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통화하고 급우울해졌습니다. (고민글)
유학가고 싶은데, 집안의 경제적 상황도 어릴 때부터 늘 안좋았고 취업하기도 버겁네요.
돈도 없으면서 무슨 공부냐는 자책감을 어릴 때부터 쭉 가져왔기에 취직준비도 대학 때 병행했고, 그래서 취업했지만 경험해본 바 정말 안맞아서 금방 발을 뺐습니다. 예술 쪽으로 어렸을 때부터 쭉 공부를 하고 싶었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었구요.. 지금도 일편단심인데 너무 힘드네요.
실직 후 부모님께서 '정 공부하고 싶으면, 집에서 주거비 아끼면서 장학생선발시험 준비해라'고 하셔서 잠깐 고향집에 내려갔었는데, 그새 집안 사정은 더 어려워져서 친척들이 둘이나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밤낮으로 시끄럽고 언제 친척들이 제 집으로 갈지도 모를 일이고, 부모님은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말 한마디로 오히려 제 편의는 뒷전이셨습니다. 아니, 애초부터 공부쪽으로는 전혀 밀어주실 능력이 없는 부모님이었으니까,당신들이 못배우셔서 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이율배반적으로 상처주는 말을 막 쏟아부으십니다. "너가 그렇게 잘났냐? 너가 공부해서 교수 될 거 같냐? 그렇게 위대하냐?" 등등... 사람은 다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있지만요.
그냥 아예 어른이 되서 만난 타인이라면 "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하고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상처에 방어벽을 칠 수 있겠지만, 부모자식관계는 또 다른 게 당연하겠죠. 너무 큰 존재니까요. 그래서 정말 상처를 받습니다. 난 혼자 비정상인가봐, 라는 소외감.
제가 밤을 자주 새기도 하고, 연구 관련 책을 읽다보면 밥 먹는 걸 잊어버리기도 하고 그런 성격탓에 자질구레한 패턴이 정말 안맞았어요. 어머니가 특히 그런 저의 모습에 분노하시곤 했죠. 정말 혼자 모든 게 옳으신 분입니다. 더 한심한 건 제가 자식이니, 그 권위 앞에 무의식적으로 상처를 받는다는 거겠죠.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서 지금은 집을 나왔네요. 현재 88만원 세대로 제 몸뚱이 하나 건사하면서-집에서는 당연히 1원 한 푼 보내주지 않았고-, 장학생 준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집에 있어본 결과 저는 이게 저의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얄팍하고 비참한 선택지였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비루한 일개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네요.
오랫만에 통화를 했더니 역시 쏟아붓네요. 내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뭐냐고 하십니다. 계속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 하니, 그럼 집에 내려오라고 하시고 분노. 집에 오면 알바하지 않고, 유학준비만 할 수 있지 않느냐. 너 너 몸 건사하려고 일하고, 그럼 초라한 돈 벌면서 피곤하고 시간이 없어서 공부는 전혀 못하고, 생활이 뻔하다. 친척들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런 핑계 대지도 말라고 분노하십니다. 뭐가 그렇게 안맞냐고.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많은 것 바라지도 않았어요."라고 말하고 끊었지만...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게 그렇게 큰 욕심인가요? 애초에 사람 손, 발 다 잘라놓고 '왜 넌 걷지를 못하니? 넌 왜 그렇게 살아?'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전히 자기 할말만 다 쏟아내고 "끊어야겠다. 들어가라." 하시는데 정말...
저는 혼자 나와서 돈벌며 살면서 정규직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온전히 내가 나의 자유 안에 있다-이것도 무척 제한된 거긴 하지만요.-는 생각에 요즘 참 행복했었는데, 어머니와 통화하고 정말 이게 몇달만에 느껴보는 분노와 슬픔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비정상인가, 생각해보네요.. 공부한다는 친구들은 부모님께 단돈 100원이라도 손벌리면서 대학원 척척도 가던데... 전 거기까지도 바라지 않았는데요. 위로든 꾸중이든 좋습니다. 조언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