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웠던 꿈 이야기

  • 이울진달
  • 03-04
  • 1,202 회
  • 0 건
1.

잠시 시간이 남아서 바낭을 하러 왔습니다.
왔다가 곽재식님 심야특선을 검색해서 쭉 읽어버렸어요.
재미있네요.

전 이미지에 약해서
무서운 영화나 영화포스터, 그림 같은건 질색팔색을 하지만
의외로 무서운 이야기는 잘 읽어요.
포인트는 잘 '듣는'것이 아니라 잘 '읽는'다는 것..
들으면 또 무섭더라고요.
왜 읽으면 별로 안무서운지..

2.

몇 가지 꿈 이야기.

2-1.
초등학교 3학년때쯤 꾼 꿈이예요.

항상 등하교를 같이 하던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꿈에서 저는 그 친구와 함께 놀다가
사촌 언니네 집을 방문했습니다.

사촌 언니와 동생이 빵에다가 딸기잼을 발라 먹고 있었는데
'언니 맛있어?' 했더니 '응, 먹어볼래?'라고 해서
나도 잼 발라줘, 그랬죠.

사촌언니는 웃으면서 차가운 숟가락으로 제 목을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파내기 시작했어요.

2-2.
별 거 없는데, 어두운 밤 창문 밖에서
굉장히 거대한 눈코입 없는 목각인형이
창틀에 매달려 저를 내려다보고 있더군요.
우리집 3층인데..

가위에 눌렸는데
밤새 눈을 감지 못하고 목각인형을 바라봐야 했어요.

2-3.
대학생이 되어서 방 세개짜리 빌라에서 방 하나를 쓰고 있었습니다.
주인 할머니가 방 하나, 남은 방엔 다른 친구가 살았죠.

할머니와 친구 없이 혼자 잠을 자게 된 날
늘 하듯 이불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눈 앞에 방문이 있는 방향이었어요.

분명히 불을 다 끄고, 친구가 들어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tv 소리가 나더군요. 문 틈으로 거실 불이 켜진 것처럼 빛이 들어왔어요.

누군가 귓가에서
'tv보러 가자, tv보러 가자'

싫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습니다만
갑자기 어떤 손이 제 얼굴을 잡고 다시 문쪽으로 고개를 강제로 돌리더군요.

가위에 눌렸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몇 번인가 몸이 저절로 들어올려지는 느낌이 나더니
어느 순간 정신이 확 들면서 가위에서 깼어요.

저는 여전히 문 반대쪽을 보고 있었고
뒤를 돌아보니 아직 아무도 안온듯 불도 꺼져있고 tv소리도 안나더군요.

2-4.

이번엔 이사를 해서 반지하에 살던 시절
습해서 벽지가 조금 울었는데 그 모양이 꼭 한옥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양 같았어요.
저는 한옥에 대한 동경이 좀 있어서 늘 그 무늬를 보며
멋진 집을 상상하면서 잠들곤 했죠.

꿈에서, 그 한옥에 가봤는데
상상했던대로 아주 멋진 집이었지만, 한 가지 단점은
계속 쫓아다니며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머리 길고 소복입은 여자가 있다는 거였어요.

또 가위 눌렸구나,
발가락 손가락 끝부터 힘을 주면서 나무아미타불을 계속 외웠는데,
막 깨어나려고 하는 순간 여자가
'또 놀러와'라고.

친구가 해외에서 보내준 사진 엽서를
벽의 무늬위에 붙여버리는 것으로 해결했죠.

2-5.

가위에 눌려서, 제 방 모서리에서
검은 옷을 입은 형체가 희미한 남자가
절 바라보고 계속 서있는 꿈을 꿨어요.

이상하게 무섭지 않고 안심이 됐던건
남자 뒤에 5단 책장이 두개가 있었고
책장 칸마다 사람 머리들이 나란히 놓여있었는데
그 사람머리들이 전부 그 남자를 노려보고 있어서
아, 목표는 내가 아니구나, 하고..

3.
저 말고 친구 꿈 이야기..

고3시절 친구가 매일 새벽 전화를 걸었어요.
요지는 가위에 눌려서 깼다, 무섭다, 라는건데
한 2주정도 그랬으니 심각했죠.

동생이 많아서 한 방에서 자는데
누군가 팔을 밟고 가길래 다음날 아침에
"어제 자다가 화장실 가면서 내 팔 밟은사람 누구야"했는데
아무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든가..

자꾸만 품을 파고들며 안아달라고 보채서
무심결에 안으며 눈을 떴는데
저 편에 동생들이 모두 자고 있어서
차마 품안에 있는 것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하고
밤 새 앞만 보고 있었다든가....

가위에 눌려서 깨려고 애쓰면
'가기 싫은데'그러고..

무섭다며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어머니가 달마도를 방에 걸어주셨는데
하루만에 떨어져 깨져버렸고
별 다른 대책이 없었던 친구는 그렇게 깨고나면
늘 저에게 전화를 했던 거예요.

어느 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버지 방에 가서, 부모님 침대 옆에 이불을 깔고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 발치에서 작은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친구를 바라보고 있더라는군요.

그런데 그걸 본 순간
무섭다기 보단 애틋하더래요.

저렇게 작은 아이가 왜, 좋은 데 가지 못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가까이 오지 못하고 바라만 보는 아이가 불쌍해서
친구는 자발적으로 다시 동생들과 함께 자는 방으로 돌아갔어요.

4.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이야기를 더 써야지 하면서 작성완료를 눌렀다가
자동 로그아웃이 되어서 FAQ에 있는 방법으로 살렸더니
그 새 나머지 이야기를 다 잊어버리고 말았네요.

곧 외근 나가요.
어서 사무실에서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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