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케세라세라" 요.
2007년 여름 당시 방영중일 때에도 듀게에 드라마 잡담을 썼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처음으로 열의를 가지고 매주 새로운 회를 기다렸고, 듀게에 글 쓸 때에도 매우 들떴던 기억이 나요.
문정혁(에릭)은 배우나 극중배역이나 마음에 안 들어했지만 정유미도 나오고 여고괴담에 나왔던 눈매가 날카로운 배우도 나오고, 해서 좋아했고, 또 이규한의 극중 역할을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오랜만에 우연한 기회로 다시 보게 되었는데 드라마를 볼 때 당시의 두근두근하고 설레는 기분이 되살아났어요. 특히 이규한이 정유미에게 잘해줄 때, 사르르 녹는 예전의 기분이 다시 느껴졌어요. 이규한이라는 배우보다 극중 그 역할에 더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거기다가 실제로 남매는 아니지만 남매처럼 한 지붕 아래에서 어릴 때부터 같이 살면서 사랑하게 되었지만, 이룰 수 없는 관계도 방영 당시 봤던 것보다 더 잘 보이더라고요. 전에는 유미씨 위주로 감정선을 따라갔다면 이제는 주변 인물들의 감정선에도 눈을 뜨게 되었달까요. 그러면서 남녀 주인공 네명의 입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거 있죠..
상류층 남녀와 서민층 남녀가 총 네명이 나와서 엇갈리게 좋아하는 플롯은 일견 "발리에서 생긴 일"과 비슷하긴 한데, "발리에서.."의 배우들이 다 굵직하고 진지하고 덩치도 더 크다면, "케세라세라"의 네 주인공은 약간 더 유머가 있고, 좀더 소품같은 느낌이고, 물리적으로 사람들도 더 크기가 작아서 "발리에서.."만큼 비극적이고 보는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게다가 "케세라세라"에서는 두 서민 남녀가 사는 곳이 낙원 아파트거든요. 종로3가, 낙원상가, 낙원아파트, 서울아트시네마로 이어지는 저만의 추억도 되살려 줘서 이 드라마가 더 의미깊은가봐요. 이 드라마를 보면, 초여름 저녁에 극장 앞 발코니 혹은 옥상 같은 곳에서 맞은 편의 낙원 아파트도 올려다보고 1,2,3 콜라텍도 바라보다가 건물 아래쪽의 풍경을 구경하던, 여유로웠던 때가 떠오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