 수 있죠. 하지만 제가 집에 영구보존에서 반복감상할 수 있는 블루레이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근데 2막에서 사운드가 조금 갈라지는 느낌이던데... 다른 상영회 때에도 그랬나요.
어제가 호프만의 이야기 마지막 상영이었죠. 3월은 르네 플레밍/수잔 그레이엄의 장미의 기사인데, 얼마 전에 르네 프레밍의 원수부인을 봤으니까 건너 뛸 것 같아요. 4월에 하는 이네사 갈란테/로베르토 알라냐의 카르멘이나 한 번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