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놀면서 티비를 보고 있으면 수십개의 채널을 볼 수 있지만 사실 건질만한 채널은 몇 개 안됩니다. 요즘처럼 떠들석한 사건이 하나 있기라도 하면 더 장난 아니죠. 어느 채널에서나 그 얘기만 하고 있으니까요. 김길태가 짜장면 먹고 담배 태운 이야기 별로 안궁금한데 ㅠㅠ
여튼 집에서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일단 짜증이 솟구치고ㅠㅠ, 그 이후에는 어느새 집안 100분토론이 됩니다. ㅡㅡ; 특히 저와 정치적 지지층이 매우 다른 어르신들이 집에 계시면 장난 아니죠. 이번 주말에도 생각해보니 참 여러 이야기를 했네요.
1. 언론은 통제되었는가?
김길태 뉴스만 하루 종일 보고있다보니, 이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명박 독도 발언이야 사실 보기에 따라 별 거 아닌 뉴스일 수 있으니 안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냥 일본 우익 신문이 삽질 한거라고 치부해버리면 별 뉴스 가치 없겠죠. 그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냥 "오해다" 한 마디로 끝나버릴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똥마려워서 어려운 얘기 하기가) 곤란하다. (화장실 갔다온 후에 이야기하게) 기다려달라." 였다고 하면 그만. ㅡㅡ;
근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명숙 전 총리 재판이 거의 단신 수준으로 취급되는 건 너무하다 싶더군요. 야권에서 내세우는 대어급 서울시장 후보의 도덕성이 판가름날 수 있는 사안인데 그게 김길태가 짜장면 먹은 소식보다 안중요하다는 건지.
2. 사람은 정말 믿고 싶은대로 믿는가
한명숙 총리의 재판 소식을 지켜보면 젊은이들은 대개 검찰을 비웃습니다. "아니 저따위 증인의 말만 믿고서 전 총리를 기소한거야? 그리고 돈을 직접 줬다던 사람이 그냥 놓고 왔다는데 진술의 취지가 달라진 게 없어? 취조실에서 사람을 오죽 잡았으면..."
그러나 어르신들의 생각은 다르시더라는. "왜 저렇게 말을 바꾸지? 이거 또 어디서 압력 들어갔구먼. 노무현이랑 그 잔당들 눈치보느라 제대로 말 못하는거야 저거." 물론 너무 축소보도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똑같이 개탄하십니다. "골프채 받아먹은 이야기는 왜 안하는 거야?" ㅡㅡ;;;
3. 경찰은 얼마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김길태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는 포인트는 초기에 신고가 들어갔으나 가출을 의심하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종신고가 들어간 경우의 많은 부분은 의외로 단순 가출이었던 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군요. 그래서 사실 실종신고를 해보면 경찰들의 심드렁한 태도에 많이 분노하게 된다고 합니다.
저같아도 열받겠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접수되는 실종신고의 반이 단순가출인 걸 알고있는 경찰이 좀 심드렁한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죠. 결국 가출일 것 같아도 무조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선을 다해 들러붙어야 하는데, 지금의 경찰력이 그 정도의 인력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경찰 더 뽑아야 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려나 모르겠네요. 만날 공무원 잘라서 숫자 줄이라고, 세금 아깝다고 난리던데.
4. 공공서비스 이용을 위한 세금은 어떻게 책정되어야 하나
현재 세금은 주로 재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그런데 공공서비스는 꼭 재산에 비례해서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면 똑같은 세금을 내고서도, 누구네 집은 화목하게 잘 살아서 가족 중에 누군가가 가출하는 일도, 그래서 실종신고를 내서 경찰한테 일 시키는 일도 없는데, 누구네 집은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가출하는 통에 실종신고가 월례행사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실종신고 많이 한다고 세금 더 내라고 하는 법은 없는 걸로 알고있어요. 평화로운 가정이 세금으로 불화 많은 가정을 도와주고 있는 셈입니다.
세금 납부 체계가 좀 바뀔 필요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보다 세율을 더 내려주되, 실제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에 비례하여 변동비를 내도록 하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119 한 번 부를 때마다 돈이 들게되면, 자물쇠 좀 따달라고 119를 부르는 어처구니 없는 짓은 하지 않게 될테니까요.
그런데 이 생각은... 그럼 지난번에 아들 실종신고 했는데 알고보니 가출이었던 집에서, 그로 인해 추가 고지된 세금 안 낸 후, 나중에 다른 급박한 상황으로 경찰을 찾으면, 경찰이 돈 못받을 거 뻔히 알면서 출동을 해야 하나, 그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ㅡㅡ;
생각해보면 가족들이 다 완전 서민 월급쟁이 혹은 백수들인데 왜 저런 국가적인 과제에 대해 토론을 한건지.. ㅡㅡ;;;